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책배우자 청구 이혼소송 처음으로 받아들여져
유책배우자 청구 이혼소송 처음으로 받아들여져
  • 김가애 기자
  • 승인 2015.11.01 16:2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유책주의 예외 적용 첫 판결… 法 "법률혼 관계만을 형식적으로 유지하는 것"

혼인 파탄에 책임이 있는 배우자가 청구한 이혼소송이 처음으로 받아들여졌다.

서울가정법원 가사항소1부(민유숙 수석부장판사)는 남편 A씨가 부인을 상대로 낸 이혼소송에서 A씨의 청구를 기각한 1심을 파기하고 이혼을 허용했다고 1일 밝혔다.

재판부는 "부부로서의 혼인생활이 이미 파탄에 이른 만큼 두 사람은 이혼하라"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혼인생활 파탄의 책임이 이혼 청구를 기각할 정도로 남지 않았으면 예외적으로 이혼을 허용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을 인용했다.

25년간 별거하면서 혼인의 실체가 완전히 사라졌고 남편의 혼인파탄 책임도 경중을 따지는 게 무의미할 정도로 희미해졌다고 판단한 것.

또 남편이 그간 자녀들에게 수 억원의 경제적 지원을 해왔으며 부인도 경제적 여유가 있어 이혼을 허용해도 축출이혼(유책배우자가 상대 배우자를 쫓아내는 형식)이 될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부인이 이혼을 원치 않고 있지만 이는 실체를 상실한 외형상의 법률혼 관계만을 형식적으로 계속 유지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혼인생활을 계속하라 강제하는 것은 일방 배우자에게 참을 수 없는 고통이 된다"고 덧붙였다.

두 사람은 45년전 결혼했지만 다툼이 잦았고 1980년 협의이혼했다가 3년 뒤 다시 혼인신고했다.

그러나 A씨는 바로 다른 여성과 동거했으며, 이를 청산하고 다시 다른 여성과 동거를 시작해 혼외자를 낳았다.

동거녀의 출산 직후 A씨는 이혼소송을 제기했지만 기각됐다.

이후 25년간 중혼 상태로 산 A씨는 장남 결혼식 때 부인과 한 차례 만났을 뿐 이후 만남이 전혀 없었다.

이에 2013년 다시 법원에 이혼소송을 냈고, 1심은 "혼인 파탄에 책임이 있는 A씨는 이혼을 요구할 수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신아일보] 김가애 기자 gakim@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