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철근 누락 인터뷰②] "시간에 쫓기는 건설산업…경각심만으론 역부족"
[LH 철근 누락 인터뷰②] "시간에 쫓기는 건설산업…경각심만으론 역부족"
  • 천동환 기자
  • 승인 2023.08.09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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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박한 일정에 잦은 설계 변경으로 꼼꼼한 일 처리 어려워"
"치명적 사고 막으려면 구조만 따로 확인하는 시스템 필요"
전단보강근 누락이 확인된 경기도 양주시 양주회천A15블록. (사진=서종규 기자, 그래픽=홍승표 기자)
전단보강근 누락이 확인된 경기도 양주시 양주회천A15블록. (사진=서종규 기자, 그래픽=홍승표 기자)

Q 설계적으로 어떤 문제가 있던 건가?

"보통 구조 계산 때 전단보강근이 필요한 부분에는 '필요한 부분'이라는 표기를 하는데 기둥 하나하나에 대해서 표기를 놓친 곳들이 있는 것 같다. 계산상 빠진 경우도 있고 도면화 작업에서 빠진 경우도 있고 그래서 전단보강근이 누락된 구조 도면이 잘 못 넘어가게 된 거다." 

Q 무량판 구조가 논란인데 건축적으로 난도가 높은가?

"무량판이 아주 새로운 것은 아니고 일반적으로도 많이 썼던 방식이다. 원가 절감 측면에서 상당히 유리하다 보니 지하 주차장 같은 곳에는 무량판을 많이 쓰고 있다. 아주 새로운 기술이라던가 힘든 기술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보강이라던가 기본적으로 해야 하는데 (설계·시공업체들이) 이런 것들을 너무 간과한 것 같다. 이번에 (전단보강근 누락) 15개 단지는 콘크리트 강도는 문제가 없어서 보강만 하면 될 거다. 이건 전문가들이 검토한 거니까 그렇게 하는데 바깥에서 볼 때는 '그래도 불안하다'는 의견이 있을 수 있겠다."

Q 전단보강근 누락 관련 구조 설계 오류 책임은 누구에게 있나?

"건축사는 구조 설계 전문가는 아니다. 구조사무실(구조기술사사무소)이 구조 계산이라던가 도면에 대해 책임지는 것으로 돼 있다. 그런데 건축사가 하도급 형태로 구조 용역을 (구조기술사사무소에) 맡긴 거다. 그렇다 보니 맡긴 것에 대한 책임이 있다. 또 구조를 계산해서 도면이 이뤄지면 구조기술사가 도장을 찍고 건축사도 같이 도장을 찍도록 돼 있다. 건축 부분에서 구조 계산대로 도면이 됐는지를 체크하고 구조 쪽에서도 도면을 검토해 확인한다. 내용으로는 일단 건축사 도장도 같이 찍는 거고 용역을 준 것에 대한 책임이 있다."

전단보강근 누락이 확인된 경기도 양주시 양주회천A15블록 LH 아파트에서 지난 8일 보강 작업이 진행 중이다. (사진=서종규 기자)
전단보강근 누락이 확인된 경기도 양주시 양주회천A15블록 LH 아파트에서 지난 8일 보강 작업이 진행 중이다. (사진=서종규 기자)

Q 왜 이런 문제가 발생했다고 생각하나?

"물론 실수한 것에 대해선 책임을 져야겠지만 건설산업 자체가 열악하다. 공론화하기 어렵지만 설계사무소든 구조사무소든 되게 열악하다. 사무실 운영하기도 빠듯하고 매번 여러가지 업무에 시달려서 조금 여유 있게 들여다보거나 시간을 가지고 한다는 게 어렵다. 원설계를 해놨는데 갑자기 어떤 사유로 설계를 다시 하라는 요구가 많다. 그러면 계속 변경하는데 시간이 급하니까 여유를 갖고 안되는 것이다. 이런 열악한 환경이 실수라던가 잘못을 발생할 수 있게 하는 것도 무시 못 하는 것 같다. 잘못한 부분에 더 경각심을 갖는 것은 필요한데 과연 이렇게 한다고 해서 앞으로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것인가. 진짜 설계하는 사람들도 그렇고 구조하는 사람들도 그렇고 자부심을 가지고 일하기 힘들다."

Q 어떻게 해야 문제 재발을 막을 수 있을까?

"사실 구조 같은 것은 한번 잘 못 되면 문제가 커질 수 있다. 설계사무소는 구조 계산이 제대로 됐는지 체크할 만한 능력은 없다. 그래서 구조 쪽에서 하면 어느 정도 신뢰하는 입장이다. 물론 경각심을 가지고 해야겠지만 사람이 하는 일에선 실수가 발생할 수 있다. 공사 과정에서 구조 관련 별도 확인 과정을 거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열심히 하다가도 실수로 놓칠 수 있기 때문에 이런 것들이 제대로 걸러질 수 있는, 전문가 시점에서 검토하고 체크할 수 있는 시스템은 좀 필요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든다. 사실 문제가 생기면 한 가지 문제는 아니고 여러 가지가 복합돼야 큰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중요한 부분에 대해선 절대로 문제가 없도록 하는 시스템은 필요할 것 같다."

cdh4508@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