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리 불감증’나사풀린 지방공무원
‘비리 불감증’나사풀린 지방공무원
  • <특별 취재반>
  • 승인 2012.04.22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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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묘한 뇌물수수…축재형·지분투자형 등으로 진화
법인카드 며느리에 줘 500회 사용
시민단체 “솜방망이 처벌도 한 몫”

비리 차단을 위한 각종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공직비리는 여전히 횡행하고 있다.

공사 수의계약으로 민간업체로부터 금품 챙기기, 직무와 관련해 정기적 상납 받기, 승진 대가로 뇌물 받기, 유흥 비용을 업무용 카드로 결제하는 등 지방자치단체의 공직비리는 각양각색이다.

감사원이 지난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강원도의 한 공무원은 개발사업 인·허가 업무를 처리하면서 특혜를 봐준 대가로 1억1510만원 상당의 금품을 받아 검찰에 수사 의뢰됐다.

또 서울시의 공무원 11명은 유흥주점을 이용한 비용 109만원을 업무용 카드로 결제한 후 음식점에서 식사를 한 것처럼 영수증을 발급받았다.

음성군청의 한 보건진료원은 3년여간 며느리에게 법인카드를 건네줘 506회에 걸쳐 3700만원을 생활비로 사용했다가 적발됐다.

여기에다 한발 더 나가 지자체 한 공무원은 직접 술집을 운영했다.

선박 검역업무를 담당했던 평택시의 7급 공무원은 유흥업소를 차려 놓고, 검역 대상 업자들을 자신의 업소로 불러내 매상을 올렸다.

공무원과 유흥업소 주인으로 투잡을 뛴 이 씨가 챙긴 돈은 1년 동안 3000만 원에 달했다.

공직자의 뇌물수수 형태는 축재형과 지분투자형으로 진화하고 있다.

순천시는 지난 2010년 3월 당시 모 시의원의 직계 가족이 지분의 50%를 소유하고 있는 A건설사와 도로 개설, 철거공사등 모두 4건에 4010만원 규모의 수의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동안 비리를 막기 위해 외쳤던 구호는 공염불이 되어 버렸다.

지난해 여름에는 사무관으로 승진하려면 3천만원에서 5천만원, 서기관은 5천만원 이상의 돈봉투가 필요하다는 말이 떠돌 정도로 지자체 60여 곳에서 승진 대가 뇌물비리가 터져 공직사회의 추악한 모습이 적나라 하게 비쳐졌다.

감사원 관계자는 “공직사회 비리·비위 문제는 처방을 내놓기가 매우 까다로운 측면이 있다"며 “내부자들이 한통속이 돼 흔적을 없애버리거나 증빙을 조작하면 비리입증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공직자의 토착비리 문제는 심각성이 더 크다.

검찰은 지난 19일 광주광역시의 총인처리시설 공사발주 비리와 관련해 뇌물수수 등 혐의로 공무원과 교수, 건설업체 간부 등 11명을 구속 기소하고, 12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뇌물을 받은 이들은 발주 공사의 설계점수를 평가하는 공무원과 대학교수 등 심의위원들로, 건설업체들은 턴키방식으로 발주된 총인시설 공사를 따내기 위해 심의위원들에게 후하게 점수를 받으려고 치열한 로비전을 펼쳤다.

공무원과 대학교수 등 심의위원들은 500만원부터 많게는 4000만원에 이르는 뇌물을 승용차·식당·커피숍 등지에서 현금으로 건네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심의위원들의 명단이 공개돼 있어 상시 로비의 대상이 됐다.

건설업체들은 심의위원을 대상으로 일대일 전담직원을 지정, 금품을 제공하거나 골프접대와 상품권 지급 등으로 학연·지연 등을 통해 심의위원 발탁 전부터 조직적으로 관리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으로 강운태 광주시장은 지난 20일 관련 공무원 7명의 파면·해임 방침을 밝히는 등 대 시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국민권익위원회의 공직비리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국 지자체에서 금품수수, 공금 횡령, 공문서 위변조, 직권 남용으로 징계를 받은 공무원은 2006년부터 2010년까지 5년간 1002명에 달했다.

이는 매년 증가 추세에 있다.

시민단체 한 관계자는 “공직비리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도 이를 더욱 부추킨다"며 “비리 행위가 적발될 경우 수수한 금품의 전액회수는 물론, 법이 허용하는 가장 무거운 책임을 묻는 게 관행화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