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들이 뽑은 올해의 사자성어 '혼용무도'
교수들이 뽑은 올해의 사자성어 '혼용무도'
  • 김가애 기자
  • 승인 2015.12.20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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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온통 어지럽고 무도하다'… "메르스로 온 나라 민심 흉흉했지만 정부는 무능"

▲ 교수신문이 대학교수 88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올해를 정리하는 사자성어로 '혼용무도'가 선정됐다. (교수신문 제공)
대학교수들이 뽑은 올해의 사자성어로, '세상이 온통 어지럽고 무도(無道)하다'는 의미의 '혼용무도'(昏庸無道)가 꼽혔다.

20일 교수신문에 따르면 8∼14일 올해의 사자성어 후보 5개를 놓고 교수 88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59.2%인 524명이 '혼용무도'를 선택했다.

'혼용무도'는 어리석고 무능한 군주를 가리키는 혼군(昏君)과 용군(庸君)을 함께 이르는 '혼용'과, 세상이 어지러워 도리가 제대로 행해지지 않음을 묘사한 '논어'의 '천하무도'(天下無道) 속 '무도'를 합친 표현이다.

이승환 고려대 철학 교수는 "연초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로 온 나라의 민심이 흉흉했지만 정부는 이를 통제하지 못하고 무능함을 보여줬다"면서 "중반에는 청와대가 여당 원내대표에 대해 사퇴 압력을 넣어 삼권분립과 의회주의 원칙이 크게 훼손됐고, 후반기에는 역사교과서 국정화 논란으로 국력 낭비가 초래됐다"고 추천 이유를 설명했다.

'혼용무도'에 이어 '겉은 옳은 것 같으나 속은 다르다는 뜻'의 '사시이비'(似是而非)가 14.6%의 지지를 얻었다.

석길암 금강대 불교학 교수는 "최근 정부정책을 보면 국민을 위한다고 말하거나 공정하고 객관적이라고 홍보하지만, 실제로는 근거를 왜곡하거나 없는 사실조차 날조해 정당성을 홍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사시이비'를 추천했다.

'갈택이어(竭澤而漁)'는 121명(13.65)의 지지를 받아 3위에 올랐다. 연못의 물을 모두 퍼내어 고기를 잡는다는 말로, 목전의 이익에만 관심을 두는 세태를 꼬집는 의미다.

남기탁 강원대 국어학 교수는 "사회 현상에 대한 대립은 불가피하지만 최근 대립을 넘어 상대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고 없애버리려는 폭력과 욕설이 난무하고 있다. 당장은 고기를 많이 잡을 수 있더라도 장기적인 발전은 불가능하게 되는 것을 빗댔다"고 설명했다.

이어 위여누란(危如累卵. 달걀을 쌓은 것 같이 위태로운 형태)이 6.5%, 각주구검(刻舟求劍. 판단력이 둔해 융통성이 없고 세상일에 어둡고 어리석다)이 6.4%의 지지를 얻었다.

교수신문은 2001년부터 매년 교수 설문조사로 한 해를 상징하는 사자성어를 선정한다.

지난해에는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고 부른다는 뜻의 '지록위마(指鹿爲馬)'가 올해의 사자성어로 꼽힌 바 있다.

[신아일보] 김가애 기자 gakim@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