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도선 자주 부어서 고생
편도선 자주 부어서 고생
  • 서효석
  • 승인 2010.07.21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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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효석의 편강보감10- 편강탕 이야기 1
한방으로 치료법 찾기 위해 달이고 태우는 일로 밤을 새 천연두는 종두법이 발견되기 전까지 인류에게 아주 무서운 질병이었다.

발병하면 사망률이 높고, 병이 낫더라도 발진이 생겼던 자리에 얽음이 남아 곰보가 되었으니 왜 안 그러겠는가? 1796년 영국인 의사 에드워드 제너는 목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우두에 걸린 소와 접촉한 뒤 천연두에 면역이 생긴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즉, 천연두에 면역성을 길러주려면 우두균을 일부러 맞히면 된다는 가설을 세우게 된 것인데, 가설은 어디까지나 가설일 뿐, 만약 잘못된다면 병균을 일부러 주사하는 꼴이 되니 과연 누구에게 실험을 할 수 있단 말인가? 제너는 결국 여덟 살 난 자기 아들에게 우두균을 접종했다.

가설이 입증되어서 천연두에 면역이 생겼고, 그 결과 오늘날 천연두는 사라진 질병이 되었지만 말이 쉽지, 자신의 어린 아들에게 미지의 실험을 해야 하는 그의 절박한 심정은 감히 짐작키 어려운 일이다.

어린 시절 필자는 편도선이 자주 부어서 고생을 했다.

한 번 발병하면 40도를 오르내리는 고열과 함께 두통, 귀의 통증, 전신위화감 등이 나타나고 환부가 매우 아팠다.

음식을 삼킬 때 목이 심하게 아프고, 더 악화되면 아예 아무것도 삼킬 수 없었다.

한여름에도 겨울 점퍼를 입고 지내야 하는 힘든 날들이 많았다.

병원에서 편도선에 좋다는 약을 두루 먹어 보았지만 근본적 치료를 할 수가 없었다.

예나 지금이나 양방에서는 편도선을 마치 맹장처럼 인식하여 수술로 떼어내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했다.

그래야만 차후에 또 다른 질병이 발생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세월이 흘러 한의대를 졸업한 나는 20년 고질병이었던 나 자신의 편도선염을 한방으로 치료하기 위해 온갖 한의서를 다 뒤졌다.

나는 자나 깨나 어떻게 하면 편도선염을 치료할 수 있을까 그 생각만 되풀이 했다.

그러나 손에 잡히는 뚜렷한 결과물 없이 생각은 쳇바퀴 처럼 돌기만 했다.

마황, 행인, 계지, 감초, 세신, 가공부자, 시호, 반하, 계피, 황금, 작약, 대추, 인삼, 배, 감, 깻잎, 파, 마늘, 생강, 미나리, 상백피, 유근피, 신이화, 오미자, 현삼, 길경, 방풍, 우방자, 형개, 매실, 우엉, 달래, 호두, 맥문동, 산초, 복령, 진피, 지실, 죽여, 삼백초.... 온갖 약재의 성분을 더욱 정밀하게 연구 기록하고, 수십 가지 약재를 수백 가지 배합비로 달리 연구하고, 날로 먹고, 삶아서 마시고, 쪄서 으깨고, 달이고 태우는 일로 밤을 샜다.

막히면 의서를 뒤지고, 자다가도 생각이 나면 일어나서 약을 달였다.

한자로 오공(蜈蚣)이라 부르는 지네를 볶아서 그 재(災)를 편도선에 직접 살포하면 좋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대로 실험을 했는데, 깊은 밤 집에서 프라이팬에 지네를 볶았더니 아 그 냄새란 말로 형언하기 어려운 지독한 것이었다.

그 후 며칠 동안 문이란 문을 모두 열고 지내도 고약한 냄새는 없어지지 않았다.

한 번은 반하가 특히 효험이 있는 것 같아 배합비를 높여서 실험한다고 엑기스를 듬뿍 넣은 약을 마셨는데 그만 농도가 너무 지나쳤는지, 입안이 완전히 헐어서 그 후 사흘간 밥을 입에 대지도 못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