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가득 차기 전에 몸을 뺀다
다 가득 차기 전에 몸을 뺀다
  • 황미숙
  • 승인 2012.06.11 13: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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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춘추시대 월나라의 도주공(陶朱公) 범려.
범려는 춘추 시기에 월(越)나라의 왕 구천(勾踐: 재위 BC 497 ~ BC 465)을 섬긴 유명한 정치가이자 사상가이며 정략가이다.

자는 소백(少伯), 춘추 말기에 초(楚)나라 완(宛: 지금의 하남성 남양현)에서 태어났다.

범려는 후세에까지 중국인들에게 가장 이상적인 인간상으로 추앙받는 인물로, 현존하는 무협소설의 대가 김용이 가장 존경한다는 인물이다.

실제 그는 무협소설 15권으로 성공하여 신필(神筆)이라는 극찬을 받은 후 곧 절필하였으며 지금은 범려를 본받아 절경(絶景)인 항주에서 여생을 보내고 있다 한다.

춘추시대 말기 오나라의 합려는 손무와 오자서를 등용해 춘추오패의 위치에 오른다.

그러나 작은 나라에 불과한 월나라의 윤상은 오나라의 후방을 기습하자, 이로부터 오월은 20년 동안 대를 잇는 견원지간의 싸움이 시작된다.

BC496년 월나라 윤상이 죽고 그의 아들 구천이 왕이 되던 해에 오나라는 월나라를 공격한다.

그러나 이 싸움에서 오나라는 크게 패하고, 왕 합려는 부상을 당해 결국 죽게 된다.

합려의 아들인 부차는 복수를 준비하고, 절치부심하게 되는데 이 소식을 들은 월나라 구천은 범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오나라를 선제공격하게 된다.

그러나 이 싸움에서는 오나라 부차가 크게 승리하고 결국 월나라 왕 구천과 범려는 회계산에서 포로가 되었을 때, 오자서는 이들을 죽이고 후환을 없애자고 하였다.

이후 구천과 범려는 굴욕의 세월을 보내야 했다.

범려는 오나라 와 부차가 병상에 눕게 되는 일이 생겼을 때, 환자의 대변의 맛만 보아도 병세를 알 수 있다며 부차의 대변을 먹어보기까지 한다.

이에 부차는 오자서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구천과 월나라도 돌려보내었다.

3년 만에 월나라로 돌아온 구천과 범려는 회계산의 굴욕을 잊지 않고 와신상담(臥薪嘗膽)의 칼날을 갈았다.

약 20년 후, 굴욕의 세월을 버틴 구천은 고소산에서 부차에게 승리하고 패자가 된다.

구천은 모욕을 잘 견디었고, 범려는 책략으로서 적을 꿰뚫었고, 문종은 내치를 잘한 덕분이었다.

이런 승리감을 제대로 맛 볼 겨를 없이 범려는 대부 문종에게 다음과 같은 편지를 쓰고 월나라를 떠났다.

“공중에 나는 새가 기운이 다하면 좋은 활은 쓸모가 없고[鳥盡弓藏], 토끼 사냥이 끝나면 사냥개를 삶아먹고 [吐死狗烹] 적국이 망하면 책사는 반드시 모략을 받아 죽습니다.

월나라 왕 구천의 상은 목이 길고 입은 까마귀 주둥이입니다.

[長頸烏喙] 고난은 함께 할 수 있으나 부귀는 함께 누릴 수 없으니 천수를 누리며 살고 싶거든 속히 월나라를 떠나십시오.” 대부 문종은 결국 구천에 의해 죽임을 당하였다.

범려는 배를 타고 제나라에 도착하여 성과 이름을 바꾸고 재산을 모았다.

사마천은《사기》<월왕구천세가>에서 ‘범려는 세 번 옮기고도, 모두 이름을 떨쳐, 후세에 전해지고 있다.

’라든가 <화식열전>에서도 재산을 모아 가난한 친구들과 고향의 형제들에게 나누어 주어 군자의 덕을 행한다고 서술하고 있다.

《맹자》이루편에서는 “滄浪之水 濁兮 可以濯我足 (창랑지수 탁혜 이탁아족 : 창랑의 물이 맑으면 갓끈을 씻고, 창랑의 물이 흐리면 내 발을 씻을 것이다.

)”라고 하였다.

시끄러운 이 세상에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오자서와 범려를 비교하여 볼 때, 두 사람은 뛰어난 능력을 갖추었음에도 결국 상반된 인생의 결말을 맞이하였다.

오나라 부차에게 오자서는 끝까지 충언하다가 죽임을 당하였다.

범려는 구천과 함께 오나라 인질이 되어 월나라를 되살릴 방법을 강구하였다.

오늘날 지도자를 선택한다면 어찌 해야 할 것인가? 오자서와 범려의 방법 중에 어떤 선택이 필요한 것인가? 범려는 ‘만(滿)은 손(損)을 초래하고, 항룡은 회한(悔恨)이 있다’고 하는 역(易)의 원리를 지켰던 것이다 가득 차기 전에 몸을 빼고, 정상까지 올라가기 전에 몸을 뺀다.

이른바 명철보신(明哲保身)만이 현명한 선택이 되는 사회이런가? 지금도 천하를 얻으려는 자나 천수를 누리고자 하는 자는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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