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없이 연애한 기분 끝내고 나니 허전해”
“정신없이 연애한 기분 끝내고 나니 허전해”
  • 온라인뉴스팀
  • 승인 2015.02.22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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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펀치’ 이태준역 조재현
 

“연기라는 게 여자랑 연애를 하는 것과 비슷한데, ‘펀치’는 정신없이 연애를 한 기분입니다.”

시청률을 넘어서는 화제를 일으키며 지난 17일 인기리에 종영한 SBS TV ‘펀치’의 주인공 조재현은 이렇게 말하며 “많이 허전하다”고 밝혔다. 조재현은 지난 3개월 뼛속까지 ‘촌놈’이자 권력에 대한 허기로 밤잠을 못 이루는 검찰총장 이태준으로 살면서 시청자의 혼을 쏙 빼놓았다.

그가 ‘갱상도’ 사투리에 실어나르는 이태준의 징글징글한 탐욕과 포기를 모르는 집요함, 그릇도 씹어먹어버릴 것 같은 식욕과 그럼에도 살아있는 한가닥 절절한 인간미는 매 순간 감탄을 자아냈다.

조재현은 “매번 새로운 작품을 할 때마다 새로운 스태프, 이야기와 새로운 연애를 시작하는 것 같다. 처음에는 많이 낯설고 서로 못믿어 신뢰도 안가고 하는데 ‘펀치’는 그러다 4~5부를 찍으며 작가와 드라마를 확 믿게 됐다”며 “그때부터 제대로 된 연애를 한 셈인데 정신없이 빠져서 연애를 한 기분”이라고 비유했다.

어떻게든 살아남으려 발악하던 이태준은 마지막회에서 이젠 더이상 빠져나갈 수 없는 막다른 골목에 몰리자 수갑을 순순히 받았다.

다만, 자신이 수갑을 차기에 앞서 병역비리에 살인미수를 저지른 윤지숙(최명길 분) 특별검사만큼은 자기 손으로 잡아넣고 말리라 다짐했고 결국 성공했다.

조재현은 “이태준다운 결말”이라고 말했다.

“이태준은 오로지 성공을 위해 살아왔고 그러다보니 이런저런 짓을 저질렀는데 자기가 보기에 윤지숙은 자기보다 더 나쁜 인간인 겁니다. 너무나 좋은 집안에서 태어나 어려움을 모르고 특권층으로 살다가 특별검사까지 된 윤지숙이 사실은 나쁜 짓을 해놓고 깨끗한 척하는 꼴을 못 보겠는거죠. ‘공주님’의 실체만큼은 까발리고 가겠다는 거죠.”

‘펀치’는 이태준-박정환, 이태준-조강재(박혁권)가 그리는 남자들의 진한 우정으로도 화제를 모았다.

조재현은 이들의 관계를 “연인 관계”라고 정의했다. 그런데 그 성격은 많이 달랐다.

“이태준에게 조강재는 20년간 말을 아주 잘 듣는 여자와 같아요. 하지만 머리가 좀 떨어지죠. 조강재는 세 개를 시키면 한 개만 해오거든요. 그래서 곁에는 두지만 매력은 없어요. 그런데 뒤늦게 만난 박정환은 하나를 시키면 두 개를 해오면서 이태준을 긴장시키죠. 자기 머리 위에서 자신을 갖고 노는 것 같기도 한데 충성은 해주니 굉장히 매력적인 거죠. 남녀관계에서도 긴장감이 중요하듯, 이태준과 박정환의 관계는 그런 긴장감이 살아있는 연인관계였죠.”

이태준은 구속되느라, 박정환은 쓰러져 입원하느라 둘은 마지막을 함께하지 못한다. 이태준은 그길로 징역 10년형을 선고받고, 박정환은 그길로 세상을 떠나면서 둘은 박정환이 이태준에게 남긴 작별 영상을 통해 마지막 인사를 나눈다. 이 영상을 통해 둘은 서로를 향해 소주잔을 기울인다.

조재현은 “원래 대본에는 소주를 마시며 ‘잘가라 정환아’하고 마는데 뭔가 아쉬웠다. 마침 정환이가 귀마개를 거론하길래 ‘귀마개가 그리 좋아보이드나. 날 추워지믄 니 생각하며 내 꼭 귀마개 하꾸마’라는 이태준의 대사를 내가 추가해 넣었다. 애초에 귀마개를 하고 나온 게 내 아이디어이기도 했고…”라고 말했다.

그는 이 드라마에서 숱한 ‘먹방’으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특히 짜장면을 많이 먹었는데 너무 맛있게 먹어서 매번 시청자의 군침을 자극했다.

“짜장면은 정말 많이 먹었어요. 처음에는 몇 그릇인가 세어봤는데 뒤로 가면서는 못 세었네요.(웃음) 원래 못살았던 사람들이 성공해서도 먹성이 좋아요. 잘 먹어요. 못먹던 시절이 떠올라서. 이태준도 가난하게 컸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뭐든 잘 먹죠. 그러다보니 저도 배터지게 짜장면을 먹었네요.”

이태준은 수갑을 차는 순간까지도 ‘먹방’을 보여줬다. 형이 자살하기 전 남긴 유품으로, 책상 서랍 속에 고이 넣어두었던 칡을 또다시 꺼내 회한 속에 한입 베어 문 것이다.

“그 칡은 사실 계속 바뀌었어요. 굵기와 길이가 달라서 자세히 보셨으면 아마 알아채셨을 겁니다.(웃음) 계속 같은 칡을 놓고 촬영할 수가 없었거든요.”

한편 촬영 내내 대본이 너무 늦게 나와 생방송 수준으로 간신히 방송을 이어가던 ‘펀치’는 결국 마지막회에서 사고를 내고 말았다. 화면 정지 등 방송사고가 세 차례 난 것이다.

이는 마지막회가 방송되던 17일 낮까지도 촬영을 진행한 후 겨우겨우 편집을 해 밤 10시 드라마 시간에 맞춰 완성본을 보내는 과정에서 마무리가 잘 안된 탓이다.

조재현은 “대본도 늦게 나왔지만 교통사고, 수술장면 등 CG가 상당히 많았는데도 그정도 사고밖에 안 난게 신기할 정도”라며 “어떻게서든 만들어내는 지금의 드라마 제작 시스템은 정말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렇게 옥에 티가 있었지만 ‘펀치’ 팀은 17일 밤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마지막회를 함께 보면서 종방연을 기분좋게 진행했다.

조재현은 “잘된 드라마가 늘 그렇지만 ‘펀치’ 종방연 분위기가 정말 좋았다”고 전했다.

그러나 종방연에 박경수 작가는 참석하지 않았다. 박 작가는 ‘펀치’의 마지막 대본에 연기자들에 대한 고마움을 표시했을 뿐, 종방연 불참으로 끝내 작품에 대한 소회는 밝히지 않았다. 그는 탈고한 후 부산으로 내려가 휴식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재현은 ‘펀치’의 메시지에 대해 “드라마에도 나왔지만 박정환(김래원)의 딸 예린이가 사는 세상은, 우리 자식들이 사는 세상은 건강한 세상이 되길 바라는 마음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신아일보] 온라인뉴스팀 webmaster@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