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스타들과의 작업, 꿈 꾼 기분”
“대스타들과의 작업, 꿈 꾼 기분”
  • 고아라 기자
  • 승인 2013.07.16 14: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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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 더 레전드’ 막내 이병헌

18일 개봉하는 ‘레드: 더 레전드’로 할리우드 진출 세 번째 작품을 선보이는 영화배우 이병헌(43)이 15일 시사회 후 기자회견을 열었다.
8월 탤런트 이민정(31)과 결혼을 앞두고 있으므로 미디어의 관심은 더욱 쏠렸다. ‘뵨사마’의 팬들인 일본 주부들까지 몰리면서 현장은 몹시 붐볐다.
은퇴한 정보부 특수요원들의 활약을 그린 액션 코미디 영화 ‘레드’(2010)의 후속편인 ‘레드: 더 레전드’는 냉전시대 러시아(옛 소련)에 반입된 핵폭탄 ‘밤 그림자’를 제거하기 위해 이들이 다시 뭉쳐 벌이는 이야기다. 전작에 나온 브루스 윌리스, 존 말코비치, 헬런 미렌, 메리 루이스 파커뿐 아니라 앤서니 홉킨스, 캐서린 지타 존스가 가세해 한결 풍부해진 캐릭터들을 선보인다. 이병헌은 세계최고의 킬러로 손꼽히는 한국인 요원 ‘한’ 역을 맡아 세계적인 스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여러 배우들 중 가장 호흡이 잘맞는 배우는 누구였나. 쟁쟁한 배우들과 함께 출연한 소감은.
엄청난 배우들과 작업을 하게 돼 영화를 찍는 내내 꿈꾸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가장 호흡이 편했던 배우는 헬런 미렌이었다. 카메라 안에서나 밖에서나 참 편하게 대해줬다. 어려서부터 좋아하고 존경하던 배우인데, 그동안 작품 속에서는 너무 강렬하고 카리스마 있고 차갑고 그런 느낌으로만 다가왔었다. 단언컨대 아주 인간적인, 누구보다 따뜻한 분이다.
-‘지아이조2’에서도 그랬고, 악역으로 시작해 착한 편에 서는 역할을 또 맡게 됐다. 할리우드에서 이렇게 지속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능력이 대단하다.
내가 그렇게 능력이 있는 건 아니다. ‘지아이조2’ 스톰 섀도, ‘레드: 더 레전드’ 한 모두 트위스트(꼬임)가 좀 있는 인물이라 이 캐릭터들에 매력을 느낀 것이 아닌가 싶다. 반전이 있으니 한 가지만 보여주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나로서는 재밌게 작업했다.

-평균 63세인 배우들 중 막내였는데 어울리기에 힘든 점은 없었는지. 결혼을 앞두고 있는데 함께 출연한 배우들이 축하메시지를 전해온 것이 있는지.
미국 문화에서는 나이에 따라서 서로 존댓말을 쓰거나 특별히 예의를 차리거나 형식이 있거나 하지는 않는다. 인사를 하는 것이 버릇이 돼있어 존경하는 배우들이어서 매번 고개를 숙여서 인사를 했는데 그분들도 저를 보면 자연스럽게 고개를 숙이면서 인사를 하더라. 그분들이 변해가는 모습이 재밌었다. 이번에 LA에서 프리미어 레드카펫을 하러갔을 때 브루스 윌리스와 딘 패리소트 감독이 내 생일(7월12일)이라는 소리를 듣고 큰 케이크를 선물하고 촛불 끄는 이벤트를 해줘서 고마웠다. 내가 결혼한다는 얘기도 듣고 브루스 윌리스를 비롯해 헬런 미렌, 캐서린 지타 존스 모두 모두 나한테 축하한다는 얘기를 해줬다.

-중간중간 한국어 욕을 하는 장면 때문에 한국인으로서는 무척 재밌었다. 이렇게 한국말을 넣게 된 이유는.
딘 감독이 캐스팅 후 미팅을 할 때 ‘놈놈놈’ 진짜 재밌게 봤다며 박창이는 나쁜 놈인데 지금까지 봐왔던 캐릭터들과 달리 재밌는 부분이 있어 좋게 봤다고 하면서, 한 역이 색다른 나쁜 놈이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래서 박창이가 만주벌판에서 말을 타고 다니는 것이 아니라 스포츠카를 몰고다니면서 이 시대를 살아가면 어떤 모습일까를 상상하면서 ‘한조배’ 역을 연기했다.
본래 중국인으로 설정됐던 한 역을 한국인으로 바꿔달라고 하니 작가가 한국사람들의 성만 모아 놨다. 처음엔 바꿔달라고 할까 하다가 이것도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어 그냥 가기로 했다. 어차피 한국사람이라면 어디에 살든 그 나라말을 쓰다가도 극단적인 감정이 생기면 순간 한국어, 한국말 욕도 튀어나오리라는 생각이 들어 감독에게 ‘여기서 한국말로 내뱉으면 어떨까요’라고 물었더니 재밌는 아이디어 같다고 해서 계속 하게 됐다. 테이크 끝날 때마다 무슨 뜻의 말을 했냐고 해서 영어로 알려주면 감독이 아주 좋아했다. 부작용은, 계속 한국어로 하라고 해서 ‘이 정도만 하는 것이 좋겠다’고 말려야했다.

-‘레드3’에도 출연할 의향이 있는지. 한편으로는 할리우드에서 동양인 배우로서 액션, 무술 하는 역으로만 기운 것이 아닌가하는 아쉬움이 있다.
‘레드3’ 각본을 쓰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출연제의가 온다면 정말 기쁠 것이다. 기라성 같은 배우 들과 연기를 정말 하고 싶었는데, 그걸 또 하게 된다면 정말 행복할 것 같다. 할리우드에서는 이제 겨우 세 편에 출연한 신인이고 나를 모르는 관객들도 많은데, 내가 역할을 선택할 수 있는 그런 날이 빨리 찾아왔으면 좋겠다. 지금은 그 과정이라고 본다. ‘레드: 더 레전드’에서 교과서같은 훌륭한 배우들과 함께 작품을 할 수 있었던 것도 ‘지아이조’에서 급격한 발전을 한 것이라고 본다. 그 다음에는 또다른 캐릭터를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긍정적인 생각을 하게 된다. 앞으로 보여줄 것이 많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