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 유서 공개 "靑서 회유"…최모 경위 타살 혐의점 없어
유족, 유서 공개 "靑서 회유"…최모 경위 타살 혐의점 없어
  • 한철전 기자
  • 승인 2014.12.14 18: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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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민정라인서 회유하려 했다…유서내용 제대로 보도해달라" 당부

▲ 14일 오후 최모 경위의 빈소가 차려진 서울 명일동성당에서 유가족이 기자회견을 열고 유서에 담긴 내용을 공개하고 있다. ⓒ연합뉴스

'청와대 문건' 유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던 중 스스로 목숨을 끊은 서울경찰청 정보1분실 최모(45) 경위의 유가족이 유서를 공개했다.

최 경위의 유서 공개 여부를 두고 입장 차이를 보였던 유족 측은 이날 오후 빈소가 차려진 명일동 성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 경위가 남긴 유서 내용을 공개했다.

최 경위 부인은 전날 오후 유서 내용을 절대 외부에 공개하지 말아달라는 의견을 경찰에 전달했다.

반면, 최 경위의 형 등 다른 유족들은 "추후 보도자료 형식으로 유서를 언론에 공개하겠다"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열어 유서 공개 여부를 두고 명확한 입장이 정리되지 못한 모습을 보였다.

이날 유족들은 최 경위가 남긴 유서 14장 가운데 가족에게 남긴 내용을 제외한 8장의 복사본을 취재진에게 공개했다.

최 경위의 형은 유서를 공개하면서 "청와대 민정라인에서 동생(최 경위)을 회유하려 했다"며 언론들이 유서 내용을 제대로 보도해줄 것을 당부했다.

청와대 문건 외부 유출 혐의로 지난 9일 체포됐다가 12일 구속영장이 기각돼 풀려난 최 경위는 13일 오후 2시 30분께 고향집 부근인 경기도 이천시 설성면 장천리 한 주택 앞에 세워진 승용차 운전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한편, 최영덕 이천경찰서장은 이날 오후 5시경 경기도 이천경찰서 4층 강당에서 브리핑을 열고 최 경위의 부검결과를 발표했다.

최 서장은 이날 "최 경위의 큰형 등 가족 3명과 국과수 원장 등 부검의 6명 등의 입회 아래 부검이 실시됐다. 사인은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보인다는 소견을 받았다"며 "일산화탄소 농도 50∼60%가 치사량인데 최 경위의 경우 일산화탄소 농도가 75%로 나왔다"고 밝혔다.

이어 최 서장은 "최 경위의 행적, 부검 결과 등을 종합해 볼 때 타살 혐의점은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최 경위가 남긴 유서 14장 가운데 유족들에게 남긴 내용을 제외한 8장 분량의 전문이다.

저를 알고 있는 모든분들께 최근 일련의 일들로 인해 신경 써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수많은 언론인들이 저를 비난하고 덫으로 몰고가고 있지만 저에 대한 믿음과 신뢰를 보내주신 것은 감사드립니다.

경찰 생활하면서 16년 동안 월급만 받아 가정을 꾸리다보니 대출 끼고 현재 전세를 살고 있는 것이 대한민국의 현실입니다.

그리고 경찰 생활을 하며 많은 경험을 했지만 이번처럼 힘 없는 조직임을 통감한 적이 없습니다. 힘없는 조직의 일원으로 이번 일을 겪으면서 많은 회한이 들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당당하게 공무원 생활을 했기에 지금은 행복합니다.

제가 정보관으로 활동하면서 많은 사람들을 접하였으나 그중에서 진정성이 있던 아이들은 세계일보 ㅇㅇㅇ과 조선일보 ㅇㅇㅇ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번 사태에서 'BH 국정 농단'은 저와 상관 없고 단지 세계일보 ㅇㅇㅇ 기자가 쓴 기사로 인해 제가 이런 힘든 지경에 오게 되고 조선일보 ㅇㅇㅇ은 제가 좋아했던 기자인데 조선에서 저를 문건 유출의 주범으로 몰고가 너무 힘들게 됐습니다.

그리고 제가 동료이자 아우인 ㅇㅇ이가 저와 친하다는 이유 하나 때문에 이런 소용돌이 속으로 들어오게 된 것은 정말 미안하게 생각합니다. 세상의 멸시와 경멸은 참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진실은….

세계일보 ㅇㅇㅇ 기자도 많이 힘들 텐데 "내가 만난 기자 중 너는 정말 순수하고 맑은 영혼을 가진 동생이었다 그동안 감사했다"

ㅇㅇ에게

너무 힘들어 하지 마라. 나는 너를 이해한다. 민정비서관실에서 너에게 그런 제의가 들어오면 당연히 흔들리는 것은 나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제 내가 이런 선택을 하게 된 것은 너와 나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회사 차원의 문제이나 이제라도 우리 회사의 명예를 지키고 싶어 이런 결정을 한다. 너무 힘들었고 이제 편안히 잠 좀 자고 쉬고 싶다 .사랑한다 ㅇㅇ아.

절대 나로 인해 슬퍼하지 말고 너의 가족을 위해 최선을 다하여라. 그리고 부탁하 건데 내가 없는 우리 가정에 네가 힘이 되어주길 바란다. ㅇㅇ아, 나는 너를 사랑하고 이해한다 사랑한다 ㅇㅇ아.

언론인 들어라.

훌륭하신 분들이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생활하시죠.

저널리즘! 이것이 언론인들의 존재하는 이유입니다! 부디 잃어버린 저널리즘을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나는 새로운 삶에 대한 호기심이 나를 짓눌러 이렇게 극단적인 선택을 합니다.

[신아일보] 이천/한철전 기자 cjhan2000@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