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쇠고기 둔갑 판매‘남 탓만’
美쇠고기 둔갑 판매‘남 탓만’
  • 신아일보
  • 승인 2008.06.21 18:3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홈에버‘책임 떠넘기기’ 급급
대형마트 조차 관리 안돼 소비자 우려
입점업체에 손해배상청구소송 진행중

홈에버에서 미국산 쇠고기를 호주산으로 둔갑해 판매된 사실이 적발됐지만 해당 기업들은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한 모습을 보여 소비자들은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특히 이번에 적발된 홈에버는 최근 국내 대형유통업체 중 2위인 삼성테스코 홈플러스가 인수해 대형마트에서 조차 원산지 표시나 유통관리체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미국산 쇠고기 2.5㎏ 둔갑 판매=홈에버는 지난 15일 인천 구월점에서 미국산 쇠고기를 호주산 쇠고기로 둔갑시켜 판매하다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에 적발됐다. 적발된 곳은 ‘새아침’이라는 입점업체로 홈에버 11개 매장에 입점한 상태다.
지난 21일 농관원과 홈에버에 따르면 해당 업체는 지난 3월 150㎏의 미국산 쇠고기를 구입해 지난 5월까지 미국산으로 판매했으나 광우병 논란에 따른 판매부진 등을 우려해 14일, 15일 양일간 호주산으로 둔갑시켜 2.5㎏을 판매했다.
이는 물류 창고에 보관 중이던 10㎏짜리 4상자 중 하나를 개봉해 5㎏을 해동, 불고기용으로 양념한 뒤 호주산으로 표기한 바코드를 붙여 유통시켰다.
농관원은 추가조사를 거쳐 새아침 대표 김모씨(43)를 농산물품질관리법상 원산지표시 위반 형사고발 할 예정이다. 원산지표시를 위반할 경우 7년 이하 징역이나 1억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진다.
이에 대해 홈에버 측은 판매된 물량에 대해 즉각 리콜조치를 취했으며 17일자로 새아침과의 계약을 종료했다. 이와 함께 해당업체인 새아침에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홈에버…해당업체 손해배상청구 中=홈에버 측은 이번 사태에 대해 해당업체에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진행 중이라며, 이번 사건이 벌어진 직후인 18일 검찰에 고소했으며 새아침 대표에 대한 형사고발도 고려중이라고 설명했다.
홈에버는 해명자료를 통해 “입점업체인 새아침은 4명의 직원이 파견돼 직영정육판매와는 별도로 자체의 물량에 대해 냉동창고 보관부터 판매에 이르기까지 일체의 책임을 지고 운영하는 업체”라고 밝혔다.
이어 “업체와 계약상 양념 육류의 원재료 또는 배합성분이 교체되는 경우 당사에 바로 통보하고 홈에버 측이 표기라벨을 바꾸어 주는데 새아침의 팀장이 임의로 자체 보유하고있던 재고 물량을 야간에 양념육으로 만들어 계시 표시라벨을 바꾸지 않고 판매했다”고 해명했다.
홈에버 측은 “이번 사건은 단순한 세부적 원산지 표기상의 오류”라며 “동업체가 입점한 11개의 물량을 전량 철수시키고, 추가 조사를 통해 계약서상 위반 행위에 대해 계약해지및 관련기관 고발 조치 등을 포함한 가능한 모든 조치를 강구 중”이라고 덧붙였다.
이러한 홈에버 측의 해명은 협력업체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시키는 태도로 비춰져 빈축을 사고 있다.
◇관리소홀…“홈에버에도 책임 있다”=현행법상 대형마트는 육류의 위생 상태와 납품업체의 원산지 표시 등을 점검할 의무가 있다. 이와 함께 업계전반에서도 관리만 소홀하지 않았다면 입점업체가 둔갑시켜 판매한 사실은 유통 과정에서 발견될 수 있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따라서 홈에버 측은 입점업체가 속이면 속수무책이라며 입점업체의 문제로 치부하고 있지만 유통업체의 관리소홀 책임은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특히 입점업체가 매일 기록하는 관리대장도 홈에버 측이 제대로 점검하지 못해 관리소홀의 책임은 더욱 커질 것으로 관측된다.
홈에버 측 관계자는 “입점업체가 매일 관리대장을 기록하지만 이를 체크할 의무는 없다”며 “관리대장에 14일, 15일 미국산 쇠고기 판매 기록여부는 확인해보지 못했다”고 밝혔다.
또한 육류코너를 점검하는 위생사는 물류창고와 작업장, 바코드 판매량 등을 검수하는데 이 과정에서도 물류창고에 재고량과 바코드 판매량이 불일치 하다는 점을 확인하지 못한 점도 유통업체의 관리책임 범주에 속하게 된다.
14일 저녁 당시, 물류창고에 미국산 쇠고기가 4상자 밖에 남아 있지 않은 상황에서 한 상자가 개봉돼 5㎏이 비어있는 상태였고 바코드 판매기록에는 미국산 쇠고기를 판매한 기록이 없다면 사라진 5㎏물량이 어디로 갔는지 찾아야 하는 것이 위생사들의 검수작업이다. 그러나 홈에버 측은 이날 발견하지 못해 다음날인 15일 또다시 판매가 됐다. 따라서 홈에버 측은 이에 대한 책임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홈에버를 인수한 홈플러스 측도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심사가 진행 중인 상태로 이번 홈에버 사태에 직접 개입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현재 상황에서 사실상 주인이라 할 수 있는 홈플러스 측의 ‘나 몰라’라는 식의 태도는 법적으로 문제가 없을지는 몰라도 도의적 차원에선 보기 좋은 모습은 아니라는 의견도 적지 않다.
이번 사건에 대해 업계에서는 홈플러스가 홈에버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중간관리 부재도 일부 원인이며, 불과 2년 만에 또다시 주인이 바뀌면서 ‘주인의식 실종’으로 벌어진 사태가 아니냐는 지적이 대부분이다.
한편, 홈에버는 이번 사건에 대한 모든 책임을 입점업체에 돌리고 손해배상청구소송까지 진행하는 태도는 소비자들의 비난 목소리를 더욱 거세지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