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가 상상하는 공존의 미래” 제11회 서울환경영화제
“영화가 상상하는 공존의 미래” 제11회 서울환경영화제
  • 온케이웨더
  • 승인 2014.05.06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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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5일 광화문 씨네큐브 등서…“함께 사는 지구 위해”
 
우리 삶을 둘러싸고 있는 커다란 고리인 환경과 인간의 공존을 생각하는 ‘제11회 서울환경영화제’가 오는 8일(목) 개막한다. 환경을 주제로 한 영화제가 10년 넘게 지속된다는 것은 환경에 대한 관심도가 그만큼 높아졌음을 의미한다. 동시에 환경 문제들이 잇달아 불거지면서 꼬집을 것이 많다는 뜻도 된다.
 
환경재단이 주최하는 이번 영화제는 오는 15일(목)까지 서울 광화문 씨네큐브·인디스페이스, 서울역사박물관 및 광장 일대에서 펼쳐진다.
 
화창한 봄날 교외 나들이가 부담스럽다면 제11회 서울환경영화제의 주요 작품들을 살펴보며 스크린 속 녹색 바람을 느껴보는 건 어떨까. 
 
자연은 정복 대상이 아니며 ‘인간도 자연의 일부’
 
환경에 대한 다양한 시각과 문제의식을 공유하는 자리인 서울환경영화제의 올해 개막작은 조던 복트-로버츠 감독의 ‘킹 오브 썸머(The Kings of Summer)’다. 우연히 발견한 숲 속에서 마음을 뺏긴 친구들이 부모를 떠나 자신들만의 왕국을 완성한다는 이야기다.
 
 
아버지와 함께 사는 조. 하지만 아버지와의 관계는 순탄하지 않다. 그의 친구 패트릭 역시 엄격한 부모로 인해 하루하루가 괴롭다. 이 둘은 우연히 발견한 숲 속 공간에 마음을 뺏긴다. 둘은 그곳에서 자신들만의 집을 짓고 살아보기로 결정한다. 수렵과 채집을 통해 먹거리를 확보하자는 등 계획은 장대했다. 하지만 기대와는 달리 ‘숲’에서의 생활은 험난하기만 하다. 소년들의 우정과 성장을 담아낸 이 영화는 숲을 통해 대자연의 숭고함과 그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킹오브 썸머(The Kings of Summer)의 스틸컷
 
이처럼 이번 영화제는 ‘국제환경영화경선’·‘그린파노라마’·‘한국 환경영화의 흐름’·‘지구의 아이들’·‘동물과 함께 사는 세상’ 등 주제별로 섹션을 나눠 35개국 111편의 환경영화를 선보인다. 
 
자연하면 떠오르는 것이 숲과 강일 것이다. 댐의 역사와 현재 그리고 댐을 철거한 후 목격하게 되는 강과 생명의 복원을 환상적인 영상으로 표현한 영화 ‘댐네이션(DamNation)’도 주목할 만하다.
 
소위 ‘뉴딜 정책’이라고 불렸던 1930년대 미국의 대규모 토목사업들. 당시 건설된 거대한 댐들은 기술에 대한 경이로움까지 더해지며 미국인들의 자부심이 됐다. 하지만 강이 인간의 삶과 건강에 긍정적 영향을 끼친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댐의 철거를 둘러싼 변화가 일어난다. 영화는 댐이 사라진 이후 되살아난 강의 생명력을 웅장하게 담아냈다. 루스벨트 대통령의 연설문으로 시작되는 영화는 이후 과거의 뉴스릴 등을 통해 댐의 역사를 좇는다. 또한 복원된 강의 모습을 보여주며 자연이란 정복의 대상이 아니라 오히려 우리가 그 일부로 존재할 수밖에 없음을 깨닫게 한다.
 
쌀을 소재로 한 영화도 있다. 우루퐁 락사사드 감독의 ‘쌀의 노래(The Songs of Rice)’는 쌀에 기반 한 아시아 공동체와 문화를 아름답게 표현한 서정적 다큐멘터리다.
 
아시아 국가에서 쌀의 지위는 절대적이다. 모든 문화와 공동체가 쌀을 기반으로 시작됐고, 그 위에서 꽃을 피웠다. 영화는 아시아 국가 중 태국인에게 쌀 문화가 미치는 영향을 기록했다. 모심기부터 추수를 하는 과정과 그리고 수확한 쌀로 밥을 짓고 마을사람들이 모여 축제는 벌이는 순간까지. 감독은 “이 영화는 쌀에게 보내는 일종의 연가”라고 말한다.
 
▲ 영화 ‘쌀의 노래(The Songs of Rice)’ 포스터
 
쌀이 공동체를 유지하고 문화를 형성하는 중심에 서 있다고 말하고 있는 이 영화는 2014 로테르담 영화제에서 국제영화평론가협회상을 수상했다.
 
