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조세소송 패소율 30% 넘어…"조세 불복 제도 개선해야"
국세청 조세소송 패소율 30% 넘어…"조세 불복 제도 개선해야"
  • 표윤지 기자
  • 승인 2023.09.18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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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자산 탈세 대응…해외가상거래소 입·출금 규제 필요"
(사진=표윤지 기자)
'2023 국세행정포럼'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는 김창기 국세청장.(사진=표윤지 기자)
(사진=표윤지 기자)
국세행정포럼 개회사가 끝난 후 단체 기념촬영하고 있는 모습.(사진=표윤지 기자)

◇조세소송서 패소율 낮추기 위해 '판결문 키워드 분석' 제시

13일 홍성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세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5년간 세금징수에 부당함을 느껴 청구된 조세불복심판은 약 3만건이다. 이중 부당과세를 인정받아 인용된 건은 8709건을 기록해 전체의 30%로 집계됐다.

국세청은 해당 기간 조세소송 패소(최종심 769건)현황을 분석한 결과, 50억원 이상 고액 불복소송에서의 패소율이 33.8%로 전체 평균인 11.2%보다 3배가 넘는다고 밝혔다. 세목별 패소율은 법인세(건수19.6%, 금액30.7%)가 가장 높았고, 증여세(건수17.8%, 금액42.5%), 부가세(건수11.5%, 금액8.8%), 상속세(건수11.2%, 금액15.9%)순이다. 

또 인용 원인을 분석에서 국세청 직원 귀책이 전체 3055건 중 443건으로 14%에 해당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포럼에서 박정흠 한국조세재정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조세불복 현황 분석을 통한 과세품질 개선' 발제를 통해 '판결문 키워드 분석'을 활용, 국세청 패소율을 낮춰야 한다고 제안했다. 

박 위원은 "조세소송 사건 발생시, 지방청 송무국에 담당자가 배정돼 소송을 진행하고 그 과정에서 내부 전산시스템에 사건번호, 세목, 세액 등 관련 사항을 입력한다"면서 "송무담당자는 이와 별개로 국세법령정보시스템에 사건제목, 요지, 세목, 관련병령, 판결문 등 사항도 업로드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러한 과정에서 송무담당자가 다소 자의적으로 작성, 자료와 통계 활용도를 저해하는 문제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방안으로 방대한 판결문 자료를 보다 효율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판결문 키워드 분석'을 제시했다.

박 위원은 "사건 유형에 따른 키워드 추출과 의미망 네트워크 시각화를 통해 과세 검토, 패소사건 분석 단계에서 특정 유형 사건의 쟁점을 보다 빠르게 파악할 수 있다"며 이는 과세품질 제고 효과를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국세청 직원의 업무 실수를 줄이기 위해 '인사 관련 제도 개선' 방안도 제안했다. 구체적으로 과세 후 조세불복에 따른 인사상 불이익 정도를 세목과 세액 등 유형 별로 분석해 전반적인 보상과 처벌 체계를 정비해야 한다고 했다.

◇가상자산 탈세 대응…블랙홀인 '해외거래소' 내역 확보 제도 마련

김범준 서울시립대전문대학원교수는 블랙홀로 사용되는 해외가상거래소 입·출금 내역을 규제할 제도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국내는 전 세계 가상자산 관련 입법 동향에 맞춰 지난해 3월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을 가상자산 사업자 규제 제도로 마련한 바 있다. 하지만 해외거래소를 이용할 경우 거래정보 제출 등 충실한 의무이행을 기대하기 힘들고, 해외금융계좌 신고 또한 정확한 과세정보 파악이 어렵다.

이러한 이유로 김 교수는 김석환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 공동 발제인 '가상자산을 활용한 탈세 대응 방안'을 통해 현 제도로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 현행 가상자산 입법은 국내 가상자산사업자와 트래블 룰(travel rule) 위주로 이뤄졌다"며 "현행 제도로는 해외 가상자산사업자 또는 탈중앙화금융 플랫폼을 통한 탈세에 효과적인 대응이 어렵다"고 말했다. 

트래블 룰은 자금 이동 추적 시스템으로, 금융권에서 자금세탁 방지를 위해 송금자 정보 등을 기록하는 것을 가리킨다. 앞서 2019년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는 트래블 룰 대상에 가상자산을 추가했다.

이에 대한 방안으로 김 교수는 "OECD 암호자산 신고 체계(CARF) 시행에 맞춰 세법, 세무행정을 정비해 거주자, 내국법인의 해외 가상자산사업자 거래 자료를 확보해야 한다"면서 "가상자상 조사 관련 인적, 물적 인프라를 확대하고 주요 국가와 협력 체계를 구축해 탈중앙화금융 플랫폼 거래에 대응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포럼에는 7명의 관련 전문가가 참석해 발제 내용을 바탕으로 토론을 이어갔다. 다만 현 정부 공약인 '신속한 불복처리'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견해도 나왔다. 지난해 윤석열 대통령은 당선인 당시 ‘조세심판원 통합’을 공약으로 걸었다. 이는 흩어져 있는 행정심판 기관들을 통합해 원스톱 법률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내용이다.

변혜정 국세청 납세자보호관은 "요즘 신속한 불복처리를 대통령이 말해서 국세청은 열심히 하고 있지만 이부분이 살짝 아쉽다"면서 "과연 신속한 불복처리를 납세자가 원할까"라고 물음표를 던졌다.

이어 "납세자가 원하는 것은 신속한 권리구제가 아닐까 생각한다"며 "신속한 불복처리를 하다가 사건이 기각되면 납세자로서는 길고 긴 소송을 해야 되는데 그것이 진정한 납세자 권익보호인지는 좀더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사진=표윤지 기자)
15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지하1층 연회장에서 열린 국세행정포럼 현장.(사진=표윤지 기자)

pyj@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