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피해 할머니 55명 마지막 수요집회
위안부 피해 할머니 55명 마지막 수요집회
  • 문경림 기자
  • 승인 2014.12.31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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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에 맺힌 한 내년엔 꼭 풀어드릴게요"
▲ 제1159차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가 열린 3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중학동 주한일본대사관 앞에서 길원옥(오른쪽), 김복동 할머니가 올해 별세한 위안부 피해자 황금자, 배춘희 할머니 영정 앞에서 묵념하고 있다. ⓒ연합뉴스

"고(故)황금자 할머니, 고 배춘희 할머니. 가슴에 맺힌 한을 풀어드리지 못하고 눈을 감으시게 해 죄송합니다"

서울 종로구 중학동 일본 대사관 앞에서 31일 정오 올해 마지막 수요집회가 개최됐다.

이날 열린 1159번차 수요집회는 올해 세상을 떠난 위안부 피해자 고 황금자·배춘희 할머니의 넋을 기리는 추모제로 열렸다.

시민 2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이날 집회는 묵념과 헌화, 추모사 낭독 순으로 이뤄졌다.

올해 황금자·배춘희 두 할머니가 사망함으로서 현재 정부에 등록된 위안부 피해자 239명 중 생존자는 모두 55명(국내 50명·해외5명)이다.

환한 모습의 두 할머니의 영정사진은 노란색 나비로 장식됐고, 양 옆으로는 사진 대신 '이름없이 희생된 일본군 피해자들의 명복을 빕니다'라는 문구가 담긴 빈 액자가 놓였다.

묵념과 헌화를 마친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길원옥 할머니를 비롯 학생, 어린이, 직장인, 외국인 등 많은 사람들은 숙연한 분위기로 종종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 일 오후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2014 돌아가신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추모제 및 1159차 일본군 '위안부'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집회에서 참가자들이 헌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미향 정대협 상임대표는 "올해는 첫날인 1월 1일 수요집회를 열었고 마지막날인 오늘도 수요집회로 마감하는 특별한 해"라며 "하지만 결국 할머니들이 원하는 일본정부의 공식사죄과 법적 배상을 받지 못한 채 또 한 해를 넘기게됐다"고 말했다.

윤 상임대표는 "내년이면 수요집회가 23돌을 맞는데 더 이상 집회를 하지 않아도 되는 날이 빨리 왔으면 한다"며 "해방·2차대전 종전 70주년, 굴욕적인 한일협정 체결 50주년이기도 한 내년에는 할머니의 뜻을 꼭 이뤄드리자"고 강조했다.

황금자 할머니의 집에 찾아가 봉사활동을 했다는 최은영씨는 "할머니의 굽은 등과 앙상한 몸을 볼 때면 늘 죄송한 마음이 들었고 가끔 주먹을 불끈 쥐고 가슴을 세게 치실 때는 가슴이 아팠다"며 "그 가슴의 한을 못 풀어드려 죄스럽기만 하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나눔의 집'에서 일하면서 배춘희 할머니를 만났다는 일본인 무라야마 잇페이씨는 "배 할머니는 노래를 참 좋아하고 옷 차림새에도 개성이 있는 재주 많은 분이셨지만 과거 겪은 아픔으로 외로움과 고독을 많이 느끼셨다"고 추억했다.

[신아일보] 문경림 기자 rgmoon@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