“행운을 빈다. 원자력에 지지 마라”
 
환경문제라는 것은 개별 국가의 대응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 특히 개발과 성장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아시아 지역의 환경문제에서는 공동의 대응과 관심이 필요한 시점이다.
 
2011년 3월 11일 동일본 대지진으로 번진 원자력 발전소 사고 후 후쿠시마의 삶은 어떨까. 토요다 나오미 감독의 영화 ‘유언(The Will - If Only There Were No Nuclear Power Plant)’은 당시 원자력발전소 사고 이후 800일간의 기록을 묵묵히 그리고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적은 방사능만이 아니었다. 일본 사회에 구조적으로 만연해 있는 은폐와 부정이 모습을 드러냈다. 비통함을 이겨내지 못한 시게키요 카노는 유언장에 “원자력 따위 이 세상에 없었더라면”이란 말을 남긴 채 자살을 택한다. 그가 낙농업 동료들에게 보내는 메시지는 “행운을 빈다. 원자력에 지지 마라”였다. 영화 ‘유언’은 카노의 친구였던 낙농업자, 농부들을 조심스럽게 카메라에 담았다. 이들은 가족과 친구, 사라져 버린 마을에 대한 사랑, 그리고 지켜내야 할 소중한 것들에 대해 고통스럽게 배워간다.
 
우리나라 최대의 자연습지이자 1억년 이상의 시간이 고스란히 쌓여온 아름답고 신비로운 창녕의 우포늪. 신성용 감독의 ‘우포늪의 사람들(Upo, People in Wetland)’은 창녕 우포늪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과 관계를 통해 자연과 인간의 경계는 무엇인지 질문을 던지고 있다.
 
늪이 법적 보존지역으로 지정되고 보호되면서 이 지역에서 대를 이어 살아온 어민들은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 있다. 지천에 깔렸던 논우렁이 사라진 지 오래고 늪과 어울려 한 폭의 그림을 빚어내던 어부들은 이제 어업의 맥이 끊길 처지다. 오래 전부터 늪에 기대 살던 사람들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직원의 다이어트를 돕는 사원식당(?)
 
 
▲ 영화 ‘푸드 가이드 투 러브(The Food Guide to Love)’의 한 장면.
 
음식도 환경 이슈 가운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다이어트를 소재로 한 영화 ‘타니타의 사원식당(Tanita no Shain Shokudo)’이 그래서 눈길을 끈다. 사원식당에서 다이어트 식단을 통해 직원이 체중감량에 도전하는 내용의 유쾌한 코미디 영화다. “이 세상에서 비만과 기아를 없앤다”는 목표로 부사장 뚱뚱보와 영양사가 사운을 건 장렬한 다이어트 프로젝트에 도전한다. 사원식당은 건강한 메뉴를 중심으로 리뉴얼되지만 길은 멀고도 험하다.
 
사람은 생긴 모습만큼이나 생각하는 것도 각자 다르다. 이런 것을 빗대어 ‘개인의 취향’이라는 말을 한다. 먹는 것도 그렇다. 영화 ‘푸드 가이드 투 러브(The Food Guide to Love)’는 육식주의자인 바람둥이 푸드 칼럼니스트와 채식주의자인 큐레이터의 좌충우돌 사랑이야기다. 
 
타고난 바람둥이 올리버는 6개월 이상 연애를 지속해본 적이 없다. 정치와 사회 문제에 관심이 많은 스페인 아가씨 비비아나를 우연히 만나기 전까지는. 하지만 그녀에게는 이미 남자친구가 있다. 나중에 재회한 올리버와 비비아나는 우여곡절 끝에 연애를 시작한다. 하지만 서로 다른 연애관과 성격으로 둘의 관계는 위기를 맞는다. 영화는 열정적인 채식주의자 비비아나와 이기적이지만 매력적인 육식주의자 올리버의 10년에 걸친 연애담을 그렸다.
 
콩나물처럼 쑥쑥 자라는 아이들
 
영화 ‘콩나물(Sprout)’의 배경은 제사. 할아버지의 기일을 맞아 제사음식을 준비하던 가족은 생전에 할아버지가 좋아하시던 콩나물을 안 사왔다는 걸 깨닫는다. 꼬마는 몰래 콩나물을 사러 시장으로 향한다. 생애 처음 혼자서 집 밖으로 떠나는 순간이다. 꼬마는 보물 상자 속에 모아둔 용돈으로 스스로 콩나물 정도는 살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었다. 하지만 세상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 영화 영화 ‘콩나물(Sprout)’의 꼬마 주인공
 
시작부터 그만 길을 잃어버린 것. 시장에 이르는 여정은 지체되고 꼬마는 우연히 밀짚모자를 쓴 할아버지의 집에 이르게 된다. 그날 밤. 천천히 위로 오르다 사라지는 향초의 연기가 퍼지는 제사상에 꼬마는 밀짚모자 할아버지가 준 해바라기 한 송이를 올려놓는다. 윤가은 감독의 영화 ‘콩나물’은 제사라는 매개를 통해 삶을 생각하게 하는 동시에 아이들의 순수함을 엿보게 한다.
 
