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섭 중구청장 “내항 재개발·국제여객터미널 존치해야”
김홍섭 중구청장 “내항 재개발·국제여객터미널 존치해야”
  • 고윤정 기자
  • 승인 2015.04.12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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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항 재개발은 인천 경제발전의 큰 역할을 담당할 것”
“국제여객터미널 중국관광객 전용 여객항으로 육성해야”
▲ 김홍섭 중구청장

해양수산부는 지난달 9일 내항 1·8부두 항만재개발사업계획 및 사업구역지정 고시를 했다. 하지만 인천시 중구 지역주민들은 아직도 끊임없이 정부와 해운업체에 대해 내항 전체 재개발과 국제여객터미널의 중구 존치를 요구하고 있다.

이에 본지는 김홍섭 인천시 중구청장으로부터 내항재개발과 국제여객터미널에 대한 입장을 들어본다.

다음은 김 구청장과 일문일답이다.

▲ 내항 1~8부두 전경.

-구민들이 끊임없이 내항재개발을 요구하는 이유는?

중구는 원도심과 영종·용유 섬 지역으로 구성돼 많은 분들이 잘 아시는 인천국제공항과 인천항, 월미도 등이 위치하고 있다.

저는 영종에서 나고 자란 지역 토박이로 4선 구청장을 역임하며 지역의 곳곳에 누구 못지않은 애정을 가지고 있다고 자부한다. 여느 촌동네와 다름없던 영종도에 국제공항이 들어서면서, 가히 천지개벽에 버금가는 변화를 겪고 있노라면, 발전된 현재와 정겹던 과거 사이에서 어떻게 조화를 이루며 지역을 발전시켜 나가야 하나, 때로는 행복한 고민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이와는 반대로, 중구 원도심은 과거 인천의 중심지로서 번영을 누려왔지만, 끝없는 추락을 거듭하며 인구가 신도시로 유출되는 등 많은 문제들을 겪고 있다. 이 추락에는 여러 요인들이 있겠지만, 문제의 중심에는 바로 내항운영에 따른 환경피해가 있다.

얼마전 오랜만에 월미도를 방문한 어느 가족으로부터 중구에 와 두 번 놀랐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낙후됐던 중구가 그동안 꾸준한 관광인프라 구축으로 차이나타운, 동화마을, 새 단장한 월미도 등이 입소문을 타며 관광객들의 행렬을 이루는 데 한번 놀랐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없이 꼬리를 무는 화물차가 아파트 사이 도심을 통과하며 사람, 승용차와 얽혀 있는 광경에 두번 놀랐다는 것이다.

그도 그럴것이 이처럼 도심 주거지에 화물차가 꼬리를 물며 난폭운전과 소음, 분진을 일으키는 광경은 대한민국 어디에서도 볼 수 없을 터이지만, 이렇듯 열악한 환경에서 생활하면서도 무덤덤한 구민을 보고 있노라면 왠지 서글퍼지기까지 한다.

좋지 않은 환경으로 누군가가 두 번 다시 이용하고 싶지 않은 이 길이 누군가에겐 앞마당이자, 즐거워야 할 창밖 풍경이기 때문이다.

▲ 내항 교통관련(화물차).

-내항이 인천 경제발전의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하는데, 주민들은 왜 해운업계가 빨리 떠나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는가?

새마을운동을 필두로 과거 경제발전이 지상과제로 여겨지던 시절, 수출과 외화벌이는 어떠한 가치에도 우선시 될 수 있었고, 중구 구민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하지만 눈부신 경제발전을 이루며 웰빙(Well-being)문화와 삶의 질이 우선시 되는 지금에 와서도 특정지역 주민에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할 수 있을까? 그렇다면 누가 이해할 수 있을까? 이런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지금 중구에서 벌어지고 있다.

예를 들어 정부에서 발전소를 조성하려고 한다. 누구도 내 뒷마당에 기피시설을 들이려고 하지 않는 탓에 정부는 대규모 발전방안을 포함한 선물보따리를 안기며 반대하는 주민들을 설득하는 일이 관행처럼 여겨지고 있다. 발전소에 의한 피해는 잠재적 위협이다. 사고가 발생하지 않으면 주민에게 돌아가는 피해는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구는 어떠한가? 내항운영으로 생기는 화물차 통행, 소음, 분진, 인구유출, 재산가치 하락 등 막대한 피해는 중구 구민들에게 잠재적 위협이 아닌 이미 도래한 생존의 문제인 것이다.

희생에는 반드시 보상이 따르기 마련이다.

하지만 정부는 40년 가까이 항만운영 과정에서 환경피해를 당해온 주민의 절규를 뒤로한 채 그나마 지역경제를 떠받쳐온 국제여객터미널 마져 아암도로 이전한다고 하니, 이것이야말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이며 엎친데 덮친 격, 점입가경(漸入佳境)이라는 말 밖에는 달리 적절한 표현이 떠오르지 않는다.

이러한 피해를 일으키는 원인에 대해 제대로 된 역학조사는 물론 통계조차 집계되고 있지 않은 실정이나, 구지 거창한 통계를 근거로 하지 않더라도 항상 매캐한 냄새를 뿌리며 거리를 메우고 있는 화물차와 빨래에 앉은 검은 가루 속에서 아이들을 키우고 싶은 사람이 있을까 묻고 싶다.

바닥수준인 환경여건 속에서도 그래도 모든 것을 감내할 수 있었던 것은 잘 살아보자는, 이대로만 하면 잘 살 수 있을 것이라는 국가에 대한 믿음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내항 운영으로 인한 경제성장의 달콤한 열매는 고스란히 항만업계의 이익과 성장으로 이어져, 부두운영사(TOC)는 막대한 부를 축적하며 외형을 부풀려 온데 반해 중구 주민들은 환경악화에 따른 부동산가치 하락, 각종 질병 노출, 공동화 현상을 겪으며 끝없는 쇠락의 길을 걸어왔다.

