3·1운동 역사유산 '딜쿠샤' 70년 만에 복원해 개방
3·1운동 역사유산 '딜쿠샤' 70년 만에 복원해 개방
  • 김용만·전호정 기자
  • 승인 2016.02.26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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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기재부·문화재청·종로구, 딜쿠샤 보존 업무협약
▲ 서울 종로구 행촌동 '딜쿠샤'의 현재의 모습. (사진=서울시 제공)

일제 강점기에 3·1운동과 일본의 잔혹한 식민통치 실상을 해외에 알린 미국 기업인이자 언론인 앨버트 테일러(1875~1948)의 가옥 '딜쿠샤'가 70년 만에 시민의 품으로 돌아온다.

서울시는 종로구 행촌동 사직터널 북쪽에 자리한 딜쿠샤를 원형 복원해 3·1독립운동 100주년이 되는 2019년 시민에게 전면 개방한다고 26일 밝혔다.

이와 관련해 서울시는 기획재정부, 문화재청, 종로구와 '딜쿠샤의 보존·관리·활용을 위한 합의서'를 마련해 이날 서울 프라자호텔에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합의서는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등 관련법령 및 제도에 기반 무단점유 상태 조기 해소 △딜쿠샤 국가 등록문화재 등록으로 영구 보존 △2019년 원형복원 완료 뒤 전면개방 추진 △딜쿠샤 주변 행촌권역 지역의 문화적·경제적 재생 추진 등을 주요 내용으로 담고 있다.

'딜쿠샤'는 힌두어로 '이상향', '희망의 궁전'을 뜻하며 3·1운동 당시 조선에 대한 일본의 무단통치 실상과 우리 민족의 평화적·비폭력적 저항운동을 전 세계에 알린 미 AP통신사 임시특파원 앨버트 테일러가 살던 벽돌 가옥이다.

 
앨버트 테일러는 이 가옥을 1923년 건축해 1942년 일제에 의해 미국으로 추방될 때까지 약 20년간 아내와 함께 거주했다.

영국과 미국의 주택양식이 절충된 형태로 지하 1층, 지상 2층 규모(대지 462㎡, 총면적 623.76㎡)다. 일제 강점기 근대건축의 발달 양상을 연구하는 데 중요한 자료로 꼽히고 있다.

딜쿠샤는 역사적·건축사적 보존가치가 커 2001년부터 국가 등록문화재 등록이 검토돼 왔다.

2006년에는 문화재청에 의해 등록 계획이 예고됐지만, 1963년 국유화 이후 장기적으로 무단점유 문제 해결에 난항을 겪으면서 그간 문화재 등록과 관리가 이뤄지지 못했다.

현재 딜쿠샤에는 총 12세대 23명이 무단거주하고 있는데 이들 중 다수는 장애인 등 사회·경제적 취약계층이다. 장기 무단 점유로 건물 내외부가 변형·훼손돼 지난해 정밀안전진단 결과 D등급을 받기도 했다.

이에 서울시와 관련기관은 법과 제도가 인정하는 범위 내에서는 배려하는 방향으로 문제를 해소해 나갈 방침이다.

아울러 서울시는 향후 딜쿠샤 복원과 관리, 운영주체가 되며 필요한 경우 국가가 서울시에 예산을 지원키로 했다.

서울시는 딜쿠샤 복원 후 덕수궁 중명전(국가 사적 124호), 구 러시아공사관(국가 사적 253호), 미국 공사관(서울시 유형문화재 132호), 프랑스 공사관 터(비지정), 구 서대문형무소(국가 사적 324호), 경교장(국가 사적 465호) 등 유산들을 연계해 도보관광 벨트로 만든다.

류경기 서울시 행정1부시장은 "딜쿠샤를 통해 국내외 많은 관람객들이 3·1독립운동의 세계사적 의의는 물론 많은 독립운동가들과 앨버트 테일러의 활동을 충분히 알고 이해할 수 있도록 복원에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앨버트 테일러의 손녀인 제니퍼 테일러는 2일 서울역사박물관을 방문한다.

그는 의복과 문서 등 앨버트 테일러 부부의 유품 등을 기증할 예정으로, 앨버트 테일러 부부가 딜쿠샤에 거주할 당시의 건물 모습을 찍은 사진들도 포함된다.

[신아일보] 서울/김용만·전호정 기자 polk88@hanmail.net, jhj@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