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inside] 진짜 ‘봄’은 언제부터일까?
[날씨inside] 진짜 ‘봄’은 언제부터일까?
  • 온케이웨더
  • 승인 2014.03.15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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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길지만 변덕 심해 헷갈려…진짜(?) 봄은 ‘5월 뿐’
“봄인데 왜 이렇게 추운거야?”라는 볼멘소리가 터져 나오는 요즘이다. 지난 겨울이 예년에 비해 덜 추웠던 때문인지 며칠째 이어지는 ‘꽃샘추위’가 더욱 시리게 느껴진다.
 
사계절 중 봄은 왠지 짧게 느껴지는 것 같다. 예보관들은 어느 날 일기도를 분석하다가 ‘제트기류(jet stream)’가 약해지면서 북상하고, 이 기류의 방향이 겨우내 북서쪽이다가 서~남서로 바뀌는 것을 보고 ‘봄’인 것을 알 수 있다고 한다.
▲ 봄꽃의 대명사 ‘벚꽃’. 기상청에 따르면 오는 27일께 제주도 서귀포에서 벚꽃이 개화하고 서울 여의도에는 내달 15일 절정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온케이웨더 박선주 기자
 
우리가 느끼기에 봄은 매우 짧은 것 같지만 실은 4계절 중 가장 길다. 기상청에 따르면 봄은 기후학적으로 3월 초순부터 6월 하순경 즉 장마가 시작하기 전까지 해당하기 때문이다.
 
다만 3~4월은 시베리아 고기압의 성쇄에 따른 한난(寒暖)이 자주 교대하기 때문에 낮은 기온으로 인해 봄을 봄으로 느끼지 못할 뿐이다. 또 6월에 접어들면 전국의 평년기온이 20℃이상으로 올라 봄인데도 여름처럼 느껴지게 된다.
 
일상생활에 쾌적한 기온이 17~18℃라고 하는데 5월 하순의 기온이 여기에 속한다. 따라서 기온으로 친다면 봄다운 봄은 5월 한 달로 볼 수 있기 때문에 봄이 짧다고 느껴지는 것이다.
 
기온은 계절의 변화를 가장 잘 나타내는 지표다. 우리의 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24절기는 어떤 변화를 겪고 있을까. 그중 봄철 절기에 해당하는 입춘(立春·2월 4일경)부터 곡우(穀雨·4월 20일경)까지의 기온변화를 통해 봄철 기후 특성을 살펴본다.
 
날씨만큼이나 변덕 심한 ‘봄의 정의’
 
봄은 1년의 4계절 중 첫 번째 계절이다. 기상학적으로는 양력 3~5월을 말하고 절기상으로는 입춘(立春·2월 4일)에서 곡우(穀雨·4월 20일)까지를 말한다.
 
기상청의 ‘한반도 기후변화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1일 평균기온의 9일 이동 평균값이 5℃이상으로 올라간 뒤, 5℃이하로 떨어지지 않는 첫 번째 날을 봄의 시작’으로 친다.
 
또 일평균기온과 일 최고·최저기온 등을 토대로 봄·초봄·늦봄으로 구분하기도 한다.
 
초봄은 일평균기온이 5∼10℃, 일 최저기온이 0℃ 이상인 때를 말한다. 서울의 경우 3월 19일에서 4월 11일까지가 해당한다.
 
봄은 일평균기온이 10∼15℃, 일 최저기온이 5℃ 이상인 기간(서울 기준 4월 12일∼5월 6일)이며, 늦봄은 일평균기온이 15∼20℃이고 일 최저기온이 10℃ 이상이 되는 때(서울 기준 5월 7일∼5월 28일)이다.
 
봄철이 되면 겨울 동안 맹위를 떨치던 시베리아 고기압이 약해져 북서 계절풍도 약해진다. 약화된 고기압에서 그 일부가 분리돼 성격이 변질된 양쯔강기단이 생성된다. 우리나라 봄철의 날씨를 지배하는 이 양쯔강기단은 비교적 온난한 기단이며 이동성 고기압으로 동진해 온다.
 
▲ 지난 12일 오후 서울에 봄비가 내렸다. ⓒ온케이웨더 박선주 기자
 
이 이동성 고기압이 우리나라를 통과할 때는 날씨가 맑고 일조량(日照量)도 증가해 기온이 올라가고 따뜻해진다. 그러나 이를 뒤따르는 저기압은 봄비를 뿌린다.
 
