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없다"…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 7월 美법원 소송
"시간이 없다"…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 7월 美법원 소송
  • 정재신 기자
  • 승인 2015.06.23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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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진심어린 사죄 우선돼야" 소송취하 여지 남겨둬

▲ 23일 오전 경기도 광주시 퇴촌면 위안부 피해자 쉼터인 나눔의 집에서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미국 법원에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게 된 배경 등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연 가운데 피해자 중 한 분인 이옥선 할머니(맨 오른쪽)가 발언하고 있다. 맨 왼쪽부터 강일출, 유희남, 박옥선 위안부 피해 할머니 ⓒ연합뉴스
"생존한 위안부 피해 할머니가 이제는 몇 분 남지 않아 시간이 없다. 일본의 반성을 기다릴 시간도, 마음의 여유도 얼마 남아 있지 않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와 피해자 유족 등으로 구성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미국소송 실행위원회(이하 실행위)'는 23일 오전 경기 광주시 퇴촌면 '나눔의 집'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일본 정부의 공식 사과와 법적배상을 요구하는 내용의 집단소송을 미국 연방법원에 제기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이옥선, 강일출, 유희남, 박옥선, 이성호 등 피해 할머니와 고 김순덕 할머니의 유족, 미국 소송 법률대리인 김형진 변호사, 나눔의 집 안신권 소장 등이 참석했다.

이번 미국소송의 법률대리인인 김 변호사는 "고노 담화나 무라야마 담화 등 총리의 의견 표명이 일본 정권이 바뀔 때마다 왜곡되거나 축소되는 현상이 매번 되풀이되고 있다"며 "국제소송을 제기해 일본 위안부 피해자 문제를 확실히 해결하는 방안을 찾으려 한다"고 말했다.

또 "할머니들의 슬픔과 고통은 70여년 전 끝난 것이 아니라 지금도 진행되고 있는데 지금 이 순간에도 일본 정부 등은 역사의 진실을 외면하고 할머니들을 깎아내리고 있기 때문에 이들에 대한 법적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 23일 오전 경기도 광주시 퇴촌면 위안부 피해자 쉼터인 나눔의 집에서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미국 법원에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게 된 배경 등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연 가운데 김형진 변호사가 발언하고 있다. 맨 왼쪽 두번째 부터 강일출, 유희남, 박옥선 위안부 피해 할머니 ⓒ연합뉴스
김 변호사는 또 "일본 정부와 전범기업뿐 아니라 일왕을 소송 당사자로 정했다"며 "애초 소송은 유희남 할머니를 대표로 진행할 예정이었지만 유족이 추가로 참여해 당사자가 12명으로 늘었다"고 설명했다.

위안부 피해 할머니 10명과 피해자 유족 2명은 미쓰비시중공업 등 미국에 진출한 일본 전범기업과 일왕,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위안부 피해자를 '매춘부'라 비하한 산케이신문 등을 상대로 오는 7월 미국 샌프란시스코 연방 법원에 2000만달러(220억원 상당)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다.

다만 일본 정부가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께 사과하고 적극적으로 해결 방안을 찾는다면 소송을 취하할 수 있다는 입장임을 밝혔다.

김 변호사는 "소송 준비는 두달 전에 이미 마쳤지만 지금까지 제소하지 않은 것은 일본 정부의 성의있는 답변을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라며 "2000만달러라는 손해배상 청구 금액은 중요하지 않다. 일본의 진심 어린 사죄가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정부에 등록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는 238명이며, 이 중 생존자는 50명이다.

[신아일보] 광주/정재신 기자 jschung@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