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발생 병원 공개 논란… 정부, 비공개 방침 재확인
메르스 발생 병원 공개 논란… 정부, 비공개 방침 재확인
  • 전호정 기자
  • 승인 2015.06.02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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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조심하게 공개해야" vs "과도한 오해·걱정 양산"
복지부, 메르스 격리자 확인 시스템 개발·보급 검토
▲ 메르스 감염환자가 입원했던 수도권 한 병원의 1일 오후 모습. ⓒ연합뉴스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에 의해 사망자와 3차 감염자까지 발생하면서 이 병의 발생 지역과 환자가 머문 병원 이름의 공개 여부를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

2차 감염자들이 증상 발현 후 찾아간 병원들에 대해서도 같은 논쟁이 벌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한국인 메르스 확진자가 건너간 홍콩에서 우리 정부에 '메르스 환자가 다녔던 한국 병원 이름을 공개할 필요가 있다'며 명단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공개 여부를 두고 공방이 거세지고 있다.

보건 당국은 지난달 20일 첫 메르스 환자 확인 이후 발병 지역과 관련 병원에 대해 비공개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복지부는 2일 정부세종청사 복지부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오늘 오전 회의에서도 일부 병원 공개에 대한 의견이 있었지만, 절대다수에게 병원 명칭을 공개하는 것보다 의료진들이 격리 대상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는 방식으로 의견이 모였다"고 밝혔다.

지역과 병원을 밝히면 주민들 사이에서 공포와 걱정을 키울 수 있고, 해당 병원에 불필요한 '낙인'이 찍히면서 환자들이 내원을 꺼리는 등 피해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보건 당국의 설명이다.

메르스 환자를 당국에 신고해야 할 병원들이 경영상 피해 때문에 환자 입원·내원 사실을 숨겨 방역망에 구멍이 생긴다는 우려도 비공개 이유로 제기되고 있다.

대신 복지부는 격리 대상자나 밀접 접촉자, 메르스 발생 병원 방문 이력자 등이 다른 병원에서 진료를 받을 때, 의료진들이 해당 환자의 진료·방문 이력을 파악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해 보급하겠다는 계획이다.

복지부는 "병원을 공개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을 이런 방식으로 효과적으로 처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메르스가 환자 25명에 3차 감염자까지 나오는 등 확산에 속도가 붙은 만큼, 지역과 병원을 공개해야 한다는 의견도 팽팽하다.

지역과 병원을 공개함에 따라 해당 지역 사회가 적극적으로 확산 방지 및 감염 예방 대책을 세울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도 지난 1일 "메르스 발생 지역과 의료기관 등을 국민에게 공개해 해당 지역 주민과 의료인이 충분한 경각심을 갖고 대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새정치연합 김용익 의원은 "메르스 발생 지역과 의료기관을 비공개로 유지하는 것은 환자와 밀접 접촉자를 포위하는 작전"이라면서 "이런 작전을 쓸 시기는 이미 지나갔고 지자체와 공공시설 등이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외국의 공개 압박도 골칫거리다. 한국인 6명을 포함해 19명의 메르스 감염 의심자를 격리한 홍콩은 우리 정부 측에서 한국 발병 병원 명단을 요구해 이를 자국민에 공개하는 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보건당국은 홍콩 당국이 우리 측에서 병원 명단을 받아 공표한다면, 이 정보가 한국으로 재유입돼 비공개 원칙이 무용지물이 될 수 있어 우려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내 웹사이트와 SNS에서는 '000 지역에 가는 것을 특히 조심해야 한다' '병원에 갔더니 메르스 발병 의료기관 명단을 보여주며 내원 여부를 물었다' 등의 게시물들이 돌고 있다.

한편 복지부는 자가 격리로 생업이 중단되는 대상자들에게 긴급생활복지를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학생들에게는 "격리로 중단되는 학업을 뒷바라지할 방안을 세우고 있다"고 덧붙였다.
 

[신아일보] 전호정 기자 jhj@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