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에너지 대전환' 주역 HD현대일렉트릭 변압기 공장 가다
[르포] '에너지 대전환' 주역 HD현대일렉트릭 변압기 공장 가다
  • 장민제 기자
  • 승인 2023.11.09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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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완공 스마트공장, 크레인·로봇·키오스크 활용 생산성 ↑
수익성 위주 경영혁신 활동과 시너지, 올 수주 3조5000억 돌파
미국 알라바마 공장증설, 수요증가 대응…연매출 2200억 추가
HD현대일렉트릭 변압기 스마트 공장 철심자동적층설비.[사진=HD현대일렉트릭]
HD현대일렉트릭 변압기 스마트 공장 철심자동적층설비.[사진=HD현대일렉트릭]

로봇팔이 얇은 강판을 도면에 맞춰 절단한다. 이어 수개의 크레인들이 강판을 들어 올려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척척 쌓아간다. 다른 공정을 위한 이동은 에어쿠션으로 안정성 있게 이뤄졌고 기술자들은 키오스크로 설계도를 확인하며 복잡한 작업을 진행한다.

지난 7일 HD현대일렉트릭 울산 변압기공장을 방문했다. 그곳에선 기술자와 로봇설비들이 함께 일하는 미래 스마트공장이 그려지고 있었다. HD현대일렉트릭은 1977년 현대중공업 중전기사업본부를 모태로 시작해 2017년 독립법인으로 출범했다. 발전소에서 생산된 전기를 최종 소비군에 전달하기 위한 기기·시스템의 개발·제조기술을 보유해 에너지 대전환 시대인 현재 주목받고 있다.

공장 로비에 들어서자 제조공장 같은 느낌이 전혀 들지 않았다. 외관이 깔끔했고 공장 내외부도 청결했다.

공장 안내를 맡은 양재철 HD현대일렉트릭 상무는 “변압기는 전기제품인 만큼 물과 상극”이라며 “반도체 공장과 비교할 바는 아니지만 공조기를 설치해 내부 이물질이 들어가지 않게 관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HD현대일렉트릭 변압기 스마트 공장 에어쿠션 작동 모습.[사진=현대일렉트릭]
HD현대일렉트릭 변압기 스마트 공장 에어쿠션 작동 모습.[사진=현대일렉트릭]

내부엔 압도적 규모의 ‘철심자동적층설비’가 가장 먼저 눈길을 끌었다. 변압기의 품질을 좌우하는 핵심 공정인 철심 조립에 쓰이는 특수 설비다. 크레인 또는 로봇팔 같은 기기들이 0.23~0.3mm 두께의 얇은 전기강판을 자동으로 절단하고 도면에 맞춰 적층하는 공정도 자동으로 진행했다. 적층이 완료된 거대 철심 구조물은 스스로 바인딩 돼 수직으로 세워진 후 다음 단계로 이동한다. HD현대일렉트릭은 초대형 변압기의 철심을 자동으로 ‘적층-바인딩-기립’ 시키는 철심자동적층 설비를 가장 먼저 도입했다.

양재철 상무는 “적층에 소요되는 시간은 기존보다 조금 단축되는 정도”라며 “인력이 덜 들어가고 야간에도 작업할 수 있는 게 장점”이라고 말했다. 이전에는 4~6명의 작업자가 손으로 직접 철심을 쌓아 올렸지만 현재는 1~2명의 검사 인력만 투입된다.

대형 변압기를 에어쿠션(Air Cushion) 시스템과 무궤도 이송장치(Rail-less Car)로 이동시키는 장면도 인상적이었다. 과거 크레인과 중앙대차(Rail Car)를 사용해 무거운 자재와 제품을 운반하던 과거에 비해 생산 대기 시간이 71% 절감됐다고 한다. 기존 크레인은 조립 작업에만 집중 사용해 작업 능률을 끌어올렸다. 또 안전사고도 줄었다.

