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후보자 사퇴, 진실 밝힐 기회는 줬어야
문후보자 사퇴, 진실 밝힐 기회는 줬어야
  • 주장환 기자
  • 승인 2014.06.24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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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두절미식 KBS보도 양태, 진실 규명 필요
국회 임명동의 요청안한 대통령도 문제

문창극 총리 후보자가 스스로 물러났다. 그는 물러나면서 "친일·반민족이라는 보도에 가족이 큰 상처를 받았다"고 말했다.

또 "국회는 청문회 개최할 의무 있으며 그 법은 국회의원이 직접 만든 것"이라는 말도 했다. 나아가 언론에 대해서도 "사실 보도가 아니라 진실보도가 우선"이라고 꼬집었다.

문후보자의 자격 논란은 지난 11일 KBS의 보도 때문이다.

당일 KBS 뉴스는 "문창극 후보자가 교회 강연에서 일제의 식민 지배와 이어진 남북 분단이 하나님의 뜻이란 취지의 발언을 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단언했다.

그러나 MBC가 20일 밤 '긴급대담 문창극 총리 후보자 논란'을 방영한 뒤 시청자들은 내용이 상당히 왜곡됐다는데 주목하기 시작했다.

게시판에는 문후보자가 마녀사냥 당했다는 식의 내용이 주를 이뤘으며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는 분위기다.

KBS의 '무리한 짜깁기 왜곡 보도는 이세강 보도본부장, 최영철 앵커, 홍성희 기자가 주도한 것'이라고 미디어 워치는 보도하고 있다.

이세강 보도본부장은 지난 5월 임창건 보도본부장이 세월호 설화로 퇴임하자 후임을 맡았으나 14일 만에 사표를 제출, 길 사장의 퇴진을 주장해 왔으며 길사장 퇴진 이후에 보도본부장을 맡고 있다.

문 후보자가 친일·반민족주의자라는 주장도 억지 주장일 가능성이 높다.

조부가 독립유공자 문남규 선생이라는 근거가 나타났기 때문이며 강연 자료에 친일로 규정할 만한 대목은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단지 기독교인이 아닌 사람들이 들을 때는 모든 사안에 대해 하나님의 뜻을 지나치게 갖다 붙인다는 느낌이 들 정도다.

문후보자의 말처럼 언론은 "사실 보도가 아니라 진실보도가 우선"이다.

진실은 언론의 생명이다. 거두절미식 보도를 통해 여론을 호도하려 했다면 반드시 그 책임을 져야 한다. 굳이 언론인의 강령이나 방송법을 인용하지 않아도 이는 상식이다.

청문회에 대한 논란도 마찬가지다.

"국회는 청문회 개최할 의무가 있으며 그 법은 국회의원이 직접 만든 것이라는 문 후보자의 주장은 옳다.

청문회를 통해 자격을 심사하면 된다. 사실 여부를 해명할 수 있고 그 진위를 따질 수 있는 자리까지 미리 치딘하려한 것은 경솔했다.

대통령과 인사 책임자에게도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국회에 총리후보자 임명동의안을 제출하지 않고 책임을 국회에 떠넘기는 듯한 인상을 준데다 차일피일 미루며 문제를 확산시킨 것도 비판받을 만한 일이다.

KBS의 보도에 대해 과거 유사 사례에서도 그러했듯이 앞으로 소모적이고 지리한 논쟁이 지속될 것이다.

그러나 이미 문 후보자는 사퇴했다.

KBS의 목적이 문후보자의 사퇴에 있었다면 절반은 성공한 듯 보인다. 그러나 진실은 맹꽁이처럼 언제까지나 숨어 지내지는 않는다.

최소한 인간에 대한 예의가 있다면 문 후보자가 명예를 회복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한다.

가만있는 사람을 드러내 놓고 온갖 분탕칠을 친 후 '나 몰라라' 내 팽겨쳐 버리면 도리가 아니다. 

주장환 기자 jangwhana@nat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