지난 2000년부터 구청장으로 재임하면서 내항재개발과 주민의 삶의 질 개선을 위해 항만업계와 불가피하게 대립각을 세워왔다. 나의 요구에 대해 항만청은 갑문운영에 따라 수일씩 소요되는 대기시간, 부족한 배후단지, 규모의 경제논리 등에 따라 외항시대가 열리면 내항은 물류 기능을 잃고 지역주민을 위한 공간으로 재개발할 수 있다고 설득해 왔다.

하지만 평택항, 당진항과 남항, 북항 등 외항시대가 열리고 대규모 혈세가 투입된 부두가 제대로 운영되지 못해 정부에서 항만업계에 손실보전금(MRG)을 지급해 주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부두운영사들은 내항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눈앞의 이익에만 급급해 주민의 끝없는 희생을 강요하고 있는 것이다.

부두노동자의 생존권도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이들의 고용이 상용화된 지금의 상황에서 고용에 대한 책임이 부두운영사에 있음은 자명한 것이다.

▲ 내항 비대위 출정식.

-국제여객터미널, 왜 중구에 존치해야 하는가?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를 방문한 외국 관광객이 1400만명을 돌파했다고 한다. 이중 요우커(중국인 관광객)가 600만명에 이르는 가운데 각 기업과 지방자치단체는 이들을 잡기 위해 사활을 걸고 있는 형국이다. 요우커가 다녀간 곳은 전자제품과 화장품 등 주요품목이 동나고 지역의 상권지도까지 바뀌고 있다.

중국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런닝맨’이라는 우리 방송사의 오락 프로그램 부산 감천마을편이 중국에서 방영된 이후로 조용했던 달동네 마을이 주요관광코스로 변모해 활기를 띠고 있는 것을 보면 이들의 영향력이 어느정도인지 짐작해 본다.

이같이 한국 방문관광객이 1400만명인 상황에서 무엇보다 인천 중구에는 이들의 출입문이라 할 수 있는 인천국제공항과 항만이 위치하고 있다.

13억 중국 인구와 지척에 있고 중국 동부 해안도시와 가장 가까운 항로에 있는 이웃나라 한국, 관광객이 한국방문에서 가장먼저 발을 디디는 곳이 바로 인천 중구인 것이다. 영종도는 이미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돼 운영 중에 있고 제1, 2 국제여객터미널이 중구에 있어 접근성면에서 중구는 최고의 강점을 보유하고 있다.

또한 지하철 1호선, 수인선, 제1·2경인고속도로, 제2외곽순환도로 등 교통의 요지이며 주변에 차이나타운, 동화마을, 월미도, 연안부두, 자유공원, 영종·용유 등 풍부한 관광인프라를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터미널 이전이 예정된 아암도는 이러한 기반시설이 전무하다. 다시 말해 기반시설 조성을 위해서는 대규모 혈세가 투입돼야 한다는 의미다. 기반시설과 즐길거리 볼거리 먹거리 등을 갖춘 중구와 모든 것을 새로 만들어야 하는 아암도, 정부의 선택은 ‘그럼에도’ 아암도이다. 마지막으로, 물류경쟁력을 상실한 내항 재개발이 본격화되면, 중구는 세계 어느 관광지와 견주어도 손색없는 명품관광지로 재탄생할 것이라 확신한다.

▲ 내항 전체 조감도.

-그렇다면 인천 내항을 어떻게 활용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정부의 1·8부두 개발 로드맵이 발표되면서 많은 사람들은 내항재개발이 1·8부두에 국한된 것으로 오해하고 있는 것 같다.

당초 구민의 요구는 물류경쟁력을 상실한 내항을 구민에게 돌려달라는 취지였고 진전이 이뤄지지 않자, 8부두의 고철하역이 북항으로 이전하던 2007년 시점에 비어있는 8부두만이라도 우선 개방하자는 주장이 현재에 이르고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듯이 경쟁력을 상실한 내항의 화물취급 기능을 북항과 남항 등으로 이전하고 부산 북항, 일본 요코하마와 같이 정부의 약속을 믿고 희생을 감수해온 구민에게 내항을 돌려줘야 함이 마땅하며, 동시에 국가가 이행해야 할 의무인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내항 전체 재개발에 대한 계획을 수립하고 단계별로 추진해야 할 것이다.

-주민들이 요구하는 내항 재개발과 국제여객터미널 존치에 대한 구청장의 입장은?

정부는 내항재개발 사업추진에 있어서 민간에 모든 사업비를 부담시킬 것이 아니라, 주민의 희생에 대한 보상과 공공성 측면을 감안해 정부에서 충분한 예산투입을 통해 사업 추진가능성을 높여 나아가 내항전체에 대한 개발계획을 조속히 수립하고, 지역경제를 말살하는 국제여객터미널 이전계획을 백지화하는 한편 국제여객터미널을 내항으로 통합·확대해 대 중국관광객 전용 여객항으로 육성해야 한다.

지금 중구 거리 곳곳에는 정부의 무책임한 국제여객터미널 이전계획에 대한 반대와 내항재개발을 촉구하는 현수막들이 걸려있다.

이것은 환경피해로 피폐해진 삶을 살고 있는 주민의 절규이자 눈앞의 이익에만 몰두해 주민의 삶은 안중에도 없는 항만업계에 대한 엄중한 경고임을 정부와 항만업계는 명심해야 할 것이다.

[신아일보] 인천/고윤정 기자 yjgo@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