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증거금률 인상 노력 무색…빚투 다시 증가
증권사, 증거금률 인상 노력 무색…빚투 다시 증가
  • 이민섭 기자
  • 승인 2023.08.15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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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거래융자 잔고, 11개월 만에 10조원 웃돌아
(사진=신아일보DB)
(사진=신아일보DB)

증권사들은 2차전지 등 최근 과열된 종목을 중심으로 신용 증거금률 인상 조치에 나섰지만, 실효성은 미비한 것으로 드러났다. 신용거래융자 잔고가 11개월 만에 10조원을 돌파했기 때문이다.

신용거래융자는 사전 약정을 통해 증권사가 고객에게 주식매수 자금을 빌려주는 제도인만큼 신용거래융자 급증을 빚투(빚을 내서 투자하는 상황) 확대라며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이에 증권사들은 수급 쏠림 현상이 이어지는 종목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한편 추가적인 대출 관련 조치도 논의해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주식시장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27조215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6월(19조1271억원)과 비교해 41.2% 늘어난 수치다. 일평균 거래대금이 27조원을 돌파한 것은 2021년 8월 이후 처음이다.

거래대금이 크게 늘어난 것은 2차전지를 중심으로 한 테마주에 자금이 쏠린 영향이 크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유가증권(코스피)과 코스닥시장 지난달 말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각각 10조592억원, 9조6790억원을 기록했다.

아울러 일부 증권사를 중심으로 한 1~7일 단기 신용거래융자 이자율 인하 조치도 빚투 증가세를 부추겼다.

이에 증권사들은 2차전지 종목 과열 양상을 진정시키고 나섰다.

NH투자증권은 이달 4일부터 초전도체 테마주로 급등한 △덕성 △신성델타테크 등에 대한 신용융자와 대출을 막았다. 삼성증권 역시 10일부터 △POSCO홀딩스 △LG에너지솔루션 △대창 등의 증거금률을 10%포인트(p) 상향한 40%로 조정했다.

이 밖에 KB증권은 △포스코퓨처엠 △에코프로비엠 △엘앤에프 등의 증거금률을 60%p 올린 100%로 조정했다.

통상 증권사는 우량주에 30~40% 증거금률을 제공한다. 증권사들이 증거금률을 인상했다는 것은 과도한 빚투를 막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예컨대 1만원 상당의 주식을 살 때 해당 종목 증거금률이 50%라면 5000원만 있어도 주식을 살 수 있지만, 80%라면 8000원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일부에서는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달 들어서도 여전히 신용거래융자 잔고가 여전히 20조원 수준을 유지하는 등 고공행진을 펼치면서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이달 8일 2차전지와 초전도체 등 테마주 투자 열기에 편승한 증권사들의 신용융자 확대가 빚투로 이어지지 않도록 노력을 기울일 것을 당부했다.

이에 증권사들은 빚투 진정을 위한 과열 종목 모니터링을 확대하는 한편 대출 관련 조치도 추가로 논의한다는 방침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최근 과열 중인 테마주를 중심으로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한편 각 증권사별로 대출 관련 조치도 논의 중에 있다”며 “증권사 간 신용융자거래 이자율도 참고해 대응하고 투자자들의 주의를 환기 시키기 위한 노력도 병행할 계획”이라고 주장했다.

minseob2001@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