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헝다' 결국 청산 절차…'경제 황사 될까' 한국도 불안
중국 '헝다' 결국 청산 절차…'경제 황사 될까' 한국도 불안
  • 천동환 기자
  • 승인 2024.01.29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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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법원 "채무 불이행 2년 넘어…구조조정 계획 제시 못해"
'中 건설 위축→중간재 수출 감소→韓 GDP 축소' 연쇄 효과

빚더미에 앉은 중국 거대 부동산 개발 그룹 '헝다'가 홍콩 법원으로부터 청산 명령을 받았다. 홍콩 법원은 헝다가 채무 불이행 상황을 2년 넘게 끌어오면서 구체적인 구조조정 계획을 제시하지 못했다며 이번 결정을 내렸다. 헝다 사태를 중심으로 한 중국 부동산 위기는 우리나라에도 달갑지 않다. KDI는 중국 부동산·건설 위축이 우리나라의 대(對) 중국 중간재 수출 감소와 GDP 축소라는 부정적 연쇄 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29일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홍콩 법원은 이날 중국 부동산 그룹 헝다(에버그란데)에 청산 명령을 내렸다.

홍콩 법원 린다 찬(Linda Chan) 판사는 헝다가 채권 상황을 불이행한 지 2년이 넘었고 여러 번 법원 심리에서 구체적인 구조조정 계획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총 3270억달러(약 443조원) 규모 세계 최대 부채를 보유한 부동산 개발 업체 헝다에 대한 청산을 결정했다.

법원의 청산 결정에 따라 지명된 임시 청산인은 헝다의 경영권을 인수하고 부채 구조조정 협상과 자산 통제에 나서게 된다. 채권자들은 임시 청산인에게 헝다 관련 채권 증명서를 제출해야 한다. 

중국 정부는 부동산 과열 방지 목적으로 2020년부터 부동산 기업 대출을 규제했고 이때 헝다의 경영난이 시작됐다. 헝다는 2021년 12월 227억달러 규모 해외 채권에 대해 채무불이행을 선언한 바 있다. 홍콩 법원의 이번 결정은 작년 6월 주요 투자자 중 하나인 톱샤인글로벌이 제기한 청산 청구 소송에 따라 이뤄졌다.

외신은 홍콩 법원의 청산 명령이 나온 후 샤오언 헝다그룹 집행이사가 어려움과 문제를 직시하고 모든 합법적 조처를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전했다. 샤오언 집행이사는 채권자의 합법적 권익을 보장하면서 그룹의 정상적인 경영을 추진한다는 방침도 밝힌 것으로 보도됐다.

중국의 주택 가격 지수 부동산 투자액(2023년은 1~9월) 변동률 추이. (자료=CEIC, KDI)
중국의 주택 가격 지수 부동산 투자액(2023년은 1~9월) 변동률 추이. (자료=CEIC, KDI)

헝다 사태를 겪고 있는 중국 부동산 시장은 불황과 위기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글로벌 경제 데이터 서비스 업체 CEIC 자료에 따르면 중국 주택가격은 2021년 7월 정점을 찍은 뒤 계속 하락해 작년 하반기에는 2019년 초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또 2018년과 2019년 10% 안팎 증가율을 보이던 중국의 부동산 투자액은 2022년과 2023년 10% 안팎 감소세로 돌아섰다.

중국 부동산과 건설업의 위축은 우리 경제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작년 11월 발간한 '중국 건설업 위축의 영향과 중장기 무역구조 변화의 시사점' 보고서에서 중국 부동산 건설업체의 재무건전성 악화가 우리 경제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경계했다.

KDI는 중국 GDP(국내총생산) 중 건설업에서 직접 창출되는 부가가치 비중은 7.5%에 불과하지만 건설업 생산 과정에 투입되는 중국의 중간재 생산도 함께 감소해 중국 건설업 생산 10% 감소는 중국 GDP를 2.4% 줄이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우리 경제는 중국 건설업 생산에 투입되는 중간재 수출 위축 영향을 주로 받는다고 평가하면서 중국 건설업 생산 10% 감소가 우리나라 GDP 0.4% 감소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추정했다.

cdh4508@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