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드나무 가지가지 푸르고,(柳色絲絲綠) 복숭아꽃 잎 새 마다 붉어라.(桃花點點紅)
버드나무 가지가지 푸르고,(柳色絲絲綠) 복숭아꽃 잎 새 마다 붉어라.(桃花點點紅)
  • 황미숙
  • 승인 2012.12.17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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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고려의 문신 문열공(文烈公), 김부식(金富軾)
기록의 역사인가, 역사의 기록인가? 김부식이 지은 《삼국사기》는 한국의 중세의 역사관을 정립한 역사서로 정치적 교훈서로서의 역사학, 유교적 도덕사관, 문헌중심주의 역사학, 합리적 역사관을 정립하는데 큰 역할을 하였다.

《삼국사기》를 빼고 한국의 역사는 시작 할 수 없다.

김부식 (金富軾 ; 1075~1151)은 고려시대의 문신 ·학자이다.

본관은 경주이며 자는 입지(立之)이고, 호는 뇌천(雷川)으로 시호는 문열(文烈)이다.

그의 가문이 중앙정계에 진출하기 시작한 것은 아버지 근(覲) 때부터였다.

그의 아버지는 과거를 통해 중견 관료인 예부시랑(禮部侍郞)좌간의대부(左諫議大夫)에까지 이르렀으나 젊은 나이에 죽고 말았다.

김부식은 13·14세 무렵에 아버지를 여의고 편모의 슬하에서 자랐다.

그를 포함해 4형제의 이름은 송나라 문호인 소식(蘇軾) 형제의 이름을 따서 지었다고 한다.

4형제 모두 과거에 합격해 중앙관료로 진출하였는데 이로 인해 그의 어머니는 훌륭한 어머니로 칭송받았고 매년 임금이 정기적으로 내려주는 곡식을 받았다 김부식은 1126년(인종 4) 어사대부 추밀원부사(樞密院副使)에 올랐으나 이자겸의 난 때에는 침묵을 지킨 것으로 보인다.

이듬해 송나라에 고종(高宗)의 등극을 축하하러 갔으나 금나라 군에 의해 수도가 함락되어 남천(南遷)을 하였으므로 수도에 가보지도 못하고 돌아왔다.

사실 당시의 사신 파견은 표면적으로 송나라 고종의 즉위를 축하하기 위한 것이었으나, 실질적으로는 송나라와 금나라의 사이의 정세를 알아보기 위한 정보수집 차원이었다.

그러나 이를 감지한 송나라의 반대로 수도까지는 가보지도 못하고 중도에서 돌아왔다.

1126년(인종 4) 이자겸의 난으로 개경의 궁궐이 불에 타자 묘청(妙淸) 일파가 서경천도설(西京遷都說)을 주장하였다.

그러나 개경 유신들의 반대에 부딪혀 천도가 어렵게 되자 묘청은 1135년(인종 13) 1월 서경에서 난을 일으켰다.

이때 김부식은 원수(元帥)로 임명되어 직접 중군을 거느리고 삼군(三軍)을 지휘 통솔해 그 진압을 담당하였다.

출정하기에 앞서 재상들과 의논해 먼저 개경에 있던 묘청의 동조세력인 정지상(鄭知常)·김안(金安)·백수한(白壽翰) 등의 목을 베었다.

당시 개경의 재상들과 부하 장군들이 그에게 조속한 진압을 독촉하고 건의하였으나 오히려 지연책을 추진함으로써 관군의 피해를 최소화하며 진압하려고 노력하였다.

서경 진압 도중 묘청의 내부에서 분란이 일어나 조광(趙匡)이 묘청·유참(柳旵) 등의 목을 베어 윤첨(尹瞻)으로 하여금 개경정부에 바치도록 하였다.

이때 반란군의 진압을 위해 그들을 관대하게 처분할 것을 요청하였으나 개경의 재신(宰臣)들이 이를 듣지 않고 윤첨을 극형에 처함으로써 반란군의 재결집을 야기시켰다.

이로 인해 1년 2개월이 지난 시점에서야 반란군을 진압할 수 있었다.

김부식은 묘청의 반란을 제압한 공으로 개경으로 돌아오기도 전에 승진되었다.

《백운소설(白雲小說)》에서 정지상(鄭知常)은 시 때문에 화를 입어 김부식(金富軾)에게 죽음을 당한다.

정지상과 김부식은 당대 시로 이름이 높았으나 사이가 좋지 못하였다.

하루는 정지상이 ‘절에 염불 소리 끝나니,(琳宮梵語罷) /하늘빛은 유리처럼 맑구나.(天色淨琉璃)’라는 시를 지었다.

김부식이 이 시를 보고 탐이 나서 자기 것으로 하자고 애원했으나 단호히 거절당하였다고 한다.

훗날 김부식은 이에 앙심을 품고 있다가 묘청의 난이 일어나자 즉시 정지상을 먼저 죽였다는 것이다.

정지상 죽은 후, 김부식이 하루는 ‘버들잎 천 가지마다 푸르고,(柳色千絲綠)/ 복숭아꽃 만개의 잎 새 붉구나.(桃花萬點紅)’라고 지었다.

그 때 갑자기 정지상 귀신이 나타나 김부식에게 큰소리를 쳤다.

“네가 버들잎이 천 가지인지 세어보았느냐? 복숭아꽃잎이 만점인지 어떻게 아느냐? 시는 그렇게 짓는 법이 아니다.

그 구절은 마땅히 이렇게 고쳐야 한다.

” 그러면서 정지상 귀신은 김부식이 지은 시 구절을 슬쩍 바꾸어 읊었다.

‘버드나무 가지가지 푸르고,(柳色絲絲綠)/ 복숭아꽃 잎 새 마다 붉어라.(桃花點點紅)’ 어찌 시 한수에 목숨이 왔다 갔다 했겠는가. 아무래도 정지상과 김부식은 서로 경쟁적일 수 밖에 없던 사이였으리라. 바라보는 방향이 다른 이들의 정치적 결과는 한 사람의 죽음으로 끝나야 했다.

어쩌겠는가 현실에서 두 마리의 호랑이는 한 우리에서 살 수 없는 것이다.

동굴을 떠나야 할 자는 누구인가. 하물며 같은 하늘을 머리에 이고 살 수 없는 자와 함께 살아가야하는 이들의 고통을 당사자는 모르는 척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