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 효자동 주상복합 '높이' 두고 사업자-지자체 '신경전'
춘천 효자동 주상복합 '높이' 두고 사업자-지자체 '신경전'
  • 서종규 기자
  • 승인 2023.11.13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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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도지역상 용적률 충족" VS "저층 주거지 고려해야"
전문가 "주관적 심의 구조적 한계…상호 절충안 필요"
강원도 춘천시 효자동 699번지 일원 저층 주거지. (사진=서종규 기자) 

강원도 춘천시 효자동에서 진행 중인 주상복합 신축 사업 경관심의 과정에서 건물 높이를 두고 사업자와 지자체가 대립 중이다. 시행사는 용도지역상 용적률 등을 모두 만족한 높이 계획을 했고 인근에 이미 고층 건물이 있는 만큼 현재 높이가 문제없다고 주장한다. 반면 지자체는 사업지 인근 저층 주거지가 밀집한 만큼 스카이라인을 고려해 층수를 낮추라는 입장이다. 건축·도시공학 전문가들은 경관심의 과정에서 심의위원들의 주관적인 의견이 포함될 수 있는 구조적 문제를 지적하면서도 저층 주거지에 대한 절충안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13일 A 시행사(이하 A사)에 따르면 A사는 강원도 춘천시 효자동 일원에서 주상복합 신축 사업을 추진 중이다.

A사는 이 사업을 위해 효자동 699번지 일원 20개 필지를 매입하고 관할 지방자치단체인 춘천시에 건축 계획을 제출했지만 아직 경관심의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당초 이 회사는 높이 148.1m, 44층 규모로 주상복합 건물을 계획했지만 경관심의위원회가 이를 반려하자 높이 135.6m, 39층으로 계획을 수정했다. 그런데도 경관심의위가 건축물 높이 재조정을 요구해 아직 경관심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경관심의위는 A사가 계획한 건축물 높이가 주변 스카이라인에 어긋난다고 판단했다. 인근에 저층 주거지가 많고 가장 높은 건축물인 39.9m 높이, 15층 규모 양우아파트와 비교해 건물 높이가 과도하게 높다고 봤다. 이에 따라 29층 이하로 건설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이에 대해 A사는 용도지역에 따른 법적 기준을 맞춘 만큼 경관심의위 주장이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해당 사업지는 '일반상업지역'으로 춘천시 조례에 따라 용적률 1300%가 상한선인데 회사가 제안한 건축물은 용적률 900%대라고 설명했다.

A사 관계자는 "최초 사업을 계획했을 당시에도 용도지역에 따른 용적률과 법적 요건 등을 모두 검토했다"며 "저층 주거지 등에 대한 일조권 시뮬레이션 등도 모두 마쳤다"고 말했다.

A사는 인근 지역과의 형평성도 문제로 지적했다. 춘천시 내에 이미 다른 고층 건물이 있는 만큼 경관심의위의 반려가 부당하다는 것이다. 실제 해당 사업지 반경 1.5㎞ 내에 49층 규모 '춘천센트럴타워푸르지오'와 39층 규모 '온의롯데캐슬스카이클래스'가 조성돼 있다.

A사 관계자는 "최초 제안한 계획보다 높이도 낮췄을뿐더러 인근 비슷한 주변 환경에 고층 건물이 들어선 사례가 있다"며 "왜 (이 사업만) 안 되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강원도 춘천시 효자동 699번지 일원 저층 주거지와 춘천교대 부설초등학교. (사진=서종규 기자)

경관심의 반려가 부당하다는 A사의 주장에 대해 경관심의 관련 부서인 춘천시 도시계획과는 '경관심의위 의견일 뿐'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경관심의위를 구성·관리하는 부서라도 위원회 판단에까지 관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경관심의위가 국토교통부 경관심의 운영 지침 등을 기준으로 심의했다고 설명했다.

해당 지침에는 △대상지와 주변 경관자원 및 경관 특성에 대한 분석 △경관 보전·관리·형성에 관한 기본방향과 목표 및 전략 △토지이용 및 가로체계 등 공간 골격 설정 및 공간별 계획 △건축물, 가로, 공원 및 녹지, 스카이라인 등 계획 방향 △야간경관, 색채, 공공시설물, 옥외광고물 등 계획 방향이 경관 심의 기준으로 명시돼 있다.

춘천시 도시계획과 관계자는 "경관을 심의할 때 주변 환경을 보지 않을 순 없는 만큼 심의위를 통해 국토부 경관심의 지침 등을 따랐다"면서도 "(도시계획과는) 경관심의위를 운영하는 행정적 업무만 할 뿐 위원회에 관련된 의견을 낼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경관심의에 심의위원들의 주관적인 의견이 포함될 수 있는 만큼 법적 기준에 추가로 주변 주거환경을 고려한 사업계획이 필요하다고 제언한다. 법적 기준 충족 외에도 인근 환경을 저해할 수 있는 요소에 대한 대안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창무 한양대학교 도시공학과 교수는 "경관이라는 건 법적 기준보다는 주관적인 게 많이 반영될 수 있는 부분"이라며 "용도지역상 용적률 등 요건을 맞추는 것도 중요할 수 있지만 주변 환경들을 반드시 고려한 계획도 필요하다"고 봤다.

안형준 건국대 건축학과 교수는 "저층 주거지 인근에 고층 건물을 지을 때는 법적 요건을 충족했더라도 조망권 등 기본권이 중요하다"며 "저층 주거지에 대한 방안과 절충점을 찾아서 제안하는 대안이 필요할 수 있다"고 했다.

seojk0523@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