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우지 않고 이기는 게 최고의 방법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게 최고의 방법
  • 황미숙
  • 승인 2012.06.18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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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춘추시대 오나라의 손무(孫武)
손무(孫武, BC 544년경~BC 496년경)는 춘추전국시대 제(齊) 나라의 병법가(兵法家)로 자는 장경(長卿)이다.

BC 517년경, 가문에 내분이 일어나고, 손무는 일족을 따라서, 강남 지방 오나라(吳)로 피하여 오나라의 재상 오자서(伍子胥)를 알게 되었다.

손무는 그 후, 오나라의 수도 근처의 산간에 칩거하여《손자병법》13편을 저작 했다.

《손자(孫子)》의 실제 작자는 일반적으로 춘추시대 오나라의 손무(孫武)라고 알려져 있다.

일설에는 손무의 후손 중에 전국시대 진(晋)에서 벼슬을 한 손빈이라고도 한다.

그러나 1972년 산동성에 있는 한대(漢代) 무덤에서 죽간이 발굴되었는데, 그 죽간에서 그때까지 상상 속에서만 존재하던 ‘손빈의 병법서’가 발견되었다.

이로 인해 《손자》는 손무가 남기고, 손빈은 따로 《손빈병법》을 남겼다는 것으로 정리되었다.

북경 중남해의 마오쩌뚱 유물관에 가면 그가 쓰던 침대 위에 책 몇 권이 놓여 있다.

그가 죽을 때까지 손에서 놓지 않았던 책이 바로 《손자병법》이다.

이 책은 마오쩌뚱에게 단순한 병서가 아니라 정치학의 보감이요 처세학의 교과서였다.

《손자병법》은 다수의 라이벌을 상대로 살아남는 법을 다룬다.

그러면서도 싸워서 이기는 방법을 가르치는 병서가 아니라 싸우지 않고도 이길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 주는 고차원의 철학서다.

특히 공격보다 방어가 우선이며 지지 않는 것, 즉 불패가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손자는 지도자가 갖춰야 할 요건을 지(智)인(仁)용(勇)신(信)엄(嚴) 다섯 가지를 꼽는다.

《손자병법》은 일본에서도 상급 무사의 교양서로서 중시되어 왔다.

나폴레옹이 이 책을 늘 곁에 두고 읽었던 일은 유명한 이야기며, 제 1차 세계대전에 패한 독일의 황제 빌헬름 2세는 만년에 가서, “내가 만약 20년 전에 《손자병법》을 읽었더라면, 그렇게 무참하게 패하지는 않았을 텐데…” 하고 탄식했다는 것이다.

BC 515년 오자서의 추천으로 오나라 왕 합려의 초빙을 받아 오나라의 군사(軍師)가 되었다.

합려가 손무의 용병술을 시험하고자 말하며 “선생[손무]의 병법 13편을 모두 읽었지만, 궁녀들을 조금이라도 군의 지휘를 따르는 것을 볼 수 있습니까” 하자, 손무는 이것을 승낙했다.

궁녀 180명을 내 주며 훈련시키도록 하자 손무는 합려가 가장 아끼는 궁녀 둘을 대장으로 세워 훈련을 시켰다.

그러나 궁녀들은 훈련에 따르지 않고 장난처럼 여겼다.

그러자 손무는 군령을 세우기 위해 궁녀 둘을 처형하도록 하였고, 합려가 용서해 줄 것을 간청하였으나 손무는 군령은 왕명보다 중요하다고 말하며 사형을 집행하였다.

그리고 다시 다음가는 궁녀를 뽑아 대장으로 삼고 훈련을 시키자 모든 궁녀가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고 한다.

그러자 합려는 손무의 능력을 인정하고 결국은 그를 대장으로 삼았다.

그 후 손무와 오자서는 힘을 합쳐 소국인 오나라를 강한 나라로 만들었고 중원 이북의 강국인 제나라와 진(晉)나라를 넘보게 되었다.

기원전 496년, 손무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합려는 월나라를 공격하였으나 패배하고 합려도 부상의 후유증으로 사망하였다.

손무와 오자서는 합려의 후계자 부차를 보좌하여 국력을 키운 뒤 월나라를 공격하여 크게 승리하였다.

부차가 패자가 될 무렵, 손무는 은퇴하여 이후의 생애는 알려져 있지 않다.

손무는 성공한 후에 물러나지 않으면 화를 자초하게 된다고 말하고 돌연 관직을 버리고 은퇴하였다.

손자는 승리를 아는 다섯 가지 방법을 다음과 같이 제시하고 있다.

“더불어 싸울 것인가와 더불어 싸우지 않을 것인가를 아는 쪽은 승리하고, 병력의 많고 적음에 따라 용병할 줄 아는 쪽은 승리하고, 상하가 일치단결하여 함께 하고자 하는 쪽은 승리하고, 만반의 태세를 갖추고 상대의 미비함을 기다리는 쪽은 승리하고, 장수는 유능하고 군주가 간섭하지 않는 쪽은 승리한다.

이 다섯 가지는 승리를 아는 방법이다.

그러므로 상대를 알고 자신을 알면 백 번 싸워도 위태하지 않으며, 상대를 알지 못하고 자신을 알면 한 번 이기고 한 번 지며, 상대를 알지 못하고 자신도 알지 못하면 싸울 때마다 반드시 패한다(知彼知己 百戰不殆 不知彼而知己 一勝一負 不知彼不知己 每戰必敗비피지기 백전불태 부지피이지기 이승일부 부지피부지기 매전필패).” 인생에 있어서 승리란 무엇인가?《맹자》공손추 상편에서는 “我無官守 我無言責也 則吾進退 (아무관수 아무언책야 즉오진퇴 : 관직에 있는 사람은 그 직책을 다하지 못하면 물러나고, 간할 책임이 있는 사람은 그 말이 받아지지 않으면 떠나간다고 하였다.

)”라고 하였다.

이기고 지는 것과 머물고 떠나가야 할 때를 아는 것은 성현의 몫이런가. 손무가 떠나간 뒤 누구도 무덤을 찾을 수 없었다하니 그 또한 관직도 없고, 책임도 없고, 진퇴 또한 그의 뜻대로 인가. 얄팍한 내 머리로는 맹자의 뜻도 손무의 뜻도 새기기가 어렵다.

다만 세상이 나를 알아주지 않는다고 툴툴 거리더라도 어깨를 들썩거리며 아첨 떨지 않을 만큼이면 족하리라. 서투른 목수를 위해 먹줄을 고치거나 없애지 않도록 스스로 노력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