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아직도 혀가 있는가?
나에게 아직도 혀가 있는가?
  • 황미숙
  • 승인 2012.07.10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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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전국시대 진나라의 연횡설가, 장의(張儀)
장의(張儀: ?~BC 310)는 위(魏)나라 사람이다.

국력이 나날이 강성해진 진(秦)나라 효공 때 동쪽으로 진출하려는 시도를 하게 된다.

이때 위(魏)나라를 밀어내고 중원의 차지한 제(齊)나라도 그 세력을 더욱 넓혀갈 준비를 한다.

이에 제나라와 진나라 두 강대국 사이에 끼어있던 한(韓)·위(魏)·조(趙) 3국은 살아남기 위한 전략으로 동맹을 결성하고 진나라에 대항하였다.

이것이 바로 약소국들끼리 연합하여 강대국에 대항한다는 ‘합종(合縱)’이다.

이와 반대로 약소국이 제나라나 진나라와 연합하여 다른 약소국을 공격하려는 것은 ‘연횡(連橫)’이다.

그러나 전국시대 말기에 이르러 제나라의 세력이 약화되고 진나라가 연(燕) · 초(楚)· 한(韓) · 위(魏)· 조(趙)· 제(齊) 6국 중에서 전력의 우위를 차지하면서 ‘합종’과 ‘연횡’은 다른 의미를 갖게 되었다.

즉 진나라를 제외한 나머지 6개국이 연합하여 진나라에 대항하는 것을 ‘합종’이라 하고, 진나라가 다른 한 나라와 연합하여 나머지 5개국과 맞서는 것을 ‘연횡’이라 하였다.

‘합종’과 ‘연횡’은 전국시대 중·후기에 진나라를 제외한 주변 제후국들이 각자 살아남기 위한 전략으로 많은 종횡가(縱橫家)들을 출현시켰다.

그들 중에서 초기의 가장 대표적인 인물이 바로 장의(張儀)이다.

≪전국책(戰國策)≫에는 장의와 소진(蘇秦)이 각각 ‘연횡’과 ‘합종’을 주장하여 서로 논쟁을 펼쳤다는 기록이 있지만, 그것은 사실과 다르다.

또한 사마천도 ≪사기≫ 〈장의열전(張儀列傳)〉에서 장의와 소진을 같은 시대 인물에 나열하고, 소진이 출세한 후에 장의에게 진나라로 들어가도록 권하였다거나, 장의가 소진 보다 뒤에 죽었다고도 하였는데, 오류이다.

장의는 합종(合縱)을 주장하여 명성을 날린 소진보다 약 30년 앞선 인물이다.

1973년 장사(長沙)의 마왕퇴삼호한묘(馬王堆三號漢墓)에서 발굴된 ≪백서 전국책(帛書戰國策)≫에는 소진이 제나라의 민왕과 연나라의 소왕(昭王)에게 보낸 서신과 헌책 등이 실려 있는데, 이로써 소진의 활동 연대가 장의보다 약 30년 뒤라는 사실을 알 수 있게 된 것이다.

장의는 처음에 초나라 회왕을 접견하였으나 재상 소양과 굴원이 유세객을 받아들이는 것을 반대하는 까닭에 천거되지 못하였다.

이후 소양의 식객이 되어 등용 기회를 기다리며 허송세월만 보내었다.

얼마 후 소양이 군대를 이끌고 위나라를 쳐서 7개의 성을 빼앗는 전과를 올렸다.

소양이 개선하는 날, 초나라 회왕은 승전을 축하하는 연회를 베풀고 소양에게 화씨벽을 하사했다.

소양은 초나라의 보물인 화씨벽을 날마다 자랑하였는데, 갑자기 사라졌다.

이때에 소양의 참모인 호언(胡言)이라는 사람이 평소에 장의의 재주를 시기하고 있다가 화씨벽이 사라졌다는 소식을 듣고 소양에게 나아가 말했다.

“평소에 장의라는 문객이 화씨벽에 관심을 가졌는데, 요즈음 행색이 말이 아닌데도 어디론가 떠나려는 모양이 수상합니다.

” 하였다.

결국 장의는 문초를 당하여 처참한 몰골로 위나라로 돌아왔다.

이 모습을 보고 장의의 아내가 이르기를 “아, 당신이 독서와 유세를 하지 않았던들 어찌 이런 치욕은 당하겠습니까.”하고 탄식하니 장의는 “부인, 내 혀를 보시오. 내 혀가 이렇게 무사하면 그만이오, 혀만 무사하면 무엇이 두렵겠소?”라고 대답하였다는 일화가 전한다.

사마천은 ≪사기≫에서 소진과 장의는 참으로 나라를 기울게 하는 위험한 인물이었다고 하였다.

≪맹자(孟子)≫〈등문공하(?文公下)〉에서는 경춘(景春 : 전국 시대의 종횡가)은 장의를 평하여, “공손연과 장의를 어찌 대장부가 아니겠는가! 한번 노하면 제후들이 두려워하고, 가만히 있으면 천하가 편안하도다.

”라고 하였다.

그러나 맹자는 다음과 같은 사람을 대장부라 말하고 있다.

“부귀도 그 사람 마음을 어지럽게 하지 못하며(富貴不能淫:부귀불능음), 빈천도 그 사람의 지조를 옮기지 못하며(貧賤不能移:빈천부능이), 위엄과 무력을 가지고도 그 사람의 지조를 굽힐 수 없다(威武不能屈:위무불능굴).” 오늘날 대장부란 어떤 인물인가. 나라를 기울게 하지 않는 자는 누구인가. 공공을 위한다는 이름을 앞세우는 자들 가운데, 일부의 행태는 매우 딱한 지경이다.

앞에서는 ‘우리 모두 다 함께’를 외치고, 뒤에서는 ‘내 주머니를 위하여’ 사심을 챙겨 가며 오히려 당당해 한다.

이렇게 손잡고, 저렇게 뭉치며 몰려다는 모양새는 작년에 먹은 송편을 넘어오게 한다.

선량한 이들의 뜻을 이용하고 농락하며, 제 것인 양 우기는 꼴은 그만해야 한다.

선한 것인 양, 거짓을 참이라며 스스로 속이는 일을 서슴없이 한다.

그리고 주변까지 오염 시킨다.

우리는 어디에서 편안해 하고, 어떤 것을 즐거워하며, 무엇을 불편해 하는 지 찾아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