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 리스트'파장 국정 기능 사실상 마비
'성완종 리스트'파장 국정 기능 사실상 마비
  • 온라인뉴스팀
  • 승인 2015.04.15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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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개혁·경제활성화법·세월호 후속조치·박상옥 인준 등 제동

중요 현안 뒷전으로 밀려
내년총선까지 공방 가능성

전대미문의 '성완종 리스트' 파장이 정치권을 초토화하고 국정 전반으로 빠르게 확산하면서 국정 기능이 사실상 마비되고 있는 형국이다.

15일 사흘째 진행 중인 국회 대정부질문은 리스트에 거명된 이완구 국무총리가 표적이 되면서 '이완구 청문회'로 변질됐다.

대정부질문의 핵심 이슈였던 일본의 역사 왜곡과 독도 영유권 주장,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경제 활성화 방안 등 주요 과제들은 뒷전에 묻히고 말았다.

다음 달까지 여야가 입법을 완료하기로 한 공무원연금 개혁, 1주기를 하루 앞둔 세월호 참사 관련 후속 조치, 각종 경제 활성화 법안 처리, 대법관 장기 공백을 불러온 박상옥 대법관 후보자 인준 문제 등도 제자리에 멈춘 상태이다.

당초 여권은 적어도 박근혜 대통령의 임기 반환점인 8월 전까지 새 정부 출범과 함께 계획했던 주요 국정과제 대부분을 마무리하거나 기반을 다져놓는다는 방침이었다.

특히 청와대는 4대 개혁 과제 가운데 노동 개혁·공무원 연금 개혁을 양대 우선 과제로 설정, 상반기 내에 반드시 달성하겠다는 방침을 거듭 밝힌 바 있다.

그러나 행정부의 관제탑 역할을 하는 국무총리가 리스트 논란의 중심에 섰고 전·현직 청와대 비서실장 등도 거명되면서 여권의 이 같은 계획은 한동안 험로를 피할 수 없게 됐다.

박 대통령이 16일 중남미 순방을 위해 출국하면 국내에서 이 총리가 '국정 2인자'로서 내치(內治)를 통할해야 하지만, 이 총리가 검찰 수사선상까지 오름에 따라 의혹을 말끔히 씻지 않는 한 '식물총리' 신세를 면키 어렵다는 관측이다.

각 분야의 국정 개혁 드라이브도 속력을 잃을 수 밖에 없고 행정부 장악에도 힘이 빠질 수밖에 없는 상황인 셈이다.

더 큰 문제는 이번 사건의 파문이 어디까지 확산할지 누구도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한 마디로 한 치 앞도 분간하기 어려운 '안개 정국'이다.

리스트에 거명된 8명의 여권 인사들은 일제히 "말도 안 되는 얘기"라며 적극적인 해명에 나섰지만, 결과는 검찰 수사를 통해서만 알 수 있고, 수사가 진행되면서 야권 인사들로 불똥이 튈 수도 있다.

현재는 여권 주류인 친박(친박근혜)계만 수사의 표적이 되고 있지만, 성 전 회장이 '충청권의 마당발'로 불린 기업인이었고 금품 로비를 스스럼없이 해온 인물이었다는 점에서 야당과 여권 비박(비박근혜)계의 충청권 인사들도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검찰 수사가 진척되면서 성 전 회장의 다른 리스트나 장부가 발견돼 연루 인사들의 범위가 넓어지면 정치권 전체가 타격을 입고 '식물 국회'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번 검찰 특별수사팀의 수사가 끝나더라도 특별검사팀의 수사가 다시 시작될 공산이 커졌다는 점도 정국의 불확실성을 더욱 짙게 하고 있다.

새누리당 내에서조차 특검 도입은 시기가 문제일 뿐 기정사실처럼 받아들이는 분위기이다.

특검 수사가 시작되면 적어도 올해 상반기는 정치권 전체가 성완종 리스트 논란에서 헤어나오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길게는 특검 수사가 하반기까지 진행될 수도 있다.

무엇보다 이번 사건의 수사 결과는 장기적으로 보면 내년 총선과 내후년 대선까지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여야는 초반부터 양보 없는 기 싸움을 벌이고 있다.

여야는 이날도 화력을 총동원한 공방을 첨예하게 이어갔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이 총리를 포함한 리스트 거명 당사자들의 자진 사퇴와 박근혜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하며 대여 공세를 강화했다.

이에 새누리당은 노무현 정부와 성 전 회장의의 커넥션 의혹을 제기하며 당시 청와대 핵심참모였던 문재인 대표도 검찰 수사를 받으라고 요구하는 등 맞불을 놨다.

다만 야당은 물론 여당 내에서도 비박계를 중심으로 관련자 전원 사퇴나 직무 정지 요구가 나오고 있어 이번 사건은 어떤 정치적 결과를 낳을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혼돈의 국면으로 흘러가고 있다.

[신아일보] 온라인뉴스팀 webmaster@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