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국가·사회의 안보까지 ‘위협’
기후변화, 국가·사회의 안보까지 ‘위협’
  • 온케이웨더
  • 승인 2013.08.01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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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뭄·해수면 상승 등으로 분쟁 급증…국제 협력 절실
영국에는 ‘기후·에너지 안보대사(climate and energy security envoy)’라는 직책이 있다. 기후변화가 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만든 직책이다. 기후변화와 안보. 얼핏 생각하면 큰 상관이 없어 보이지만 그 내면에는 엄청난 위험이 숨겨져 있다.
 
전 세계에 걸쳐 에너지, 식량, 물과 관련된 분쟁을 증가시키는 직접적인 원인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기후변화를 연구하고 주목하는 많은 전문가들은 현재는 물론 앞으로도 사회, 경제, 환경적 측면에서 기후변화로 인한 대규모 피해를 예상하고 있다. 또한 향후 그 피해가 지속되고 확대될 가능성이 높아 인류문명의 생존까지도 위협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기후변화로 발생한 사건들과 향후 전망, 대책 등을 알아봤다.
 
중동 민주화운동 ‘아랍의 봄’
 
 

2011년 ‘아랍의 봄’이라고 불리던 중동 국가들의 민주화운동은 기존 독재자를 축출하는 데는 성공했으나 여전히 제대로 된 민주정부를 수립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 국가에선 다시 시위가 일어나거나 아직 내전 중인 곳도 있다.
 
‘아랍의 봄’ 민주화 운동의 배경에는 독재정권의 탄압과 국민의 민주의식 성장 등의 정치적인 요인이 작용했지만, 기후변화 역시 시위 확산에 영향을 미쳤다는 견해도 있다.
 
실제로 2011년 러시아 정부는 기후변화로 인한 가뭄으로 곡물 수출을 금지했다. 이로 인해 중동 곳곳에 곡물가격 급등과 기근이 일어났다. 하지만 중동의 독재정권들이 여기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 반정부 시위가 급격히 확산됐다는 것이다.
 
기후변화가 아랍 민주화 운동의 유일한 원인일 수는 없지만 어느 정도의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 역시 무시할 수는 없다.
 
지구촌 최대 비극, 수단의 다르푸르 분쟁
 
“지난 2003년 지구촌 최대 비극인 수단의 다르푸르 분쟁은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후 변화로 초래됐습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2007년 6월 워싱턴 포스트에 기고한 글 중 일부다.
이렇듯 다르푸르 사태는 21세기 최초의 기후전쟁으로 꼽히고 있다.
 
다르푸르 지역은 예전에는 살기 좋은 곳이었다. 비는 충분하지 않았지만 토양이 비옥했다. 쌀을 비롯한 곡식과 과일을 집약적으로 재배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구 온난화로 인도양의 수온이 상승하면서 계절풍에 영향을 미쳤다.
 
그 결과 지난 20년간 이 지역 강수량은 40% 이상 감소했다. 70%의 주민이 땅에 의지해 살아가는데 초지나 농사지을 땅이 사라지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짐승을 방목하는 유목민들이 짐승에게 풀을 먹이는 초지가 사라졌으며 농사를 지을 땅은 사막으로 변했다.
 
유목민들은 소와 염소의 먹이를 위해 농부들이 경작하는 농지를 침범했다. 피부색도 다르고 종교도 다른 두 집단은 이내 전쟁을 벌였다.
 
다르푸르 분쟁으로 인한 공격은 큰 인도주의적 위기를 낳았다. UN은 폭력과 질병으로 45만명이 사망했고, 강제 퇴거된 사람만 250만 명으로 추정하고 있다.
 
기후변화가 삼켜버린 ‘분쟁의 섬’
 
 

인도와 방글라데시가 30년 가까이 영유권 분쟁을 벌여오던 무인도는 기후변화로 사라졌다.
 
벵골만의 하리아방가강 입구에 있는 이 섬은 썰물 때 물 위로 드러난 최대 높이가 해수면에서 2m를 넘지 않는 섬이다. 최대길이 3.5㎞, 최대폭 3㎞이었던 작은 바위섬을 두고 인도는 ‘뉴무어’, 방글라데시는 ‘사우스 탈파티’라고 부르며 서로 자국 영토라고 주장했다.
 
1974년 발견 당시부터 인도 측은 영유권을 주장해 왔고 방글라데시 측은 1979년 처음으로 영유권을 제기한 후 여러 차례 영유권을 주장해 왔다. 이후에도 공동 이용을 위한 합의 갱신 회담이 수차례 개최됐으나 결렬됐다. 방글라데시 측은 네팔 지역에 댐을 건설해 수자원 양을 증대시킬 것을 주장하고, 인도 측은 네팔은 관여시키지 않고 운하를 건설할 것을 주장했다.
 
하지만 섬은 기후변화에 따른 해수면 상승으로 완전히 가라앉았다. 두 나라가 오랫동안 대화로 해결하지 못했던 문제를 기후변화가 해결한 셈이다.
 
사라진 섬이 영유권 분쟁에 휘말렸던 이유는 해상경계선 때문이었다. 섬 자체는 사람이 살지 않고 구조물도 없지만 섬을 소유한 국가에 따라 해상경계선 위치가 달라졌다.
 
섬이 사라졌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 최근에는 대규모 가스전이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다시 양국 간에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기후변화 대처 위한 국제 협력 갈수록 중요
 
국제에너지기구(IEA)는 “현재 추세가 계속된다면 2017년에는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 농도가 한계치에 이르게 될 것”이라며 “그 전에 이를 막을 강력한 조취를 취하지 않으면 지구는 영원히 그 기회를 놓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런 재앙에 대한 예고는 이미 수십 년 전부터 계속됐다. 2003년 지구온난화로 인한 수단의 다르푸르 분쟁이 페루의 물 관련 분쟁, 미국 남부와 남아시아 국가들에 닥쳤던 해일 등이 그 예다.
 
국내에서도 유례를 찾아 보기 어려운 기상재해가 거의 매년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공론화하고 해결하기 위해 지난 3월 서울에서는 ‘아시아·태평양지역 국제기후안보회의’가 열려 관련 문제를 논의하기도 했다.
 
닐 모리세티 영국 기후변화특사는 그 당시 안보회의에서 “환경문제는 어느 한 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며 환경문제로 인한 분쟁은 여러 나라의 협력이 필요한 일이므로 앞으로 국제공조는 더욱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가장 큰 전략적 위협은 중국이나 일본 등 특정 국가가 아닌 기후변화”라며 “(기후변화는) 군사적 안정성에도 위협이 되지만 경제적 성장과 번영에도 위협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해수면이 상승하면 저지대에 인구가 밀집해 있고 쌀농사를 하는 아시아 지역의 피해가 클 것”이라며 “기후변화에 따른 물부족과 식량부족이 분쟁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렇듯 기후변화로 인한 기상재해가 국가의 안보는 물론 사회 존폐 여부까지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김태환 온케이웨더 기자 pigletkth@onkweath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