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 정부조직법 거부 거듭 시사
盧대통령, 정부조직법 거부 거듭 시사
  • 신아일보
  • 승인 2008.01.28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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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 기자회견 “정부개편안 새 대통령이 서명 공포해야”
인수위 “새 정부 출범 가로막으려 하는지 이유 모르겠다”
李당선인, 초대 총리 한승수씨 지명

노무현 대통령 28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 조직법 개편안에 대해 반대한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노 대통령은 “내용적으로, 또는 절차적으로 개편안은 문제가 있다"며 거부권 행사 가능성을 거듭 시사했다.
노무현 대통령이 정부조직개편안에 대해 “새 정부의 가치를 실현하는 법은 새 대통령이 서명 공포하는 것이 맞을 것"이라면서 “인수위에 충고한다. 인수위는 법에서 정한 일만 하시기 바란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노 대통령은 28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이 정도는 우리 국민들이 이미 잘 알고 있는 문제라서 토론이 필요없는 것인가. 국민들은 알 필요가 없다는 것인가"라고 되물으며 이같이 언급했다.
노 대통령은 “정부조직개편의 논거가 무엇인가. 조직개편에 드는 비용은 얼마이고 업무 혼선으로 인한 행정력 손실은 분석해 보았나'라며 포문을 열었다.
노 대통령은 정보통신부와 교육부 그리고 과학기술부, 여성부, 통일부, 기획예산처의 부처 설립 근거와 필요성을 역설한 뒤 각종 위원회의 존치 이유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또 “언론이 제대로 토론의 장을 열고 있다면, 그리고 국회가 미리 잘 대응하고 있다면 굳이 제가 나서지 않아도 될 것"이라면서 “그러나 사정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고 기자회견 개최 배경을 설명했다.
노 대통령은 “떠나는 대통령이라 해서 소신과 양심에 반하는 법안에 서명을 요구하는 일이 당연하다 할 수 있나"라며 “참여정부의 정부조직은 시대정신을 반영한 것이고 민주적이고 신중한 토론을 거쳐 만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노 대통령은 “국민들이 선거로 대통령을 뽑아 주었으니 이런 문제는 물어 볼 것 없이 백지로 밀어주어야 하는 것인가"라며 “지난 5년 동안 한나라당은 그렇게 했나"라고 되물었다.
노 대통령은 계속해 “대통령을 뽑아놓고 또 국회의원을 뽑아 국회를 구성하도록 만들어 놓은 것을 보면 민주주의는 그렇게 하는 것이 아닌가 보다"라고 말을 이어갔다.
노 대통령은 “바쁠수록 둘러가라는 말이 있다"며 “충분한 토론을 거치고 문제가 있는 것은 고치고 다듬어 국민과 국회의 동의를 얻어가는 것이 순리다. 그렇게 하는 것이 민주주의이고 실수를 줄이는 길”이라고 주장했다.
노 대통령은 끝으로 “참여정부의 가치를 깎아내리는 일, 그것도 공무원으로 하여금 그 일을 하게 하는 일은 새 정부 출범 후에 하시기 바란다"며 “아직 현직 대통령의 지휘를 받아야 할 공무원에게 그런 일을 강요하는 것은 너무 야박한 일"이라고 주문했다.
한편,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이날 노무현 대통령이 기자회견을 통해 인수위의 정부조직 개편안을 비판한 것에 대해 “특유의 오만과 독선의 발로"라고 비난했다.
이동관 인수위 대변인은 이날 오후 삼청동 인수위에서 브리핑을 열고 “정부 조직개편의 내용과 절차를 문제삼은 노 대통령의 오늘 기자회견을 지켜보면서 참으로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었다. 떠나는 대통령이 새 정부 출범을 왜 이토록 완강히 가로막으려 하는지 그 이유를 모르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변인은 “인수위는 그동안 전임 대통령이 예우받는 관례를 만들고 싶다는 이명박 당선인의 뜻에 따라 여러 차례에 걸친 노무현 대통령의 상식에 벗어난 말씀에도 (대응을) 자제를 했었다"며 포문을 열었다.
그는 정부조직 개편안이 ‘졸속'이라는 노 대통령의 비판에는 “군살을 빼 방만하고 비효율적인 조직을 융합함으로써 능률적이고 생산적인 ‘작은 정부'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이며 국민적 합의와 공감대도 형성됐다"면서 “인수위는 그동안 18개의 기관으로부터 20여개의 개편안을 받아 심도 깊은 논의를 진행했고, 30여개 나라의 정부 개편 사례도 참고했다"고 대응했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은 이날 오전 새정부의 초대 국무총리에 한승수 유엔 기후변화특사를 지명했다.
이 당선인은 서울 삼청동 인수위 대회의실에 한 지명자와 함께 기자회견장에 입장해 직접 지명 사실을 공식 발표했다.
이 당선인은 “(한승수 총리 지명자는) 다양한 국내외 경험을 지녔고 교수, 주미대사, 재경원 부총리, 유엔총회 의장, 기후환경특사로 활동하면서 일하고 있다"면서 “누구보다 글로벌 마인드를 가진 다양한 경험을 가진 분이어서 제가 총리직을 맡아줄 것을 부탁드렸다"고 말했다.
이 당선인은 또 “국제적 인적 네트워크를 통해 경제를 살리기 위한 가장 적격자로 생각했다"면서 “국민 화합 차원에서도 매우 적합한 인물이며 행정부와 의회가 화합하고 협력할 수 있는 품격도 높일 것”이라고 밝혔다.
한 총리 지명자는 “여러가지로 부족한 저를 국무총리 후보로 지명해 준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에게 감사드린다"면서 “총리의 막중한 임무를 하루도 잊지 않고 국민을 위해 봉사하겠고 선진화를 통해서 글로벌 코리아를 만드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