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어떠한 결과든 엄중히 받아들여야" 침묵
김기현 지도부, 사과·책임 언급 없이 '분골쇄신' 약속
대통령실과 여당이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 선거에서 참패하면서 격랑에 휩싸였다.
강서구가 험지라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17.15%p의 큰 격차가 나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특히 내년 총선을 앞두고 있는 만큼 정부·여당을 향한 강한 쇄신 요구에 부딪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은 12일 보궐선거 결과와 관련해 "정부는 어떠한 선거 결과든 엄중히 받아들여야 한다는 입장"이라고만 밝혔다.
일각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의 책임론까지 제기되고 있다. 실제 광복절 특사 직후인 지난 8월18일 김태우 국민의힘 후보가 출마 의사를 밝힐 때부터 '윤심' 논란이 불거졌다. 무리한 사면·복권을 단행해 출마의 길을 열어 준 윤 대통령이 책임론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는 이유다.
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은 이날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서 "이번 재보궐선거는 무공천으로 갈 수도 있었던 상황인데 대통령과 대통령실의 의지에 따라서 어쩔 수 없이 울며 겨자먹기로 문제 있는 후보를 냈다"며 "선거 운동만 당에서 뒤치다꺼리한 것이니까 김기현 지도부에게 책임을 물을 일이 아니라 대통령께서 책임져야 할 문제라고 본다"고 말했다.
선거 여파로 대통령실 안팎으로 대대적인 참모진 쇄신이나 국정기조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분출될 가능성도 있다. 이렇게 되면 내년 총선을 위한 인사 교체의 시기가 앞당겨지거나 그 폭이 더 커질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여당 역시 선거를 이끌어온 현 김기현 지도부의 거취도 불안정해졌다. 당력을 총집중했음에도 득표율 격차가 크게 벌어져 현 지도부 체제로는 총선을 치를 수 없다는 이야기도 물밑에서 나오는 상황이다. 수도권 위기론도 더욱 증폭될 전망이다.
국민의힘 지도부 일부 인사들이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책임론을 제기하며 임명직 당직자 전원의 일괄 사퇴를 요구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아울러 당 지도부는 쇄신 방안으로 혁신위원회 성격을 지닌 '미래비전특별위원회' 출범 방안을 검토 중이나 회의적인 반응이 적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내 비윤계 인사들은 보궐선거 책임론보다는 김기현 지도부의 '역량'에 의문을 던지며 에둘러 압박했다. 유 전 의원은 라디오에서 "(김기현 지도부 퇴진은) 다른 차원의 문제다. 앞으로 6개월 남은 총선을 김기현 체제로 치룰 수 있느냐를 갖고 당 지도부를 쇄신할 거냐, 말거냐 하는 판단 기준을 삼아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천하람 순천갑 당협위원장은 "지도부가 '우리가 민주당보다 좀 더 나은 미래 비전이 있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는, 플러스 알파가 되는 지도부가 아니기 때문에 선거연합이 대부분 붕괴되는 결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당 지도부는 선거 결과에 승복하고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겠다며 자세를 낮췄다. 하지만 지도부는 험지에서 치른 선거임을 강조하면서 선거 패배에 대한 사과와 책임지겠다는 발언을 내놓지는 않았다.
김기현 대표는 "결과를 존중하고 겸허하게 받아들여 성찰하면서 더욱 분골쇄신하겠다"며 "이번 선거의 패인을 냉철하게 분석하고 총선 승리를 위한 특단의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13일 오전 긴급최고위원회의를 열어 향후 당 체질 개선과 총선 승리 대책 마련 등의 구체적인 계획과 방안을 논의한다.
[신아일보] 김가애·강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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