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 인질범, 경찰 투입 전 이미 막내 의붓딸 살해
안산 인질범, 경찰 투입 전 이미 막내 의붓딸 살해
  • 문인호 기자
  • 승인 2015.01.14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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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엔 아버지 주검·바로 옆엔 동생 시신…'생존' 큰 딸 정신적 충격 상당

▲ 13일 오후 경기도 안산에서 자녀들을 상대로 인질극을 벌인 4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힌 후 방안에서 흉기에 찔려 숨진 채 발견된 B(49)씨의 시신이 차로 옮겨지고 있다. ⓒ연합뉴스

안산에서 인질극을 벌인 인질범은 경찰이 출동하기 전 이미 의붓 막내딸을 살해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동생의 시신 옆에서 자신의 목에 흉기를 대고 있는 인질범과 같은 방에 있었던 큰 의붓딸(17)은 아직도 정신적인 충격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사건을 수사 중인 안산 상록경찰서는 인질 살해 피의자 김모(47)씨가 지난 13일 오전 경찰이 투입되기 전 막내딸을 살해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14일 밝혔다.

김씨는 지난해 8월부터 별거 중인 부인 A(44)씨가 휴대전화를 받지 않자 지난 12일 오후 3시부터 3시30여분 사이 안산시 상록구에 있는 A씨 전남편 B(49)씨 집을 찾았다.

B씨 지인 C(32)씨에게는 'B씨 동생이다'고 속이고 집으로 들어간 김씨는 바로 부엌에 있던 흉기로 C씨를 위협해 결박한 뒤 작은방에 감금했다.

▲ 13일 오후 경기도 안산에서 별거 중이던 아내를 불러달라며 자녀들을 인질로 잡고 경찰과 대치한 40대(붉은 원)가 검거돼 경찰서로 이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이어 B씨가 이날 오후 9시경 집에 돌아오자 흉기로 목 등을 수차례 찔러 살해한 뒤 시신을 욕실에 방치했다.

오후 11시까지 차례로 의붓 막내딸과 큰딸이 집에 오자 넥타이 등으로 묶어 C씨와 함께 작은방에 가뒀다.

김씨에게 인질로 잡힌 이 자매들은 평소 김씨를 '삼촌'이라고 불렀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김씨는 부인 A씨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A씨가 김씨 전화번호를 수신거부 설정해놓았기 때문에 연결되지 않았다.

그리고 다음날인 13일 오전 9시17분경 큰딸 휴대전화기를 이용해 A씨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또 연결되지 않았고, 3분 뒤 A씨가 큰딸에게 전화를 걸어오자 인질극 사실을 알렸다.

오전 9시32분에서 38분 사이, 인질들이 결박을 풀고 김씨에게 저항하다가 다시 제압당하기도 했다.

이어 김씨는 오전 9시38분경 A씨가 전화를 받지 않자 막내딸을 흉기로 찌른 뒤 목을 졸라 살해했다.

그리고 그 동안 A씨는 김씨의 인질극 사실을 경찰에 신고했다.

큰 딸은 김씨가 연결해준 엄마와의 통화에서 "(김씨가)목에 칼을 대고 있다. 경찰이 들어오면 나도 죽인다고 했으니 제발 경찰 들어오지 말라"며 공포감을 표출하기도 했다.

▲ 경찰특공대원들이 13일 오후 인질극이 발생한 경기도 안산시 상록구의 한 다세대주택으로 진입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은 오전 10시15분 경찰이 개입한 사실을 김씨에게 처음 알린 뒤 통화를 계속하며 협상을 이어갔다. 

경찰은 '엄마와 통화가 되지 않자 동생을 흉기로 찔렀다'는 큰딸의 진술과 오전 9시 38분부터 52분 사이 '14분'이 김씨와 A씨간 통화가 이뤄지지 않은 가장 긴 시간인 점과 김씨의 진술 등으로 미뤄봤을 때 이 시점에 김씨가 막내딸을 살해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경찰은 오전 10시15분 경찰이 개입한 사실을 김씨에게 알리고 통화를 하며 협상을 이어갔다.

막내딸의 시신을 옆에 방치한 채 큰 딸과 C씨를 인질로 삼은 김씨는 이 때부터 5시간동안 경찰과 대치하다 오후 2시30분경 특공대에 검거됐다.

현재 의료기관에서 보호 중인 큰딸은 아직 정신적인 충격에 피해자 진술을 전혀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인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김씨에 대한 사건 경위 조사가 마무리되는대로 인질살해 등의 혐으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계획이다.

[신아일보] 안산/문인호 기자 mih2580@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