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아 "내가 뭘 잘못했냐" 국토부 조사 전 과정 방해
조현아 "내가 뭘 잘못했냐" 국토부 조사 전 과정 방해
  • 전호정 기자
  • 승인 2015.01.07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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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사무장이 사과해야지" 담당상무 질책
檢,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추가
미국 공항 CCTV에 '땅콩회항' 상황 찍혀
▲ 검찰은 7일 항공보안법상 항공기항로변경, 항공기안전운항저해폭행과 형법상 강요, 업무방해 등 혐의로 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을 구속 기소했다. (사진=연합뉴스)

'땅콩 회항' 사건으로 구속된 대한항공 조현아 전 부사장이 사적 지위를 남용해 국토부 조사 전 과정에 걸쳐 개입해 부실조사가 이뤄지도록 방해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서부지검 형사5부(이근수 부장검사)는 7일 항공보안법상 항공기항로변경, 항공기안전운항저해폭행과 형법상 강요, 업무방해 등 혐의로 조 전 부사장을 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특히 조 전 부사장이 국토부 조사가 진행된 지난달 8∼12일 대한항공의 조직적인 사건 은폐·조작 시도에 조 전 부사장의 역할이 컸다고 보고 그를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추가 입건했다.

또 검찰은 사건 발생 직후부터 증거인멸을 주도하고 국토부 조사를 방해한 혐의(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증거인멸·강요)로 대한항공 객실승무본부 여모(57) 상무와 여 상무에게 조사 내용을 넘겨준 혐의(공무상 비밀누설)로 국토부 김모(54) 조사관도 구속기소했다.

조 전 부사장은 사무장 등 다른 직원들이 국토부 조사를 받는 내내 여 상무로부터 조사 진행 상황과 계획은 물론, 일등석 승객을 회유한 경과 등에 대해 실시간으로 보고받았다.

그런데도 조 전 부사장은 국토부 조사 첫날인 지난달 8일 저녁 여 상무에게 조사 상황 보고를 받은 뒤 '내가 뭘 잘못했느냐, 매뉴얼을 제대로 숙지하지 못해 내리게 한 게 뭐가 문제냐. 오히려 사무장이 (나에게) 사과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취지로 꾸짖는 등 '지시성 질책'을 수차례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날은 여 상무가 박창진 사무장이 조사를 받던 국토부 조사실에 19분간 동석했던 날이다.

조 전 부사장은 또 여 상무에게 '사태 잘 수습하세요'라는 취지로 지시했고, 여 상무는 '법 저촉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라고 보고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 관계자는 "국가기관의 조사를 조직적으로 방해했고 이로 인해 부실조사라는 결과가 초래됐기 때문에 여 상무와 함께 국가기관의 조사를 방해한 '공동정범'이 성립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검찰은 조 전 부사장이 사건 발생 초기부터 조직적으로 사건 은폐에 직접적으로 개입했고, 사무장에 대한 폭력 행사와 회항 지시 사실 자체를 부인하면서 거짓말로 일관해온 것으로 결론내렸다.

 
검찰은 미국 JFK 공항 폐쇄회로(CC)TV에 찍힌 지난달 5일 사건 당시의 KE086편의 램프리턴 상황을 항공기항로변경죄의 증거자료로 법원에 제출할 방침이다.

이 동영상에는 당시 게이트를 떠나 활주로 쪽으로 10m가량 이동한 항공기가 갑자기 3분간 멈춰 있다가 다시 되돌아가고, 조금 후에 재출발하는 상황이 고스란히 찍혀 있다.

조 전 부사장은 지난달 30일 열린 법원의 영장실질심사에서 "사무장에게 ‘내려라’라고 말했을 때는 비행기가 이륙을 위해 이동하고 있었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하지만 검찰은 "항공기 출입문을 폐쇄한 시점부터 운항이 시작된다"며 조씨 진술과 상관없이 사무장 진술이나 당시 항공기가 이동하고 있었던 것이 촬영돼 있는 동영상, 다른 사람들 진술을 통해 비행기는 분명히 이동중이었다"며 조 전 부사장의 주장을 일축했다.

한편 검찰은 조 전 부사장의 일등석 무료 탑승 의혹과 국토부 공무원들의 항공기 좌석 승급 특혜 의혹 등에 대해 추가 수사할 예정이다.

[신아일보] 전호정 기자 jhj@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