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PF위기①] 기회가 위기로…우발 채무에 발목 잡힌 태영건설
[부동산PF위기①] 기회가 위기로…우발 채무에 발목 잡힌 태영건설
  • 남정호 기자
  • 승인 2024.01.03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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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형 키웠지만 금리 인상기 사업성 악화에 채무 부담↑
자구책 마련…11일 채권자협의회서 워크아웃 여부 결정
서울시 여의도 태영건설 본사. (사진=태영건설)
서울시 여의도 태영건설 본사. (사진=태영건설)

시평 16위 중견 건설사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을 신청하면서 PF 우발 채무 위기론이 다시 고개를 든다. 신아일보는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을 신청하기까지 과정과 앞으로 예상되는 상황을 살피고 수면 위로 떠오른 건설 유동성 문제의 실태를 진단했다. <편집자 주>

부동산 시장 호황과 저금리에 외형을 키웠던 태영건설이 급격한 금리 인상 후 악화한 사업성에 PF 우발 채무 부담이 커지면서 결국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이 회사는 네 가지 자구노력안을 내놓고 채권단의 평가를 기다리고 있다.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여부는 11일 열리는 채권자협의회에서 결정된다.

3일 태영건설에 따르면 이 회사는 지난달 28일 채권단에 워크아웃(기업 재무구조 개선 작업)을 신청했다. 

작년 시공 능력 평가에서 16위에 오른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을 신청하게 된 이유는 PF(프로젝트 파이낸싱) 우발 채무가 큰 영향을 미쳤다. 늘어난 PF 우발 채무 대응을 위해 자금 소요가 늘면서 차입 규모도 함께 커지며 유동성 위기로 이어졌다. 

한국투자증권 분석에 따르면 작년 3분기 말 기준 태영건설이 보증한 PF 대출 잔액은 4조4100억원에 달한다. 이 중 SOC(사회간접자본) 사업을 제외한 부동산 개발 PF 잔액은 3조2000억원 규모다. 현재 미착공으로 차입금 상환 재원을 마련하지 못한 현장들이 모두 대출 연장을 못 해 사업이 중단되면 태영건설이 이행해야 할 PF 우발 채무는 7200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금융위원회는 이와 관련해 글로벌 긴축 과정에서 PF 대출과 유동화증권 차환이 전반적으로 어려워진 가운데 태영건설의 경우 자체 사업 비중과 부채 비율이 높고 자기자본 대비 PF 보증도 과도한 것 등이 영향을 미쳤다고 봤다.

권대영 금융위 상임위원은 지난달 28일 관련 브리핑에서 "부동산 시장 호황과 저금리 시대에 태영건설이 외형을 많이 늘렸는데 금리 인상기에 접어들면서 PF 사업장의 사업성이 떨어지면서 유동성 문제가 발생했다"고 분석했다.

배세호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그동안 경쟁사 대비 높은 차입금 의존도, PF 보증 규모로 신용평가사들의 신용등급 하락 등 금융권 전반적으로 우려가 있었고 결국 워크아웃을 신청했다"며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대금 960억원, 포천파워 지분 매각 대금 264억원 확보에도 성수동 오피스 개발 사업 PF 400억원 차환 발행 등 다수의 PF 차환 발행 건과 만기도래 차입금의 상환, 차환이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서울시 성동구 '성수동 오피스 개발 사업' 부지. (사진=연합뉴스)
서울시 성동구 '성수동 오피스 개발 사업' 부지. (사진=연합뉴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연말 기준 2018년과 2019년 각각 234.5%와 276.5%던 태영건설의 연결 기준 부채비율은 2020년 487.2%로 급등했다. 이어 2021년 426.6%, 2022년 483.6%, 2023년 3분기 478.7%로 계속해서 400%대를 기록했다.

반면 이 기간 벌어들인 영업이익은 2018년 4582억원에서 △2019년 2764억원 △2020년 2509억원 △2021년 1745억원 △2022년 915억원으로 매년 감소세다.

최성종 NH투자증권 연구원은 "2022년부터 태영건설의 재무안정성은 크게 악화됐다"며 "공사원가 상승 등으로 현금 창출 능력이 저하된 가운데 PF 우발 채무 대응을 위해 차입 규모 부담은 계속 확대되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워크아웃을 신청한 태영건설은 3일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에서 자구노력안과 관련해 400여 곳 이상 채권자를 대상으로 설명회를 연다. 태영건설은 일부 계열사 매각과 대주주 사재출연, 기타 지분 담보 등 자구안을 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워크아웃 개시 여부를 결정할 채권자협의회는 오는 11일로 예정됐다. 채권자협의회에서 태영건설이 제시한 자구노력안을 채권단 75%(신용 공여액 기준)가 동의하면 워크아웃 절차에 착수하게 된다. 채권단이 워크아웃에 동의하지 않으면 태영건설은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밟게 될 가능성이 커진다. 

태영건설 관계자는 워크아웃 여부를 결정할 이번 채권자설명회와 채권자협의회에 대해 특별한 견해를 밝히지 않았다.

다만 윤세영 태영그룹 창업회장은 지난 2일 신년사를 통해 "태영건설의 규모에 걸맞게 제대로 살피지 못한 불민함 탓에 오늘의 상황에 이르게 된 데 대해 태영그룹, 태영건설 창업자로서 송구하다"며 "책임을 통감하고 최선을 다해 워크아웃을 잘 마무리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south@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