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지노 기대감에 소생하는 미단시티
카지노 기대감에 소생하는 미단시티
  • 고윤정 기자
  • 승인 2014.02.13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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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CZ 카지노 적합 여부 늦어도 이달 말 결론

 "미단시티 내부는 물론이고, 주변 부지에서도 이미 거래가 이뤄졌거나 문의가 들어오는 상황입니다. 미단시티를 기점으로 영종도가 조금씩 살아나는 분위기입니다."

바다를 메워 조성된 섬 인천 영종도 북측에 '도로가 깔린 허허벌판'으로 마냥 남아있을 것 같던 미단시티가 카지노를 포함한 복합리조트 기대감에 수년만에 소생의 기미를 보이고 있다.

지난 12일 찾은 미단시티는 해안가에 부는 매서운 겨울바람과 함께 여전히 을씨년스러운 모습이었다. 왕복 6차선으로 시원하게 뻗은 도로, 예술적으로 조형된 육교, 분홍색과 흰색으로 알록달록 페인트칠 된 자전거보관소와 정류장은 잡초가 무성한 벌판 사이에서 어색한 분위기를 풍겼다.

도로로 구획된 토지 입구마다 이용 계획을 나타내는 표지판이 세워져 있다. 표지판에 나타난 조감도대로, 황량한 벌판이 화사하게 들어차는 봄날이 서서히 찾아오는 걸까.

미단시티는 영종도 운북동 일대 토지 270만㎡에 엔터테인먼트·주거·사무·레저·의료·교육·문화 기능이 갖춰진 복합레저도시를 조성하는 내용이다.

미단시티 부지는 동북아 허브 공항으로 꼽히는 인천국제공항에서 차를 타고 불과 10분 거리인데다 해안가를 끼고 있어 외국인을 겨냥한 관광·서비스산업을 추진하기에 유리한 위치로 두드러진다.

외국투자자인 리포리미티드와 인천도시공사, 국내 금융사·건설사 등이 참여한 특수목적법인(SPC) 미단시티개발주식회사가 개발을 주도하고 있다.

미단시티 중심부와 동측 지구 183만㎡는 미단시티개발이, 미단시티 서측 지구 87만㎡는 도시공사가 개발을 담당하고 있다.

2007년 미단시티 사업이 본격적으로 착수되고서 약 6천억원을 들여 2011년 말 도로, 상·하수도, 가스, 전기, 통신, 난방 등 모든 기반시설을 준공했다.

기반시설을 갖춘 미단시티는 투자자를 맞이할 만반의 준비를 마쳤으나 2008년 말 갑작스레 터진 미국발 금융위기로 전 세계에 불황이 닥치면서 투자 유치는 모래밭에서 바늘 찾기 만큼 어려운 일이 됐다.

돌파구가 보이지 않아 고전하던 중 2012년 중반부터 영종도에 복합리조트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개발사업자의 등장과 퇴장이 반복되던 상황에서 리포와 미국 시저스엔터테인먼트의 합작사인 리포&시저스(LOCZ)가 미단시티 중심부에 복합리조트를 짓겠다며 지난해 1월 정부에 카지노업에 대한 사전심사를 청구했다.

심사 결과는 부적합이었다. LOCZ는 부적합 사유로 지적된 사항을 해소한 뒤 같은해 12월 정부에 또다시 사전심사를 청구했다.

지난 3일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열린 제2차 관광진흥확대회의에서 유진룡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LOCZ 카지노업에 대한 사전심사 결과를 신속히 내겠다고 밝혔고, 복합리조트와 의료관광의 시너지가 필요하다는 토론자의 의견에 박 대통령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회의에서 복합리조트가 전략 산업으로 분류되고 정부의 규제 완화 방침까지 발표되면서 지역에서는 '정부가 이번엔 긍정적인 결과를 줄 수도 있겠다'는 기대감이 조심스레 고개를 들었다.

이 같은 분위기를 타고 최근 미단시티에 투자 유치와 토지 거래가 활발해지고 있다.

주영춘 미단시티개발 경영기획팀장은 "LOCZ 복합리조트 예정 부지를 중심으로 거래와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며 "국내 부동산에 일정 금액 이상을 투자하면 영주자격을 주는 부동산투자이민제의 영향까지 더해 특히 중국 투자자의 관심이 높다"고 설명했다.

카지노 기대 심리에 따른 투자 유치는 지난해 5월 물꼬를 텄다. 국내 시행사가 복합리조트 부지 인근 업무시설용지 1필지를 사들였다. 이전까지는 2012년 한국가스공사가 공공시설 설치를 목적으로 준주거용지를 매입한 것이 유일한 거래 실적이었다.

미단시티개발이 개발하는 부지 58필지 가운데 12필지에 대한 매각이 완료됐고 20필지가 넘는 토지에서 매각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 미단시티 노른자 땅인 중심상업시설용지를 사들이려는 한 중국 부동산 개발사는 'LOCZ 사전심사 결과와 관계없이 투자하고 싶다'며 강한 거래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훈풍은 미단시티 내부만이 아니라 바깥 주변에서도 불고 있다.

영종도에서 부동산업을 하는 김양규 한국공인중개사협회 인천시 중구지회장은 "미단시티부터 영종하늘도시를 축으로 개인과 법인 부동산 투자자가 최근 부쩍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수도권에서 영종도만큼 발전 가능성이 큰 곳이 없다. 미단시티와 같은 복합단지와 대규모 거주단지에 인구가 유입되면서 영종도가 점차 활기를 띨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영종도 운북동 주민인 장지선 영종도발전협의회 이사장은 "하늘도시 아파트를 부동산에 매물로 내놨다가 다시 거둬들이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며 "주민 대부분이 미단시티 개발이 영종도 발전의 견인차가 될 것으로 생각하고 카지노 입성을 기대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그러나 강원랜드의 폐해를 사례로 들며 복합리조트가 국내에 진출하는 것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일고 있다.

외국인 전용 카지노로 우선 개장했다가 추후 운영 상황에 따라 내국인 출입까지 허용될 가능성이 다분하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미단시티를 비롯한 영종도가 거대한 도박장이 돼 국가와 국민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심사 결과 카지노가 또다시 불허될 경우 미단시티개발과 도시공사가 입게 될 타격도 크다.

미단시티개발은 사업 부지를 사들이면서 금융권에서 차입한 약 5천억원에 대한 상환 기일을 최장 오는 6월까지 연장해 놓은 상황이다. 카지노 허가로 토지 매각이 본격화하면 매각수익을 가지고 빚을 상환한다는 계획으로 기한을 연장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