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은빛 억새군무 장관' 이 가을 가기 전에 꼭 한번 들러 보자
'금은빛 억새군무 장관' 이 가을 가기 전에 꼭 한번 들러 보자
  • 박재영 기자
  • 승인 2014.10.30 13: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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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의 끝자락 단풍 절정… 사자평원 은빛 억새군무 장관
여름에도 얼음 어는 ‘얼음골’ 케이블카 주변 자연명소 산재
 

[신아일보=밀양/박재영 기자] 산속에 내가 흐르면 그야말로 금상첨화다.

삼남의 금강이라 불리우는 재약산은 옥류동천과 금강서천의 두 계곡이 정맥으로 흐르는 영남알프스의 준봉 중 가장 으뜸인 영산으로 사자봉(1189m), 수미봉(1090m), 향로봉(1091m)의 세 봉우리가 삼각을 이루면서 호국성지 대가람 표충사를 품고 있다.

그 한가운데 수백만평의 초원지대인 사자평을 포용하고 동쪽으로는 홍룡폭포와 층층폭포, 천길 단예를 이루는 천길 바위를 끼고 서쪽으로는 태고적 신비를 그대로 간직한 가마불 협곡과 오천 평 반석을 융단삼아 시리도록 청아한 호박소, 한여름에도 얼음이 어는 얼음골 등 자연이 빚은 천혜의 자연경관을 품고 있다.

금·은빛 억새 물결이 장관을 이루는 사자평은 생태계의 보고로 현재까지 알려진 우리나라 고산습지 중에서 가장 넓은 산지습지(산들늪)로 자리 잡고 있다.

 
영남알프스 준봉 중 가장 으뜸인 재약산은 산세가 수려해 전국의 산악동호인들로부터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으로 산행은 여러 길이 있으나 가을 단풍에 취해 빼어난 산세의 경관을 음미하기 위해서는 표충사 동편 옥류동천을 따라 홍룡폭포, 층층폭 구름다리를 건너 은빛 억새 군무가 장관을 이루는 사자평을 밟고 수미봉, 사자봉으로 오르는 코스를 추천하고 싶다.

또 산행에 무리가 따르는 노약자, 부녀자 등은 얼음골 케이블카를 이용 얼음골, 가마볼협곡, 호박소 등 재약산 서쪽 얼음골계곡 천혜의 비경을 감상할 수 있는 가벼운 트래킹코스를 권하고 싶다.

신라 흥덕왕 4년(829년) 임금의 셋째왕자가 나병 치료를 위해 전국의 영산약수를 찾아다니던 중 이곳 표충사(창건당시 죽림사)에서 약수를 마시고 환부를 씻어 완쾌됐다고 해 절 이름을 영정사로 부르게 하고 이 절을 표용한 산은 만 가지 약초가 자생하는 산이라 해 흥덕왕이 친히 재약산이라 제수했다는 전설이 구전으로 전해오고 있다.

재약산 영봉인 사자봉에 올라서면 시계에 펼쳐지는 경관은 자연이 빚어놓은 한편의 동양화로 북으로는 가지산, 운문산, 문복산, 동으로는 간월·신불·영취산, 남으론 향로·관음·문수봉 등 해발 1000m가 넘는 준봉들이 마치 군웅할거 하는 모습으로 위용을 뽐내고 있다.

사자봉은 해발 1189m의 지리적 위치로 자리 잡아 울산 간절곶보다 해돋이를 조금 더 빨리 볼 수 있으며, 정동진보다 더 뛰어난 일출·월출의 장관을 볼 수 있는 명소다.

 
◇재약산 능선을 따라 이어진 하늘정원, 억새길을 걸어보자

재약산 사자봉 동쪽으로 수비봉을 끼고 있는 사자평원에 수려하게 펼쳐진 영남알프스 하늘정원 억새길은 능동산과 배내고개, 간월산, 간월재, 신불산, 영축산을 거쳐 다시 수미봉과 사자봉으로 이어지는 30km에 이르는 국내에서 가장 긴 억새탐방길이다.

사계절의 각기 다른 풍광을 빚어내는 재약산은 사자봉을 정점으로 동편 수미봉을 품은 사자평원을 밟고 일렁이는 금·은빛 억새 물결을 감상하며 즐기는 산행은 사색하기에 딱 좋은 힐링코스다.

바람과 햇빛에 따라 금·은빛으로 변하는 사자평 가을철 억새는 바람에 춤추는 군무가 ‘광활한 평원의 가을파와 같다’ 해 ‘광평추파(廣坪秋波)’라 했던 이곳 사자평의 억새 속살을 품으며 가을의 정취에 취해 일상의 피로해진 심신을 고르다보면 해탈의 경지에 이른 신선이 된 느낌이 들 정도다.

