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 기피·돌봄 구인 급증…지역 노동시장, 수급 불균형 확대
제조 기피·돌봄 구인 급증…지역 노동시장, 수급 불균형 확대
  • 김보람 기자
  • 승인 2023.12.26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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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충남 구인보다 구직자 많아…매칭 효율성도 낮아
(자료=한국은행)
(자료=한국은행)

최근 지역 고용 상황이 양호한 모습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제조업 기피 현상과 돌봄서비스 구인 증가 영향으로 수급 불균형은 팬데믹 이전보다 확대됐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은행(한은)은 26일 발표한 '지역 노동시장 수급 상황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9년 3분기 대비 올해 3분기 대부분 지역에서 구인 증가율(채용)이 구직 증가율(구직)을 상회했다.

기업 채용보다 일자리를 찾는 사람들이 더 많다는 의미다. 

실제 우리나라의 경우 지역 간 거리가 멀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노동시장 수급 상황은 지역에 따라 작지 않은 차이를 보였다.  

'노동시장 긴장도(tightness)'를 보면 서울과 대전, 부산 등 대도시에서는 0.5를 하회하는 한편 전남과 충남, 충북 등에서는 1을 상회한다. 

노동시장 긴장도는 실업자 대비 빈 일자리 비율로 노동시장 수급 상황의 양적 측면을 보여 주는 지표다. 노동 공급 대비 노동수요가 얼마나 많은지를 보여준다.

특히 전남과 충남의 경우 노동시장 긴장도가 1을 웃도는 것은 물론 미스매치 지수도 지역 평균보다 높았다. 

미스매치 지수는 노동시장 수급 상황의 질적 측면을 보여주는 지표로 구인 분포와 구직 분포 간 격차가 클수록, 매칭 효율성이 낮을수록 지수는 상승한다.

송상윤 제주본부 기획금융팀 과장은 "팬데믹 이전 대비 대부분 지역에서 노동시장 긴장도가 상승하고 미스매치는 확대됐다"며 "다만 충남, 경남지역 노동시장이 여타 지역에 비해 두드러지게 타이트해진 것으로 나타났으며 서울과 제주, 광주 긴장도 상승 정도는 상대적으로 작았다"라고 설명했다. 

지역 노동시장 수급 불균형 배경은 크게 △제조 현장직 기피 현상 심화 △돌봄서비스 구인 급증 등으로 꼽혔다.

우선 제조 현장직에서의 인력 수급 불균형 심화는 대부분 지역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난 현상이지만, 40대 이하 연령층에서의 구직 감소가 주로 기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2019년 3분기 대비 올해 3분기 중 제조 현장직 긴장도는 제주를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상승했다.

제조 현장직에 취업하려는 구직자가 감소한 것은 30대 이하 젊은 연령층뿐 아니라 40대도 제조 현장직을 기피하고 있기 때문이다.

제조 현장직을 세부 직종별로 살펴보면 제조 현장직 긴장도 상승은 화학(플라스틱 제조 등)과 금속(판금, 용접 등), 제조단순직이 견인했다. 이들의 구인 비중은 57.0%에 달한다.

아울러 돌봄서비스 구인이 큰 폭으로 증가한 것도 지역 노동시장의 변화를 가져왔다.

돌봄서비스의 경우 고령화에 따른 구인 증가의 영향으로 분석 대상 16개 지역 중 11개 지역에서 노동시장 긴장도가 상승했다.

돌봄서비스 구인은 2019년 3분기 대비 올해 3분기 133.9% 증가했으며 구인 비중은 2019년초 5.7%에서 올해 3분기 11.3%로 약 2배 상승했다. 

송상윤 제주본부 기획금융팀 과장은 "지역 노동시장 상황이 직종 측면의 구조적 문제에 큰 영향을 받는 만큼 인력수급 관련 정책은 지역보다 직종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면서 "다만 직종에만 초점을 맞추게 되면 개별 지역 고유 특성이 정책에 반영되지 않을 수 있으므로 직종 측면 정책은 중앙부처에서, 지역 고유의 정책은 지자체에서 주관하는 하이브리드 정책이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제조 현장직 중 자동화가 어려운 필수 직종(화학, 금속 등)의 경우 핵심 기술이 다음 세대로 잘 이전될 수 있도록 정책적·자구적 노력이 필요하다"면서 "제조 현장직의 경우 근무 환경이 여타 직종에 비해 좋지 않을 가능성이 크므로 이를 보완하기 위한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구체적으로는 근무 여건 개선 노력가 함께 제조 현장에서 근무하는 20~40대의 평균 근속연수가 긴 기업들에 혜택을 주는 정책, 기업의 경우 제조 현장직 근로자들의 근무 여건(임금 등)을 꾸준히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이다. 

또 돌봄서비스는 우리나라 고령화 추세에 비추어 볼 때 인력수급 
불균형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외국인력도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qhfka7187@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