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 사기 기승에도 은행권 '나 몰라라'
거래 사기 기승에도 은행권 '나 몰라라'
  • 문룡식 기자
  • 승인 2023.10.17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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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카뱅·케뱅만 지급정지 요청 응해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신종 금융사기가 좀처럼 끊이지 않는 가운데, 은행권이 이를 방관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몇몇 은행을 제외하면 은행 대부분이 투자·중고물품 등 사기와 관련해 범죄 의심계좌에 대한 지급정지 요청은 거절하고 있어서다.

은행권에서는 개인 간 중고 거래에서 사기 피해가 발생해도 지급 정지할 법적 근거가 없는 만큼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17일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국회 정무위원회)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5대(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시중은행 가운데 ‘전기통신 금융사기를 제외한 사기(중고 거래 사기·투자사기 등)’에 대한 지급정지 요청에 응하는 곳은 하나은행이 유일했다.

인터넷전문은행까지 범위를 넓히면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는 지급정지 요청을 받아들였지만, 토스뱅크는 거절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나은행은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총 2352건의 계좌를 중고 거래·투자 사기 명목으로 지급정지했다. 같은 기간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의 지급정지 건수는 각각 3610건, 1743건이었다.

현행 통신사기피해환급법은 보이스피싱이나 대출 사기 등의 이용계좌로 의심되는 경우 피해자나 수사기관의 요청을 받아들여 범죄 의심계좌를 지급정지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개인 간 중고 거래 사기나 투자사기 등은 전기통신사기에 해당하지 않아 지급정지할 법적 근거가 없다. 

이에 따라 범죄에 사용된 계좌임이 확인돼 수사기관 등에서 은행에 계좌 지급정지 요청 공문을 보내더라도, 은행별로 자체적 판단에 따라 지급정지 여부를 결정하는 실정이다.

해당 사기 유형은 피해액을 돌려받는 절차도 복잡하다. 사기범이 붙잡힌 뒤 피해자가 직접 배상명령을 신청해야 한다. 사기범이 검거되지 않거나 반환 불능일 경우 피해액을 돌려받지 못한다.

일부 은행은 지급정지 남용을 우려해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은행권 관계자는 “최근 통장협박 사기 등 지급정지를 악용하는 사례도 늘고 있어, 이에 대한 경계를 안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용우 의원은 “유사한 피해 사례를 두고도 은행별 상이한 대응을 하고 있다”며 “피해자의 입장에서 은행들이 더욱 적극적인 대응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은행별 약관에 따라 이를 판단할 수 있다면, 각 은행이 동일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금융감독원과 은행연합회의 역할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moon@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