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시장에 부는 ‘토털서비스’ 경쟁
철강시장에 부는 ‘토털서비스’ 경쟁
  • 박재연기자
  • 승인 2010.06.16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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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사 잡아라!”… 포스코-현대제철 ‘영업전쟁’
지난 4월8일 현대제철이 당진에 일관제철소를 준공한 이후 고로(高爐)가 본격 가동에 들어가면서 국내 철강업계가 들썩이고 있다.

포스코가 40년 넘게 지배해 온 국내 철강업계의 제품 수급 구도에 지각변동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아직은 연산 3450만t 체제인 포스코가 여전히 시장에 강력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지만 미래는 장담할 수 없다.

현대제철은 연산 800만t 규모(2기 400만t은 내년 1월 가동 예상)를 내년이면 보유하게 된다.

동국제강 역시 브라질 세아라주에 300만t 규모 1기 고로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국내 중간 가공 철강사들은 그동안 열연강판과 슬래브 등 원재료를 포스코에 상당 부분 의존해 왔다.

하지만 현대제철이 일관제철소를 완공하고 쇳물 생산에 돌입함에 따라 수급선 다변화 움직임이 고개를 들기 시작한 것이다.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포스코는 물론 기회를 잡으려는 현대제철이 고객 확보를 위해 내놓은 비장의 카드는 고객사를 위한 토털 서비스 도입이다.

공교롭게 두 회사가 같은 마케팅 전략을 뽑아든 것이다.

사실 그동안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판재류와 봉형강으로 나뉘어 시장을 지배해 왔다.

이 같은 밀월관계가 깨진 것은 현대제철이 올해 고로제철소를 완공하면서부터다.

철강 고객사들을 위한 마케팅에도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

포스코는 대규모 생산능력과 시장지배력, 제품 개발력을 토대로 고객사들을 위한 토털 서비스 시대를 연다는 생각이다.

이를 위해 최근 토털 고객서비스팀을 신설하고 보상기준과 범위를 고객 위주로 개선했다.

포스코 관계자는 “전문성과 신속성을 갖춘 전담조직이 생기면서 고객 불편을 최소화하고 고객의 요구를 관련 부서에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보상제도 역시 대폭 수정해 고객의 손실을 최대한 반영토록 했다.

구입과 보상시점의 제품 가격이 차이가 있을 경우 고객이 유리한 방향으로 보상기준을 산정하도록 했다.

보상범위도 직접 손실비용 외에 불량으로 인한 검사비·인건비 등 간접 손실비용까지 포함시켰다.

현물로 보상하는 경우 납기를 최대한 단축시키기로 했다.

또 해외 기술서비스 요원 교육을 계속하고, 인원을 확대하는 등 해외고객에 대한 서비스도 대폭 강화 할 방침이다.

기존 판매법인인 포스코차이나·포스코재팬뿐 아니라 최근 신설된 포스코사우스아시아(POSCOSouthAsia)에도 기술서비스 전담 부서를 신설하고 인력을 보강해 지역별 거점에 배치할 계획이다.

현대제철은 열연 후판 시장 진입으로 철강제품의 풀 라인업을 구축한 만큼 이를 바탕으로 토털 서비스 시대를 이끌겠다는 각오다.

이미 철근 형강 스테인리스 특수강봉강 등 기존 제품 외에 열연 후판까지 진출해 국내 최다의 제품 생산 라인업을 구축했다.

이를 바탕으로 고객이 원하는 각종 철강재를 일시에 공급할 수 있는 서비스 체제를 갖출 계획이다.

기존 전문 유통형태인 영업망도 모든 강재를 취급 할 수 있게 바꿀 계획이다.

고객사를 위한 두 회사의 각축은 서비스 마케팅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다양한 마케팅 전략마련을 위한 외부 컨설팅까지 받고 있다.

포스코는 2년 계획으로 미국계 B사와 계약을 맺었다.

현대제철도 올 초 역시 미국계 컨설팅사인 M사와 계약을 맺고 마케팅 고도화를 위한 연구를 벌이고 있다.

고객사를 위한 토털서비스에 나선 두 회사가 집중하는 분야는 조선이다.

그동안 조선용 후판은 포스코와 후판 전문인 동국제강이 ‘1강1중’ 구도로 시장을 지배해 왔다.

포스코는 조선 뿐 아니라 플랜트 산업에도 눈길을 주고 있다.

앞으로 플랜트와 조선 등을 중심으로 고객이 원하는 강재를 모두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현대·기아차를 등에 업은 현대제철 역시 주요 타깃을 조선분야로 삼았다.

올해 2월께 부산에 조선용 강재를 전담하는 영업부서를 신설했다.

조선용 형강재 뿐 아니라 조선용 후판까지 동시에 공급하는 토털 서비스 시스템을 갖췄다.

부산에는 영업부서 외에 기술서비스까지 갖춰 고객 찾아가는 서비스를 벌인다는 계획이다.

국내 시장에 대한 영업 경쟁도 치열하다.

현대제철은 이미 조선소들이 밀집한 경남 통영이나 울산 등지를 돌며 고객사 확보에 나섰다.

조선소들이 협상력 저하와 기존 거래선과의 관계를 이유로 구체적 내용을 함구하고 있지만 긍정적 반응인 것은 확실하다.

익명을 요구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15일 “현대제철 부산영업소가 4개월 전 문을 열고 거제, 통영, 울산 등지의 조선소를 접촉하고 있다”며 “구체적인 계약 내용은 공개하지 않아 알 수 없지만 거래선 조정 건으로 웬만한 조선소는 모두 접촉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현대중공업은 특수 관계라 상관없지만 타 업체는 기존 거래선에서 견제가 들어오는데다 계약 내용을 공개하지 못하게 되어 있어 오픈할 수 없다”며 “거래성사 문제는 별개라 말하기 어렵지만 웬만한 곳은 모두 우리와 거래를 하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

반면 포스코는 이미 가시적 성과를 거두며 앞서가고 있다.

삼성엔지니어링, 삼성중공업 등 대형 철강재 소비업체와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토털서비스의 시동을 건 것이다.

또 포스코건설 등 관계사들과도 유기적 협력체계를 구축키로 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포스코와 현대제철 모두 기존 영업선을 지키고 새로운 루트를 개척하기 위해 움직이는 것은 사실”이라며 “국내 철강시장을 두고 벌이는 두 업체의 자리다툼이 업계에 분명한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