영화 ‘물고기와 소년(Shadow Tree)’은 물이 부족한 탄지니아의 잔지바르에 사는 한 소년이 흙탕물 속에서 물고기 몇 마리를 발견하면서 시작된다. 소년은 깨끗한 물을 찾기 위해 여러 가지 방법을 동원해 보지만 소용이 없다. 소년의 순수한 마음을 통해 아프리카의 물 오염과 물 부족 문제를 상기시킨다.
 
‘새틀라이트 보이(Satellite Boy)’는 정착하지 못하고 부유하듯 살아가는 ‘애버리진(오스트레일리아 원주민)’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영화다. 도시로 돈을 벌기 위해 나간 엄마가 다시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10살 소년 피트는 할아버지와 함께 외딴 마을에서 살고 있다. 하지만 개발계획으로 마을이 철거대상에 포함되자 피트는 개발회사 사장을 직접 만나기 위해 친구 칼마인과 함께 도시로 떠난다.
 
도시로 가는 길에서 만나는 광활한 호주의 초원과 자연은 경이로운 공간이지만 두 소년에게는 너무도 위험한 여행지일 뿐이다. 위기의 순간 피트는 할아버지가 가르쳐준 애버리진의 전통적 생존방식을 떠올리며 헤쳐 나간다.
 
진정한 성장은 무엇인지 의문이 든다면
 
 
▲ 영화 ‘할머니가 간다(Two Raging Grannies)’
 
박경근 감독의 ‘철의 꿈(A Dream of Iron)’은 철의 시각에서 한국의 산업화를 담았다. 전쟁으로 인한 폐허 후 괄목한 경제적인 변화를 가져온 1960년대를 돌아보게 한다. 다큐멘터리형식의 이 영화는 2014 베를린영화제에서 넷팩상을 수상했다.
 
산을 걷다보면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을 만나게 된다. 급성장을 이룬 세계 곳곳도 최근 경제위기로 어려움에 처했다. 경제위기가 왜 생기는 건지, 또 해결책은 무엇인지 의문이 든다면 다음 영화를 추천한다.
 
그 해답은 영화 ‘할머니가 간다(Two Raging Grannies)’에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하바드 버스트네스 감독이 만든 이 영화에서는 90세란 나이에도 여전히 호기심과 배짱이 충만한 할머니들 ‘셜리’와 ‘힌다’를 등장 시킨다.
 
아픈 무릎을 이끌고 의문을 직접 해소하기 위해 길을 나선 할머니들. 이들은 대학 강의를 듣기도 하고 은퇴한 물리학자부터 월 스트리트의 거물과 각종 전문가들을 만나며 경제위기의 원인이 무엇인지, 성장만이 경제위기를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인지, ‘영원한 성장’이라는 것은 과연 가능한 지를 질문한다. ‘성장’에 대한 밀도 있는 내용을 다루고 있지만 이 작품은 딱딱하고 어려운 영화가 아니다. 두 할머니의 생생하고 개성 넘치는 캐릭터 덕분에 큰 재미를 맛볼 수 있다.
 
무료관람 ‘시네마 그린틴’ 및 환경영화백일장
 
▲ 영화 ‘새틀라이트 보이(Satellite Boy)’의 한 장면 
 

이번 영화제에서는 교육적 가치와 재미를 겸비한 환경영화들을 선별해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무료감상의 기회를 제공하는 ‘시네마 그린틴’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전국 초·중·고 재학생 및 모든 청소년은 신청할 수 있다. 서울 외 지역은 10인 이상 단체로 사전 신청(www.gffis.org)하면 되고, 서울지역은 개인 참여가 가능하며 현장 매표소에서 학생증을 제시하면 된다.
 
또 영화관 밖에서는 보고 만들고 즐길 수 있는 친환경 체험프로그램과 환경영화백일장 등이 펼쳐진다. 백일장은 환경영화를 관람한 후 참여할 수 있다. 현장의 환경영화제백일장 부스에서 신청한 뒤 기한(9~15일) 내 영화 감상평이나 소감에 대해 자유롭게 서술해 이메일(greenteen@greenfund.org)로 접수하면 된다.
 
이 밖에 환경영화제에 대한 소식과 상영일정은 서울환경영화제 공식홈페이지(http://gffis.org/)에서 확인할 수 있다.
 
(문의) 02-2011-4397
 
<사진제공=서울환경영화제>
 

 박선주 온케이웨더 기자 parkseon@onkweath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