南·北 이산가족 상봉 최종 합의
南·北 이산가족 상봉 최종 합의
  • 장덕중 기자
  • 승인 2013.08.24 0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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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 진전으로 이어질지 귀추 주목

남북이 오는 9월 25~30일 금강산에서 이산가족 상봉을 하기로 23일 전격 합의하면서, 남북관계가 북한의 핵개발 등으로 촉발된 대결의 악순환을 끊고, 상생과 변화의 급물살을 탈 지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정부는 특히 이번에 북측과 합의한 이산상봉 규모가 우리측이 제안한 200명에 못미치자, 오는 11월 중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한 차례 더 치르기로 하고 추후 남북 적십자간 실무 접촉을 통해 상봉 규모·방식 등을 협의하기로 했다.

남북이 3년만에 이산가족상봉을 재개하기로 합의함에 따라 2008년 7월 박왕자씨 피격사건으로 중단된 금강산 관광재개 논의도 앞으로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이며, 특히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6자 회담 논의가 본궤도에 오를 지 주목된다.

이덕행-박용일 남북 이산가족 상봉 수석대표는 이날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열린 적십자 실무회담에서 이러한 내용의 이산가족 상봉 방안에 합의했다고 통일부가 전했다.

남북 합의문에 따르면, 남북 양측은 이산가족 최종명단을 오는 9월 16일에 교환하고, 이에 앞서 생사확인 의뢰서는 8월 29일, 이산가족 상봉 생사확인 ‘회보서’는 9월 13일 각각 교환하기로 했다.

상봉 시기와 더불어 가장 큰 관심을 끌었던 상봉 규모는 우리측이 제안한 남북 각 200명에 크게 못 미쳤다.

양측이 이날 합의한 이산가족 상봉 규모가 반 토막이 난 것은 북한 측이 남북간 교류협력의 장기 공백에 따른 준비 부족 등을 들어 난색을 피력한 데 따른 것이다.

이산가족들의 생사를 확인하고, 면회소 등 관련 시설도 보수해야 하는데, 남북교류의 공백이 길어지다 보니 현재로서는 이 정도 규모의 상봉을 소화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는 것이다.

정부 당국자는 이에 대해 “남북 각 200명씩의 상봉을 제안했으나, 북측이 난색을 피력해 11월에 다시 이산 상봉을 추진하는 쪽으로 정리한 것”이라고 추가 이산상봉 합의 배경을 설명했다.

상봉 형식과 방법 등은 지금까지 정부 주도로18차례 열린 이산가족 상봉의 전례에 비춰 결정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우리 측 이산가족 100명이 먼저 금강산을 방문해 북측 이산가족들을 만나고, 이어 북측의 이산가족 100명이 다시 금강산에 내려와 남측 이산가족들을 상봉하게 된다고 정부 당국자는 설명했다

양측은 아울러 화상상봉은 10월 22~23일 이틀간 진행하기로 했으며, 상봉규모는 남북 각각 40가족씩 한다는 데 합의했다.

다만, 이산가족 상봉의 정례화·서신교환 실시 등과 관련, 양측이 문제 해결을 위해 앞으로 노력한다는 선에서 절충점을 찾았다.

남북 양측이 이산가족 상봉이라는 인도적 교류의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상봉 정례화·국군포로문제 등 정치적 부담이 큰 사안에 대해서는 북측이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 데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남북이 우여곡절 끝에 이산가족 상봉에 전격 합의하면서, 이념 대립의 벽에 갇혀있던 냉전의 섬 한반도 정세에도 해빙의 기류가 형성될 수 있을 지도 또 다른 관심사다.

북한이 최근 대화공세를 강화하고 있는 가운데, 이번 합의가 북한 비핵화를 위한 6자 회담 재개에도 한몫을 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한편, 북측은 이번 회담에서 과거와 달리 수해지원이나 쌀 지원, 금강산관광 재개 문제 등을 의제에 올리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은 2000년 이후 18차례 성사된 남북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실무 접촉에서 쌀이나 비료 지원을 이산상봉의 조건으로 제시하는 사례가 적지 않았고, 이번에도 수해지원 등을 거론할 가능성이 대두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