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의료, 日-美 멀리 달아나고 있다
재생의료, 日-美 멀리 달아나고 있다
  • 주장환 순회특파원
  • 승인 2014.02.05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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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적극 지원, 제약사 개발 '열기'
▲ 제3의 만능세포' 개발의 주역인 일본 이화학연구소 발생·재생과학 종합연구센터 오보카타 하루코(小保方晴子.30) 연구주임. 일본은 재생의료분야에 선두주자로 달음박질 치고 있다.

[도쿄=주장환 순회특파원] 2006년 8월은 일본 교토대 야마나카 신야 박사가 세계 최초로 iPS세포(유도만능줄기세포)를 제작한 때다. 이로부터 8년 가까이 흐른 지금 일본은 iPS세포를 이용한 재생치료 분야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더군다나 최근에는 유전자를 손상시키지 않는 ‘제3의 만능세포’가 개발돼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일본 이화학연구소 발생·재생과학종합연구센터 연구진은 ‘네이처’ 최신호에 개재된 연구논문에서 또 다른 만능세포인 ‘자극야기성 다성능획득(STAP) 세포’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이 세포 개발은 오보카타 하루코 주임연구원이 주도했으며 인류 역사의 신기원을 이루게 될지도 모르는 놀라운 성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일본은 현재 iPS세포를 이용해 인체의 거의 모든 장기를 만드는 단계에 와 있다. iPS세포에서 입체적인 신장 조직을 만들어내는가하면, 세계 최초로 ‘인공 간’ 제작하는데 성공했다. 미국에서는 탈모 치료에 응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iPS세포 응용 노인성 황반변성 환자의 눈 망막 재생 시험안을 후생노동성이 승인했으며 파킨슨병, 간암, 신장, 척수 손상, 당뇨 등 중증 뇌경색 치료에 대한 연구에도 상당한 진전을 이루고 있다.

일본의 제약기업들 사이에 iPS세포(만능세포)를 이용한 신약개발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다케다약품공업, 쥬가이제약등이 iPS세포를 신약 연구·개발에 전면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여기다가 일본 최대 식품회사 아지노모토가 iPS세포(만능세포) 배지 판매에 나서고 있다.

동사는 교토대학 iPS세포연구소와 공동으로 iPS세포를 미분화 상태에서 효율적으로 증식하고 배양시킬 수있는 시트 모양의 배지를 개발, 판매를 하고 있다. 배지는 동물 유래 성분을 포함하지 않고 간단하게 iPS세포를 배양할 수 있으며, 특히 심근세포 등 다양한 세포로의 분화 유도도 가능하다.

IPS 세포의 본산인 일본 교토대학은 iPS세포(만능세포) 기술의 지적재산권을 관리하는 iPS아카데미아재팬이 지난해 11월부터 ‘201B7주(株)’라 불리는 iPS세포의 배포를 시작했다.

이 세포는 유지 배양을 마친 그대로 배포하기 때문에 고객들은 배양기 교환 등의 작업을 하지 않아도 된다.

살아있는 상태로 iPS세포를 배포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현장에서의 부담이 상당히 줄어들 것으로 보이며 재생의료 발전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동대학 연구팀이 주축이 된 산학연계 조직인 줄기세포산업 응용 촉진팀은 줄기세포를 안전하게 운반하기 위해 만든 제품 개발 프로젝트인 줄기세포 전달시스템 개발 컨소시엄을 지난해 10월에 만들기도 했다.

이 컨소시엄에서는 세포수송에 주요한 기술을 보유한 기업과 물류에 노하우가 있는 기업들이 힘을 합쳐 운반용기의 개발 등에 나선다.

이런 다양한 사업과 더불어 교토대학은 일본에서 iPS세포(만능세포) 비축사업의 완성을 눈 앞에 두고 있다.

iPS세포 비축 사업은 일반세포에서 유도만능줄기세포를 분리, 양성할 때까지 수개월의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건강할 때 유도만능줄기세포를 미리 확보해두고 필요할 때 즉시 사용하도록 하는 사업이다.

일본은 야마나카 신야 교토대 교수가 iPS로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은 것을 계기로 의료 부문에서 미국을 추월하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iPS세포 실용화를 앞당기기 위해 `재생의료추진법`을 만들고 iPS 세포 등을 사용한 의약품을 조기에 승인할 수 있는 약사법 개정안을 내놨다.

올해는 미국 국립보건원(NIH)을 모델 삼은 의료 연구개발의 중심축인 `일본판 NIH`도 설립한다.

미국과 일본의 공조도 후발국들에게 소외감을 던져 주고 있다. 양국은 지난해 iPS세포를 사용한 재생의료 제품에 대해 공조하기로 했다.

미국 FDA와 일본 후생노동성은 iPS세포를 사용한 재생의료 제품의 심사 기준을 공통화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양국은 그 첫걸음으로 iPS세포에서 만드는 망막 세포에 대해 제조 판매를 승인하거나 협의하기로 했다.

이 경우 어떤 제품이 일본에서 승인되면, 미국에서 판매하는 절차를 간소화 할 수 있어 경쟁력 있는 제품의 수출을 촉진할 수 있다.

최근 유럽에서도 iPS세포 분야의 선두를 달리고 있는 일본의 기술을 얻기 위해 다각도로 접촉하고 있다.

최근 유럽연합(EU)은 ‘호라이즌 2020’이라고 부르는 새로운 연구 혁신 계획을 수립하고 일본에 iPS세포 분야의 개방을 촉구한 바 있다.

사정이 이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아직 IPS 세포를 이용한 재생의료분야에서 일본이나 미국에 상당 수준 뒤처지고 있다. 황우석 사태 이후 재생의료분야를 선점할수 있는 기회를 일본이나 미국등에 빼앗겼다는 분석이 많다.

이 분야는 이제 우주산업과 더불어 한 나라의 성장을 결정짓는 새로운 먹거리다. 우리가 넋놓고 바라보고 만 있을 때가 아니라는 것이다. 삼성등 대기업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정부의 지원이 급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