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 극복 안간힘… 국민 체감도는 '0'
가뭄 극복 안간힘… 국민 체감도는 '0'
  • 김기룡 기자
  • 승인 2015.10.29 18:1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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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② 가뭄 극복 정책 이대로 좋은가?

▲ 극심한 가뭄을 겪는 충남 보령댐 저수율이 28일 20%대 벽이 깨진 19.9%를 기록했다. 사진은 이날 보렴댐 모습. ⓒ연합뉴스
"물소비 줄이는 등 장기적인 대비 필요"
가뭄해결 위한 통합 물관리 방안도 검토

사상 유래 없는 가을 가뭄 극복을 위해 안간힘을 다하고 있으나 국민들의 체감도는 ‘0’에 가깝다.

충남도 등에서 물 절약 운동이 펼쳐지고 있지만 일부 지역에서는 오히려 평소보다 사용량이 늘어났다.

관광객들이 많이 찾고 있는 곳을 중심으로 생긴 일이다. 현장에서는 절실함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반증 하고 있다.

"가뭄 중점관리부서 지정과 물 절약에 대한 홍보뿐”이라며 지역 주민들은 하소연 하고 있다.

보령시 주민 A씨(58)는 29일 "축제 등으로 외부손님의 발길이 잦아 도와 시에서 펼치고 있는 물 20% 절약운동을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가 없다”며 “도와 시가 주민불편 최소화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가뭄 대책에 임하겠다면서 먹는 병 물을 공급하는데 이것으로 생활불편이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불편한 심기를 밝혔다.

정부는 결국 물 절약과 주민 경각심을 높이기 위해 다음달부터 20% 절감 목표량에 미달하는 시·군에 대해 강제 제한급수를 실시하기로 했다.

가뭄에 마실 물마저 끊기는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식수난을 겪고 있는 곳은 충남.북과 강원,경기 등 전국 23개 시,군. 피해지역이 점차 확대되는 추세이다.

허재영 교수(대전대 토목공학과)는 "앞으로 가뭄이 일시적이고 단기적 현상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며 "국민들 물소비 습관을 고치고, 새는 수돗물을 줄이는 등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대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가뭄으로 지방자치단체들이 관정개발, 비상급수 등 사투 벌이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 국가의 물 관리 정책에 주도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없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의 행정체계상 하천·수량관리 업무는 국토교통부가 맡고 있으며 환경·수질관리는 환경부가, 농업용수와 농어촌 저수지 등은 농림축산식품부가, 수력발전은 산업통상자원부가 나눠서 담당한다.

특히 재해와 관련한 소하천 정비업무는 국민안전처의 몫이다. 이처럼 물 관리를 5개 부처가 담당하다 보니 부처별 중복투자로 예산이 낭비되고 홍수나 가뭄 등 재해가 발생했을 때 신속 대응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

여기에 시·군 등 기초지자체도 농업용수 공급을 위한 자체 관리 저수지(충남의 경우 674개소)를 관리한다.

가뭄을 해결하는 통합 물 관리 방안에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는 지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충남도는 ‘수질’과 ‘수량’으로 이원화 된 물 관리 정책의 한계를 극복하고, 다각적인 물 복지 시책을 추진하기 위해 내년 3월 완료를 목표로 ‘물 통합 관리 기본계획’에 대한 연구용역을 충남연구원 맡겼다.

이 용역에는 도 물 관리 현황 및 특성분석, 수자원, 수질, 수생태 등 부문별 여건변화와 전망, 물 통합관리 부분별 기본방향 및 목표, 물 통합관리 비젼 및 전략 제시, 용수확보 등 부문별 중점관리지역 및 사업추진계획 제시, 재정투자계획 및 재원조달 방안 등이 담긴다.

도는 물의 건강성회복과 가뭄피해 최소화를 위한 물 환경 조성에 이 용역 결과를 활용할 계획이다.

▲ 계속된 가뭄으로 충북 증평군 증평읍 율리 삼기저수지도 '맨살'을 드러냈다. ⓒ연합뉴스
그런데 도가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물 통합 관리 기본계획’은 지난 1월 수자원공사가 마련한 수자원종합계획에 반영키 위한 것일 뿐 도가 자체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것이 거의 없다.

이렇다 보니 도는 대책을 마련하고 중앙정부에 건의하는 수준에 머물 수밖에 없다.

실제 도는 최근 항구적 가뭄해소를 위한 중장기 대책으로 7개 사업(총 9477억원 규모)을 중앙정부에 건의, 정부로부터 국비 625억 원이 투입되는 금강-보령댐 도수관로 사업에 대한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 받아 이달 중 첫 삽을 뜰 예정이다.

도수관로가 완공되면 보령댐은 내년 3월부터 하루 11만5000t의 물을 금강으로부터 공급받으며 용수 공급에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하지만, 함께 건의한 공주보의 물을 예당저수지로 끌어오는 용수공급사업(988억)과 서산AB지구 담수호에서 송수관로(291Km)를 이용해 가뭄이 심한 서해안 인근의 서산?태안 지역간 연결 사업(6000억)은 사업전망이 불투명하다.

이러한 정부의 미온적 가뭄 대책에 대해 전문가들은 한 목소리로 물 관리 체계 정비의 필요성을 제기한다.

허재영 교수는 “가뭄(물 관리 전반)에 대한 관리권한이 지방자치단체에 주어져야 한다는 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관련 법령의 제·개정을 통해, 지역에서 발생하는 가뭄은 지역에서 주도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행정체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동진 국토환경연구소장은 “물 문제가 국가차원의 비상사태로까지 커질 수 있다는 경각심으로 물 기본법을 제정하고, 물 관리 체계를 시급히 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기영 선임연구원(경기연구원)은 “2000년대 이후 물 관련법이 급증하고 있으나 새롭게 제정된 법의 상당수가 기존의 법령과 내용이 중복되거나 상충을 일으켜 현장인 지방정부에서 업무분산, 예산중복, 규제중첩 등의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며 유역과 지방정부 중심의 물기본법 제정을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에서 만든 정책을 지방정부에 획일적으로 적용하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으며 이러한 체제 속에서 중앙부처간의 영역다툼이 벌어지고 있어서 지방정부의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신아일보] 김기룡 기자 press@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