변덕스러운 봄 날씨는 이동성 고기압과 저기압의 빈번한 통과에 따른 것이다. 또 이른 봄에는 때때로 시베리아 기단이 되살아나서 꽃샘추위와 같은 반짝 추위가 나타나기도 한다. 꽃샘추위는 벚꽃의 개화기까지도 나타나는 데 겨울 추위가 다시 되돌아온 것과 같은 강한 바람을 동반하기도 한다.
 
과거 90년간 절기상 봄철…기온↑·강수 빈도↓
 
기상청 산하 국립기상연구소에 따르면 계절은 일상생활에서 흔히 구분하고 있는 3달 간격의 계절(봄 3∼5월, 여름 6∼8월, 가을 9∼11월, 겨울 12∼2월) 외에도 천문학적 계절, 기상학적 계절, 농사계절, 동·식물계절로 구분할 수 있다.
 
24절기는 일년 동안 태양의 위치에 의해 결정되는 천문학적 계절 구분이다. 이는 태양이 움직이는 길인 황도를 따라 동쪽으로 15° 간격으로 나눠 태양이 그 지점을 지날 때를 이른다.
 
국립기상연구소의 <기후변화 이해하기5-입춘에서 대한까지>를 보면 ‘봄의 시작’을 의미하는 입춘(2월 4일경)의 지난 90년(1919∼200)간 평균기온, 최고·최저기온은 각각 -0.5℃, 4.1℃, -4.4℃를 나타냈다.
 
기상연구소 관계자는 “최고·최저·평균기온 모두 변동성이 있긴 하지만 전반적으로 과거 90년 동안 봄 기간에 해당하는 절기의 기온은 대체로 상승하는 경향을 보여줬다”고 밝혔다.
 
지난 90년간 입춘의 평균기온이 가장 높은 곳은 6.3℃를 나타낸 제주 서귀포시였다. 강원도 대관령의 평균기온은 -7.3℃로 가장 낮았다. 즉 입춘 때의 평균기온은 지역에 따라 최대 13.6℃ 가량 차이가 났다.
 
해안에서는 동해안과 서해안 지역의 평균기온 차가 컸으며 대체로 2~3℃의 기온 차로 동해안이 더 따뜻했다. 서울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규모가 큰 도시로 주변 지역보다 입춘 때의 평균기온이 높았다.
 
30년씩 나눈 A기간(1919~1948년) B기간(1949~1978년) C기간(1979~2008년) 동안 입춘 때의 평균기온은 상승하는 경향을 보였다. 7개 관측기점(강릉·서울·인천·대구·전주·부산·목포) 중 A기간에 비해 C기간의 30년 기온평균 값이 가장 크게 상승한 지역은 강릉으로 2.1℃ 상승했다. 대구에서는 같은 기간의 평균기온 2.0℃ 높아졌다.
 
또 과거 30년(1919~1948년) 동안 입춘의 평균기온은 -1.3℃였던 반면 최근 10년(1999~2008년) 동안의 입춘의 평균기온은 0.7℃로 나타났다.
 

▲ 과거 30년과 최근 10년간 우수의 기온변화 <자료=기후변화 이해하기5-입춘에서 대한까지>
 
우수(雨水·2월 19일경)는 눈이 비로 변하고 얼음이 녹아 물이 된다는 절기다.  1937~1966년에 비해 1979~2008년 사이에 우수에 눈이 내린 빈도는 7개 관측지점(강릉·서울·인천·대구·전주·부산·목포)에서 1~8회 감소한 반면 비가 내린 경우는 6~9회 증가했다.
 
기상연구소는 과거에 비해 최근 우수 때 눈이 내린 빈도는 감소한 반면 비가 내린 빈도가 증가한 원인이 기온상승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우수 때의 기온을 보면 대관령의 평균기온이 -4.7℃로 가장 낮고 위도가 낮은 제주도 서귀포의 평균기온은 7.8℃로 가장 높다.
 
지난 90년(1919~2008)간 우수 때의 한반도 평균기온, 최고·최저기온은 각각 1.5℃, 6.3℃, -2.4℃를 나타냈다.
 
과거 30년(1919~1948년) 우수의 평균 기온은 0.5℃였고 최근 10년(1999~2008년) 동안 우수의 평균기온은 3.8℃로 과거 30년 보다 평균기온이 3.3℃ 올랐다. 이는 24절기 중 가장 크게 상승한 값이다.
 
기상연구소 관계자는 “기온으로만 본다면 우수를 평균기온이 0.5℃인 때로 본다면 우수는 2월 3일이 돼야한다”며 “실제 우수인 2월 19일보다 16일 앞당겨진 셈”이라고 설명했다.
 
