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하베스트 부실 인수' 석유공사 압수수색
검찰 '하베스트 부실 인수' 석유공사 압수수색
  • 박재연 기자
  • 승인 2015.05.12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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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원 전 사장 배임 혐의…자문사 메릴린치도 수색
▲ 검찰이 한국석유공사를 전격 압수수색한 12일 오전 울산시 중구 우정동 한국석유공사 본사의 모습. ⓒ연합뉴스

검찰이 캐나다 정유회사 하베스트 부실 인수 의혹을 받고 있는 한국 석유공사 등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해외자원개발 비리를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임관혁 부장검사)는 12일 오전 9시께 한국석유공사 본사와 강영원 전 사장 자택, 메릴린치 서울지점 등에 검사·수사관 30여명을 보내 압수수색을 진행 중이다.

검찰은 압수수색을 통해 회계자료와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석유공사에 대한 압수수색은 경남기업의 자원개발비리와 관련해 집행된 지난 3월 18일에 이어 두번째다.

하베스트는 이명박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하던 해외자원외교 당시 대표적인 부실 인수 사례로 꼽힌다.

강 전 사장은 2009년 캐나다의 자원개발업체인 하베스트사와 정유 부문 자회사인 노스아틀랜틱리파이닝(NARL) 인수를 무리하게 추진, 회사에 1조원대 손실을 끼친 혐의(업무상 배임)를 받고 있다.

감사원 조사 결과 석유공사의 하베스트 인수로 인한 손실 금액은 1조3300여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감사원은 강 전 사장이 당시 하베스트 인수 계약에 적극적으로 개입한 정황을 포착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강 전 사장은 2009년 10월 하베스트의 유전개발 계열사 인수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하베스트의 정유 부문 부실 계열사 NARL까지 포함해 인수했다.

하베스트 측이 함께 인수해줄 것을 요구하자 강 전 사장은 충분한 검토 없이 NARL도 함께 매수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NARL은 대규모 투자가 없는 한 수익성을 개선하기 어렵고 경영 상황도 심각하게 나빠지던 상황이었다. 당초 석유공사의 인수 대상에서 제외된 NARL을 인수한 데는 강 전 사장이 인수합병 실적을 높이기 위해서라고 검찰은 보고 있다.

특히 당시 석유공사 자문사였던 메릴린치는 NARL의 자산 가치를 시장가격(주당 7.3달러)보다 높은 주당 9.61달러로 평가했다. 그런데도 강 전 사장은 주당 10달러씩 매수하도록 지시했다.

감사원 감사로 경제성을 다시 검토한 결과 NARL의 적정 지분 가치는 9억4100만달러였다. 석유공사가 NARL을 12억2000만달러(1조3700억원)로 평가해 인수한 점을 감안하면 2억7900만달러(3133억원) 가량 '바가지'를 쓴 셈이다.

NARL의 부실 경영이 심해지자 석유공사는 결국 지난해 8월1일 미국 투자은행에 NARL을 9700만달러에 팔았다. 하지만 재고 자산과 정산 금액 등을 고려해 실제 회수할 수 있는 금액은 3500만달러(329억원)에 불과했다.

이처럼 1조3700억원에 산 NARL을 3%에도 못 미치는 338억원에 매각함에 따라 석유공사는 무려 1조3371억원에 달하는 손실을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사실이 드러나자 감사원은 올 1월 강 전 사장을 업무상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석유공사에 대한 수사가 당시 부실 인수를 주도한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로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특히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당시 주무 부처인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으로 재직하며 인수 관련 사항을 보고받고 최종 인수 결정을 내렸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 안팎에서는 '성완종 리스트' 의혹이 불거지며 한동안 숨고르기를 하던 해외자원개발 비리 수사가 석유공사에 대한 강제수사를 기점으로 다시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검찰은 당초 이 사건을 조사부(현 조사1부)에 배당했다가 특수1부로 재배당했다.

[신아일보] 박재연 기자 jypark@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