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연쇄 살해’ 영국 간호사…가석방 없는 종신형
‘아기 연쇄 살해’ 영국 간호사…가석방 없는 종신형
  • 이승구 기자
  • 승인 2023.08.22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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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간호사 렛비, 신생아 7명 살해·6명 살해시도
네 번째 여성 종신수…렛비, 재판 출석 안해 공분

영국의 한 병원 신생아실에서 근무하는 30대 간호사가 아기 7명을 연쇄 살해해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평범해 보이는 이 간호사는 현대 영국 최악의 아동 살해범이자 네 번째 여성 종신수로 기록된다.

BBC 등 영국 언론에 따르면 영국 맨체스터 형사법원은 21일(현지시간) 신생아 7명을 살해하고, 6명을 살해 시도한 간호사 루시 렛비(33)에게 종신형을 선고했다.

제임스 고스 판사는 선고하며 “가석방 없이 평생 감옥에서 지내게 된다”고 말했다.

이로써 렛비는 영국의 네 번째 여성 종신수로 기록된다.

렛비는 지난 2015년 6월부터 2016년 6월까지 약 1년간 잉글랜드 북부의 체스터 백작 부인 병원 신생아실에서 일하며 체내에 공기를 주입하거나 인슐린을 투여하고 우유를 강제로 먹이는 등의 방식 등으로 남아 5명, 여아 2명을 살해했다.

이 중엔 쌍둥이 둘 다 살해되거나 세쌍둥이 중 둘이 살해된 경우도 있으며, 살아남은 아이들도 심각한 장애를 갖게 됐다.

고스 판사는 “렛비는 계획하고 계산해서 교활하게 행동했다”며 “가학성에 가까운 깊은 악의를 갖고 있고 양심의 가책도 느끼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범행 당시 렛비는 신생아실에서 갓 일하기 시작한 20대 중반의 평범한 간호사로 보였다.

그는 휴가를 다녀온 직후 아기를 살해하거나 아기 100일·퇴원 예정일 등 기념일에 공격했고, 아기를 살해한 다음 날 그의 어머니를 소셜미디어(SNS)에서 찾아보기도 했다.

고스 판사는 “렛비는 직원들이 쉬는 동안 아기들을 해쳤다”며 “사람의 본능은 아기를 돌보는 것인데 이와 정반대로 행동했고 의료 및 돌봄 직업에 종사하는 이들에게 주어진 신뢰를 어겼다”고 말했다.

신생아 살해 범행 이뤄진 영국 체스터 백작 부인 병원(사진=AFP 연합뉴스)
신생아 살해 범행 이뤄진 영국 체스터 백작 부인 병원(사진=AFP 연합뉴스)

이날 선고 전 진술에서 아기 부모들은 절절한 슬픔과 분노를 쏟아냈다.

미숙아로 태어났다가 살해된 한 여아의 어머니는 “병원에서 경험은 공포물 같았다”며 “장례식은 출산 예정일 전날 치러졌다”고 말했다.

시험관 아기 시술로 힘들게 얻은 쌍둥이를 잃은 어머니는 얼마나 바라던 아이들이었는지 얘기했고, 세쌍둥이 중 둘을 잃은 아버지는 “그는 우리의 삶을 파괴했다”고 말했다.

아이를 잃을 뻔한 한 부모는 “렛비가 자기가 한 일에 만족감을 느낄까 봐 아이 장애 상태를 모르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

렛비는 이날 재판 참석을 거부했다.

이와 관련해 한 희생된 아기의 어머니는 “최후까지 사악한 행위”라고 비난하는 등 공분이 일었다.

이에 리시 수낵 총리는 렛비가 피해자들의 얘기를 듣지 않는 것은 비겁한 짓이라고 비판하고, 살인자들이 선고 때 법정에 출석하도록 법을 바꾸겠다고 말했다.

경찰은 렛비가 과거 근무한 병원 2곳에서 지금까지 밝혀진 것 외에도 영아 수십 명을 더 해쳤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추가 수사를 하고 있다.

그의 범행은 체스터 백작 부인 병원 신생아실에서 이유 모를 사망이 많이 나오는 데 의사들이 의심하면서 드러나기 시작했다.

경찰은 방대한 규모의 수사 끝에 2018년 7월 렛비를 집에서 처음 체포했다.

렛비의 재판은 10개월간 진행됐는데, 이는 영국 살인 재판 중 최장으로 보인다고 BBC는 전했다.

digitalegg@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