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세훈·김용판 불출석, 국정원국조 파행되나?
원세훈·김용판 불출석, 국정원국조 파행되나?
  • 전민준 기자
  • 승인 2013.08.13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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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의혹사건 국정조사가 14일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이날부터 핵심 증인·참고인에 대한 청문회 예정돼 있으나,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이 불출석을 통보함으로서 14일 첫 청문회는 무산될 가능성이 커졌다.

먼저 김 전 청장은 청문회와 재판 일정이 겹쳐 14일 청문회 출석이 어렵다는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한 상태다. 원 전 원장도 이날 참석이 어렵다며 청문회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원 전 청장은 21일 출석이 가능하다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의 불출석으로 14일 청문회는 '김빠진 청문회'가 될 가능성이 높다. 설사 이들이 출석을 하더라도 묵비권을 행사할 경우 청문회 좌초는 불보듯 뻔하다.

앞서 여야는 29명의 증인 가운데 원 전 원장과 김 전 청장에 대해서는 14일, 나머지는 19일 청문회를 실시키로 했다. 2차례의 청문회에 출석하지 않은 증인과 미합의 증인은 21일 마지막 청문회에 소환키로 합의했다.

민주당은 두 증인에 대한 동행명령장을 발부하고 16일 청문회를 열어야 한다고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핵심증인인 원 전 원장과 김 전 청장의 심문을 마무리해야 나머지 증인들에 대한 원활한 심문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국가정보원 댓글 의혹 사건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야당간사인 민주당 정청래 의원은 이날 오전 TBS 라디오 '열린아침 송정애입니다'에 출연해 "두 증인이 나오지 않으면 내일 국회 국조특위 청문회는 불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정 의원은 "원세훈, 김용판의 증언이 없이는 다른 증인들에 대해서 증언을 듣기는 상당히 어렵다"며 "14일 두 사람이 만약 청문회에 출석하지 않으면 그 즉시 동행명령장을 발부하고 여야가 의결을 해야 한다. 그리고 3일 후인 16일 두 사람 만의 독자적인 청문회를 다시 잡아야 된다"고 주장했다.

전병헌 원내대표도 원 전 원장과 김 전 청장의 청문회 출석을 강하게 요구했다.

전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원내대책회의를 열고 "내일은 원·판(원세훈·김용판) 청문회 개최일이다. 그런데 마치 사전에 입이라도 맞춘 듯 원·판이 불출석을 통보해왔다고 한다"며 "새누리당은 여야가 합의했던 대로 원·판 증인출석 보장 약속을 지켜야한다"고 촉구했다.

정호준 원내대변인 역시 "국기 문란 사건에 대한 실체적 진실 규명이라는 국민의 요구가 법의 사각지대를 이용한 변명과 꼼수로 무시되고 짓밟히고 있다"며 "'악마는 디테일에 숨어 있다'는 서양 격언이 생각난다. 원세훈, 김용판, 남재준 국정원장은 국민이 요구하는 실체 규명의 길을 회피하려 하지 말라"고 꼬집었다.

국정원 국조특위 소속 야당의원들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증언하기가 어려운 형편이라서 또는 재판 기일이라서 나오지 못하겠다는 것은 청문회에 나오지 않으려는 궁색한 변명이자 꼼수에 불과하다. 이는 곧 국정원 국정조사를 파행시키고 국회를 무력화시키겠다는 것"이라며 원 전 원장과 김 전 청장을 비난했다.

이들은 "원세훈, 김용판이 불출석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힌 만큼 국정원 국조특위 야당 위원들은 국회법, 국회에서의 증언 감정에 관한 법률의 절차에 따라 즉시 동행명령, 고발 등의 조치를 취하고 16일 청문회를 요구할 것"이라며 "두 사람이 14일 청문회에 불출석하면 새누리당은 당연히 즉각 동행명령을 발부하고 16일 청문회를 여는데 협조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반면 새누리당은 최대한 설득 작업을 벌이며 불가능할 경우 여야 합의에 따라 21일 청문회를 진행하겠다는 방침이다. 원 전 원장과 김 전 청장의 출석을 강제할 방법이 없다는 이유다.

국정원 국조특위 여당간사인 새누리당 권성동 의원은 "국회법에 따라 동행명령장은 '정당한 사유 없이 불출석할 경우'에만 발부할 수 있다"며 "수사 중이거나 재판 중인 사람이 청문회에 불출석할 경우에는 수사나 재판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고 봐서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는 만큼 동행명령장을 발부할 수 없다"고 일축했다.

권 의원은 "14일 두 증인이 불출석했다고 동행명령장을 발부하는 것은 국회가 스스로 위법을 저지르는 것"이라며 "민주당은 합의서와 전혀 다른 주장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원 전 원장과 김 전 청장의 극적인 출석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양당 원내지도부에서 이들을 출석을 독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경환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원내대책회의를 열고 "국정조사가 원만히 마무리되기 위해서는 원세훈, 김용판 두 증인이 청문회에 출석해 성실하게 임하는 것이 국민적인 도리"라며 "개인적인 사정과 어려움이 있다고 생각하지만 대국적인 견지에서 출석해주실 것을 간곡히 당부드린다"고 밝혔다.

최 원내대표는 "핵심 증인들의 출석에 국정조사의 성패가 달린 만큼 국조특위 뿐만 아니라 원내 지도부도 핵심 증인들의 출석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며 "여야 합의대로 국정조사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집권여당으로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도 "원세훈과 김용판을 비롯해 모든 증인들이 출석해서 국민적 의혹 해소되고 청문회 잘 진행될 수 있도록 협조해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