사자평은 2007년에 꼭 보전해야 할 한국의 자연문화유산으로 선정된 생태계의 보고다.

하산은 사자봉과 수미봉 사이 잘룩이를 지나 내원사 방향코스와 진불암에서 천길바위를 지나 표충사, 또는 산행은 험하지만 얼음골 케이블카 상부승강장 녹산대를 비켜 병풍바위(너덜겅)를 타고 얼음골 방향 코스도 권해 볼만 하다.

현재 자연생태계보호를 위해 사자봉에서 케이블카 상부 승강장 하늘정원 녹산대 진입이 금지되고, 녹산대에서 사자봉 코스 출입이 통제되고 있다.

 

◇얼음골 케이블카… 영남알프스 비경을 한눈에

재약산 가을산행의 백미는 뭐니 뭐니 해도 얼음골 케이블카를 타고 단풍과 일렁이는 바람에 금·은빛으로 변하는 억새의 풍광을 감상하면서 가마볼 협곡 단애와 오색단풍이 화려하게 물들은 만산홍엽의 얼음골 계곡 조망은 빼놓을 수 없는 필수 코스다.

재약산 사자봉 서쪽자락에 위치한 얼음골 케이블카는 선로 길이만 1751m에 달하는 국내 최장의 50인승 왕복식 케이블카로, 운행간격은 10분, 한번에 50명을 태울 수 있는 국내유일의 4선 교주식으로 흔들림 없이 편안하게 관광을 즐길 수 있다.

해발 1020m의 케이블카 상부 승강장에서 테크로드를 따라 10여분 거리에는 재약산을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인 하늘정원 녹산대에 서면 시야에 가장 먼저 사자봉의 위용이 들어오고 발아래 얼음골 계곡에 만산홍엽의 오색단풍이 출렁인다.

맞은편으로는 백운·가지산 자락 허리를 휘감고 있는 관광도로 위로 흰 바위 모습이 마치 호랑이 형상과 닮아 붙여진 얼음골 수호신인 백호바위에 암벽등반을 즐기는 클라이머들을 볼 수 있다.

 

◇얼음골과 가마볼 협곡·호박소 등 관광명소 즐비

케이블카 하부 승강장 인근에는 삼복더위에도 얼음이 얼고 계곡에 냉기가 흐르는 천연기념물 제224호로 지정된 얼음골과 얼음골 결빙지에서 우측으로 15분 거리에는 거대한 절벽이 태고적부터 흘러내린 계곡 물에 의해 두터운 암반이 깎여 나가 계곡이 마치 가마솥을 걸어 놓은 아궁이처럼 생겼다 해 붙여진 가마볼협곡이 자라잡고 있다.

암·수 가마볼협곡에서 수십 미터를 미끄러지듯 쏟아지는 시원한 폭포수는 병풍처럼 둘러선비경을 감상하고 산자수명(山紫水明)의 압축판, 오천 평 반석과 시리도록 맑은 호박소로 발길을 옮겨보자.

10여 분을 걸으면 밀양의 산자수려함을 함축해 보여 주는 호박소에 도착한다. 호박소는 밀양8경 중 하나로 백옥같은 화강암이 수십만 년 동안 물에 씻겨 커다란 소(沼)를 이루어 그 모양이 마치 방앗간에서 쓰던 절구의 일종인 호박을 닮았다 해 호박소라 불린다.

호박소에서 석남터널을 향해 20분 정도 산을 오르면 오천평반석이 모습을 드러낸다. 폭포가 만든 물구덩이와 너럭바위의 넓이가 5000평에 달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 거대한 바위 하나가 계곡 전체를 형성하고 있는데 넓게 펼쳐진 계곡은 화강암으로 마치 융단을 깔아 놓은 듯하며, 미끄러지듯 흘러내리는 물줄기들은 소반에 구술을 굴리듯 요란하다. 앞을 다투며 내려오는 물결은 성급한 마음에 하늘로 치솟아 오르며 은빛 햇살을 밀어내는 장관을 연출하기도 한다.

표충사를 기점으로 옥류동천을 거슬러 층층폭포, 사자평을 밟고 수미봉, 사자봉, 금강서천으로 하산하는 산행시간은 보통걸음으로 5시간 정도 소요되며 산행 안내 깃발과 표지판이 완벽해 웬만한 초보자도 별 무리 없이 산행을 즐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