날씨가 따뜻해져 겨울잠을 자던 동물이 깨기 시작한다는 경칩(驚蟄·3월 6일경)의 평균기온 분포를 보면 대관령이 -2.8℃로 가장 낮으며 제주도 서귀포에서 9.0℃로 가장 높다. 지난 90년간 경칩 때의 한반도 평균·최고·최저기온은 각각 3.7℃, 8.7℃, -0.4℃로 1970년대부터 전반적으로 상승하는 경향을 보였다.
 
과거 30년(1919~1948년)을 기준으로 최근 10년(1999~2008년)의 경칩 기온을 비교한 결과 과거 경칩의 평균기온은 2.8℃였고 최근 10년간의 평균기온은 4.0℃였다.
 
기상연구소 관계자는 “과거 30년을 기준으로 평균기온이 2.8℃에 도달하는 날을 경칩으로 정의할 경우 최근 10년의 경칩은 2월 15일이 된다”며 “이는 현재 우수(2월 19일)보다 더 이른 시기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낮과 밤의 길이가 같아지는 시기인 춘분(春分·3월 21일경) 때의 평균기온은 제주 서귀포가 11.1℃로 가장 높고, 대관령이 0.5℃로 가장 낮다.
 
지난 90년 간 춘분 때의 한반도 평균기온, 최고 최저기온은 각각 6.8℃ 12.0℃, 2.4℃다. 과거 90년(1919~2008년) 동안 춘분의 평균기온도 전반적으로 상승했다.
 
춘분의 평균기온은 과거 30년(1919~1948년)엔 6.3℃였고 최근 10년(1999~2008년)에는 8.6℃였다.
 
“청명 때 봄 농사 준비 3월 21일로 당겨야”
 
▲ 천안에 위치한 한 대학교 교정에 벚꽃이 만개한 모습 ⓒ온케이웨더 박선주 기자
 
청명(淸明·4월 5일경)은 봄이 와서 삼라만상이 맑고 화창해 나무심기 적당한 시기라는 뜻이다. 지난 90년간 청명의 평균기온은 제주 서귀포가 13.2℃로 가장 높고 대관령의 평균기온이 4.5℃로 가장 낮다.
 
같은 기간 청명 때의 한반도 평균기온, 최고·최저기온은 각각 9.7℃, 15.3℃, 5.1℃이다.
 
과거 30년(1919~1948년)을 기준으로 최근 10년(1999~2008년)의 청명 때의 기온변화를 보면 과거 평균기온은 8.6℃이고 최근 평균기온은 11.2℃이다. 과거 30년을 기준으로 했을 때 청명의 평균기온은 2.6℃ 가량 상승했다.
 
기상연구소는 “청명을 과거 30년을 기준으로 했을 때 평균기온이 8.6℃에 도달하는 날로 정의할 경우 최근 10년 동안에는 3월 20~21일이 청명에 해당한다”며 “과거에는 4월 5일 께 봄 농사를 준비했다면 최근에는 3월 21일 경에 봄 농사를 시작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곡우(穀雨·4월 20일경)는 봄비가 내려 백곡이 윤택해진다는 절기다. 과거 90년(1919~2008년)의 평균기온 분포를 보면 대관령의 평균기온이 8.0℃로 가장 낮고 제주도 서귀포, 마산, 대구의 평균기온은 각각 15.3℃, 15.2℃, 15.0℃로 가장 높다.
 
또한 지난 90년간 곡우 때의 한반도 평균기온, 최고·최저기온은 각각 12.9℃, 18.5℃, 8.2℃이며 이 역시 전반적으로 상승하는 추세를 보였다. 특히 1979~2008년 사이에 이전보다 평균기온이 올라갔다.
 
곡우 때 내리는 강수는 가뭄 해갈에 중요하다. 1919∼2008년 동안 곡우에 강수가 관측됐던 해의 빈도는 7개 지점(강릉·서울·인천·대구·전주·부산·목포)별로 초기(1919∼1948년)에 비해 후기(1979∼2008년)에 변화가 없거나 2∼5회 감소했다. 또 곡우 때의 강수량은 초기에 비해 후기에 2.3~9.3㎜ 증가했다.
 
국립기상연구소 관계자는 “지난 90년 동안 곡우에 강수가 관측된 해의 강수량은 늘었지만 동시에 곡우에 비가 내리지 않는 경우가 빈번해 지고 있다”며 “물 확보를 위한 적절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박선주 온케이웨더 기자 parkseon@onkweath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