생산 현장 곳곳에선 키오스크(Kiosk)와 태블릿PC, 바코드 등이 눈길을 끌었다. 이런 장치를 통해 공정 정보를 파악하고 제어할 수 있다. 특히 키오스크에서 확인 가능한 3D방식 변압기 설계는 임직원들이 합심해 만들었다 공장 내 키오스크를 통해 도면을 바로 연결해 확인할 수 있어 공정대기 시간도 축소됐다. 또 ‘권선 일괄조립’ 프로세스 구축도 직원들의 아이디어에서 비롯됐다. 권선 조립공정을 별도 공정으로 분리해 중신 조립 기간을 20% 정도 단축했다.

최종 공정에선 글로벌 각국으로 수출예정인 전력기기들을 볼 수 있었다. 특이점은 중동으로 수출되는 변압기 외부엔 미색이 칠해졌다는 점이다. 변압기는 중요한 기기인 만큼 동물 등이 관심을 가지지 않게 보통 회색 등의 색상을 사용한다고 한다. 중동은 사막지역이 많은 만큼 미색을 요청한 것으로 보였다. 

HD현대일렉트릭 변압기 스마트 공장 키오스크 작동 모습.[사진=현대일렉트릭]
HD현대일렉트릭 변압기 스마트 공장 키오스크 작동 모습.[사진=현대일렉트릭]

공장 5층에 위치한 통합관제센터에선 설비·공정관리, 생산현황 등을 실시간 모니터링 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생산운영시스템(MES)’을 도입해 각 공정별 생산 현황과 품질검사 결과 자재 운영현황 등 생산에 필요한 각종 데이터를 실시간 관리함으로써 능률을 향상시켰다. 

HD현대일렉트릭 변압기 공장은 △500kV 스마트 공장 △800kV 공장 △400kV 공장 △300kV 공장 등 총 4개다. 이번에 방문한 500kV 스마트 공장은 기존 공장을 지난 2018년 철거하고 2020년 새롭게 완공한 최신형이다. 당시 경영위기 상황에서 약 800억원을 투입했다. 설비 증진, 공정 효율화를 통한 품질 강화로 생존하기 위해서였다. 이는 2019년 말 새로 취임한 조석 사장의 수익성 위주 전사적 경영혁신활동(H-DNA)과 맞물려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2019년 영업손실 1567억원에서 이듬해 흑자(727억원) 전환했고 올해는 3분기까지 누적 1905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매출 중심 외형적 성장 전략을 버리고 적자 수주의 부담을 줄인 덕분이다. 이는 화석연료 사용량 축소와 친환경 에너지원으로의 전환, 온실가스 배출 저감 등 ‘에너지 대전환’ 흐름 덕분이기도 하다. 2조원 안팎이던 수주실적은 지난해 3조4155억원을 기록했고 올 3분기까지 3조5000억원을 넘겼다.

HD현대일렉트릭 변압기 스마트 공장 통합관제센터.[사진=현대일렉트릭]
HD현대일렉트릭 변압기 스마트 공장 통합관제센터.[사진=현대일렉트릭]

HD현대일렉트릭은 글로벌 변압기 시장 호황에 따른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내년까지 울산 변압기 공장과 미국 알라바마 법인의 변압기 공장을 증설한다. 울산공장은 레이아웃 재배치로 총조립 공간을 추가 확보한다. 철심 공정은 새 공장을 신축해 공정을 한 곳으로 통합 운영한다. 또 알리바마 법인은 보관창고 및 야적장 신축으로 총조립 공간을 추가 확보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각각 연간 1400억원, 800억원의 매출증가 효과를 기대 중이다.

김영기 HD현대일렉트릭 전력사업본부장(부사장)은 “변압기를 중심으로 초고압 전력기기 부문은 현재도 생산능력을 넘나드는 수주를 진행 중”이라며 “향후 3~4년 납기 물량까지 채우고 있고 2033년 공급 계약을 제안하는 고객사도 있다. 내년, 내후년, 또 그 이후 상당 기간 전력기기 사업의 호황이 계속되지 않을까 예측한다”고 말했다.

jangstag@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