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훈 감독 부인 입건… '서울시향 성추문 의혹' 허위사실 유포
정명훈 감독 부인 입건… '서울시향 성추문 의혹' 허위사실 유포
  • 전호정 기자
  • 승인 2015.12.27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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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정 전 대표 관련 폭로 투서 작성·배포 지시… 28일 재계약 여부 촉각

▲ 정명훈 서울시향 예술감독.
박현정(53·여) 전 서울시립교향악단 대표의 사퇴를 몰고 온 '성희롱·막말' 투서 사건과 관련해 경찰이 정명훈 서울시향 예술감독의 부인 구모(67·여)씨를 불구속 입건한 사실이 알려졌다.

이에 따라 오는 28일로 예정된 정 감독의 재계약 체결 여부에 촉각이 모아지고 있다.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구씨를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로 이달 중순 불구속 입건했다고 27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구씨는 '박 대표가 성추행과 성희롱, 폭언을 일삼았다'는 내용의 투서를 작성하고 배포하도록 남편 정 감독의 여비서 백모씨에게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 박현정 전 서울시향 대표.
곽모(39)씨 등 서울시향 직원 10명은 작년 12월 박 전 대표로부터 성추행과 막말을 당했다며 시향에 투서를 제출하고 박 전 대표를 경찰에 고소한 바 있다.

하지만 검찰로부터 해당 사건을 배당받은 서울 종로경찰서는 지난 8월 "피해자 진술 외에 구체적인 물증이 없어 박 전 대표의 (성추행) 혐의를 입증하기 힘들다"며 무혐의 판단을 내렸다.

반면 박 전 대표는 정 감독이 재계약 과정에서 자신과 불화를 겪자 직원들을 동원해 허위 사실을 퍼뜨렸다고 주장하며 성추행 의혹을 제기했던 직원들을 명예훼손 혐의로 처벌해 달라는 진정서를 경찰에 제출했다.

이에 경찰은 박 전 대표를 고소한 직원 10명과 정 감독 비서 백씨를 박씨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고발한 투서 사건이 1년여 만에 '성추행' 혐의에 대해 가해자와 피해자가 뒤바뀌는 반전의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경찰은 구 씨가 직원들에게 투서 배포를 지시한 목적 등을 조사할 방침이다.

다만 미국 국적을 갖고 있는 구씨가 논란이 벌어진 직후 출국해 1년째 프랑스에 체류중이고, 비서 백 씨도 최근 출산하고 나서 병원에 입원한 상태여서 조사가 바로 이뤄지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한편 서울시향은 28일 오전 이사회를 열고 정 감독 재계약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서울시향 이사회는 부당 지급 의혹이 일었던 항공료와 호텔비 등의 지원범위, 서울시향 협찬과 겹친다는 의혹이 제기된 비영리재단 미라클오브뮤직 이사장직 겸임 여부 등도 심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 감독은 지난해 말 1년간 연장 계약했다. 이달 말 계약이 종료된다. 앞서 지난 8월 재계약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그는 또 청중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재계약 여부와 상관없이 이미 일정이 잡힌 내년 9차례의 정기공연을 지휘하겠다고도 했다.

그러나 이날 이사회가 결정되면서 정 감독이 입장을 바꿔 그대로 예술감독직을 맡기로 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서울시향 관계자는 구씨가 박 전 대표에 관한 허위사실을 유포하도록 서울시향 직원들에게 지시한 혐의로 구속된 것과 관련, "예술감독 부인 관련 건은 현재 조사중인 단계이며, 예술감독 계약 건과는 별개의 문제로 봐야한다"고 밝혔다.

최흥식 서울시향 대표는 "불구속 입건이라는 것은 이제 조사를 해보겠다는 것이지 어떤 법적 판단이 내려진 것이 아니다"며 "이사회 결과에 영향을 미칠 사안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신아일보] 전호정 기자 jhj@shinailbo.co.kr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