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확진 의사 "박원순 시장 주장 100% 거짓"
메르스 확진 의사 "박원순 시장 주장 100% 거짓"
  • 전호정 기자
  • 승인 2015.06.0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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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관계 확인 전화조차 못받아… 메르스 증상 이후 엄격히 자가격리"
박원순 "중앙정부 정보 공유받지 못해" vs 복지부 "서울시에 관련 정보 제공"
확진 의사 병원 측 "서울시 사실 아닌 정보 사실인양 발표
▲ 박원순 서울시장이 5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메르스 관련 대책회의에서 굳은 표정으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서울시가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대형병원 의사 A씨가 대규모 행사에 참석해 많은 사람과 접촉했다고 주장한 것과 관련, 해당 의사가 서울시 주장을 반박하고 나섰다.

4일 서울시는 국내 35번째 메르스 환자인 A씨가 자가 격리 대상일 때 의학 학회·재건축조합 총회 등 대형 행사에 참석했다고 주장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A씨는 증상이 발현되고 나서도 1000명 이상이 참석한 행사장에 모습을 나타냈다.

서울시는 A씨와 같은 행사에 참석한 인원의 명단을 확보, 개개인에게 연락해 자발적 자택 격리를 부탁했다고 설명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에 오늘(4일) 하루 동안 (관련 사실을) 알리고 대책을 요청했으나 담당 국장과 전화 연결이 안 됐고, 미온적인 조치 방향만 들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해당 메르스 의사인 A씨는 5일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박원순 시장의 말은 100% 거짓"이라며 "지난달 30일까지 수많은 사람을 만나고 총회에 참석한 것은 맞다. 그러나 다음날인 31일 메르스 증상이 나타나고 부터는 엄격히 자가격리를 했다"고 해명했다.

그는 "5월 29일에는 증상이 없었고 메르스 환자 접촉한 사실도 5월31일에서야 알게 됐다"며 "내가 증상이 있는 상태에서 조합 총회와 심포지엄에 갔다는 박원순 서울시장의 말은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다.

A씨는 "화가 나고 분통이 터진다. 한순간에 전염병 대유행을 일으킬 개념 없는 사람이 됐다"면서 "저는 대한민국 의사로서 양심을 걸고 박원순 시장이나 서울시가 주장한 그런 개념 없는 행동을 한 적이 한 번도 없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박원순 시장에 대해 "박원순 시장 같은 시민의 신뢰를 얻어야 하는 정치인이 또 서울시가 지금 시점에서 해야 할 일은 정확한 정보에 기반을 두고 시민을 보호하는 일이어야 한다"며 "그런데 지금 박 시장이나 서울시는 정작 부정확한 정보로 시민의 불안을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A씨는 또 "기자 회견 전에 저한테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전화 한 통 건 적이 없다. 물론 사전통보도 받지 못했다"면서 "박원순 시장, 이번에는 틀렸다. 저는 끝까지 책임을 묻겠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시와 복지부도 관련 내용에 대해 공방을 벌이고 있다.

서울시의 주장대로면 지금까지 복지부가 놓치고 있던 감염 의심자 수천 명이 격리 대상자로 추가된다.

이에 대해 복지부는 "복지부 요청으로 지난 3일 관계자 회의를 개최해 관련 정보를 공유하고 향후 조치사항에 대해 논의했다"며 이 자리에서 "우리 부는 35번 환자(A씨)의 재건축조합 집회 참석 정보를 제공했다"고 반박했다.

이날 회의에서 A씨가 근무하는 병원 측에 대한 코호트 격리방법과 해당 환자의 재건축조합 집회 참석 문제에 대해 논의하고 집회 참석자 명단을 획득하기 위한 서울시의 협조를 당부했다는 것이다.

복지부는 "서울시에서 명단 확보가 어려운 경우 복지부에서 경찰 협조를 구해 확보하겠다고 했다"며 "서울시가 대책을 요구했음에도 복지부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복지부는 또 "A씨는 초기에 증상이 경미했고 모임 성격상 긴밀한 접촉이 아니고 긴 시간이 아니었기 때문에 대규모 인원에 대한 격리조치는 적절치 않다고 판단했다"며 "조합원 명단을 확보하면 메르스 주의 사항을 안내할 계획이었다"고 설명했다.

메르스 의사 A씨가 속한 병원 측도 "자체적으로 대책본부를 꾸려 실시한 역학조사로는 29일에 약간의 기침이 있었지만 30일에는 이런 증상도 없었고, 열은 31일부터 나기 시작했다"면서 "밀접 접촉이 의심되는 경우는 병원 입원환자 10명과 가족을 포함해 약 40~50명 정도로 파악됐다"고 서울시의 주장을 반박했다.

이 병원은 또 "서울시가 문제삼는 심포지엄과 재건축조합 행사에 참석했을 때는 메르스 증상이 전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면서 "서울시가 본인이나 병원에 확인도 하지 않은 채 사실이 아닌 정보를 사실인양 발표했다"고 주장했다.

[신아일보] 전호정 기자 jhj@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