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다음달 11일 개성서 차관급 당국회담 개최
남북, 다음달 11일 개성서 차관급 당국회담 개최
  • 박재연 기자
  • 승인 2015.11.27 11: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1시간 마라톤협상 끝 발표… 회담의제는 '남북 현안 문제'
개최장소, 격(格), 의제 등 갈등 불씨는 남겨 '기싸움' 예상
▲ 26일 판문점 북측 지역인 통일각에서 김기웅(오른쪽) 통일부 남북회담본부장과 황철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서기국 부장이 참석한 가운데 남북 당국회담 준비를 위한 실무접촉이 열리고 있다.(사진=통일부)

남과 북은 26일 판문점 북측 지역인 통일각에서 열린 당국회담 실무접촉을 통해 다음 달 11일 개성에서 차관급 당국회담을 열기로 합의했다.

남북은 당국회담 실무접촉 직후인 27일 새벽 발표한 공동보도문을 통해 "남북당국회담을 2015년 12월 11일 개성공단지구에서 개최하기로 했다"며 "회담 대표단은 차관급을 수석대표로 해 각기 편리한 수의 인원들로 구성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남북 대표단은 이번 실무접촉 1차 전체회의에서 모두발언을 시작으로 오후 2시 20분까지 90분 동안 당국회담의 형식과 대표단 구성, 회담 개최 시기, 장소, 의제 등에 대해 서로의 입장을 설명한 뒤 점심식사 시간을 겸해 휴회에 들어갔다고 통일부 당국자는 밝혔다.

우리 측은 1차 전체회의에서 이산가족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북측은 금강산 관광 재개 등을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애초 우려를 낳았던 당국회담 수석대표의 격(格) 문제와 관련해서는 우리측이 초반에 '차관급' 회담을 제시했고, 북측 역시 이와 동격인 '부상급'을 제안했던 까닭에 큰 이견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당국회담에서 논의될 의제에서는 남북간 입장차가 쉬이 좁혀지지 못했다.

정준희 통일부 대변인은 "우리 쪽은 '이산가족 문제의 시급성을 근본적인 문제로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고, 북한은 '금강산 관광 문제가 당면한 문제'라고 주장했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측은 당국회담이 남북관계의 제반 문제를 폭넓게 협의하는 채널인 만큼 의제도 포괄적으로 규정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제시했다"면서 "북측은 의제를 구체적으로 명시하자는 입장을 취했기에 시간이 오래 걸렸다"고 말했다.

결국, 회담 의제는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현안문제'로 합의했다.

양측은 두 차례의 전체회의와 5차례의 수석대표 접촉을 거치고서야 합의점을 도출했고, 회담 개시로부터 11시간여 만인 오후 11시 59분께 최종 합의에 이르렀다.

남북은 당국회담 개최를 위한 실무적 문제는 판문점 연락관 사무소를 통해 협의하기로 했다.

회담 장소와 관련해서는 남측은 서울에서 하자고 주장한 반면 북측은 이동의 편리성을 고려해 개성이나 판문점, 금강산에서 하자고 주장해 결국 개성으로 결정됐다.

정 대변인은 당국회담 장소가 '8·25 합의'에서 명시한 '서울 또는 평양'이 아닌 개성인 것과 관련해 "향후 남북대화가 진행되는 데에 따라 서울, 평양 등 다른 도시에서 개최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남북은 지난 8월 25일 판문점 고위당국자접촉에서 '남북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당국회담을 서울 또는 평양에서 빠른 시일 내에 개최'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일각에서는 개성회담 개최는 8·25 합의 위반이나 다름없다며 북측이 당국회담을 정례화하지 않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또한 공동보도문에 수석대표로 나설 차관급 인사가 누구인지는 적시하지 못한만큼 남과 북이 각각 누구를 수석대표로 내세울지에 대한 갈등의 불씨도 아직 남아 있다.

남측은 조평통 서기국장을 차관급 당국회담의 대화 상대로 보고 있지만, 북측은 서기국 부국장을 수석대표로 제시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에 따라 2013년 6월 당국회담 실무접촉 때처럼 회담 장소와 시간 등은 합의해놓고 판문점 연락관 채널을 통해 대표단 명단을 교환하다 수석대표의 격(格)을 놓고 대립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한편, 북측 대표단은 이날 접촉에서 김영삼(YS) 전 대통령의 서거와 관련해서는 특별한 언급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신아일보] 박재연 기자 jypark@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