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 세계잼버리 온열질환자 속출… 운영 미숙 '민낯'
새만금 세계잼버리 온열질환자 속출… 운영 미숙 '민낯'
  • 이인아 기자
  • 승인 2023.08.03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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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간 온열질환자 108명… "안일한 준비" 비판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전 세계 4만3000여명의 청소년 스카우트들이 모인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가 운영 미숙으로 질타를 받고 있다. 한낮 기온이 35도를 웃도는 가마솥더위에 연일 온열질환자가 속출하자 대회 일정을 축소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1일 개막한 새만금 잼버리는 12일까지 이어진다. 장마 뒤 지난달 26일 시작된 폭염이 8월 초 절정에 달하면서 온열질환자가 속출하고 있다. 이번 잼버리에서도 비슷한 양상이 연이어지고 있다. 

3일 대회 조직위원회에 따르면 전날 열린 개영식에서 139명의 환자가 발생했고, 이 중 108명은 온열질환자로 파악됐다. 개영식이 해가 진 오후 8시에 열렸음에도 한낮 뜨거운 햇볕에 지친 참가자들이 공연 도중 무더기로 어지럼증을 호소했다.

당시 현장에 있던 119구급대원은 "갑자기 너무 많은 사람이 쓰러져 비상이 걸렸다"며 "차량 30대를 배치했는데 환자가 너무 많아서 타지역 구급대를 급하게 추가로 배치했다"고 상황을 전했다. 사망자가 나오지는 않았으나 잇따른 온열질환자 발생 신고에 주최 측은 가슴을 쓸어내렸다. 

잼버리가 열리는 야영장은 새만금 매립 당시부터 농어촌 용지로 지정된 곳이어서 물 빠짐이 용이하지 않은 데다, 숲이나 나무 등 그늘을 만드는 구조물도 거의 없어 햇볕에 그대로 노출된다. 낮 동안 데워진 열기로 밤에도 열대야가 나타나는 일이 잦아 야영 활동에 적합하지 않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또 4만 명이 넘는 인원을 고려할 때 병상은 50개 뿐이어서 예견된 사고에도 준비가 미흡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화장실과 샤워실, 탈의실 수도 모자란 상태다. 뿐만 아니라 바가지 요금을 씌우고 썩은 달걀을 파는 등 세계적 망신스러운 일로 도마에 오르고 있다. 

행사는 12일까지 진행돼 온열질환자는 더 많이 나올 전망이다. 지역 노동·환경단체는 참가자 안전을 위협하는 대회 일정을 축소할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총체적 난국에도 주최 측은 "문제 없다"는 입장이 되풀이하고 있다. 조직위는 "현재까지 나온 온열질환자는 모두 경증 환자이며, 중증 환자는 단 한 명도 없다"며 "훈련받은 운영요원과 지도자들이 청소년 대원들 옆에서 건강을 살피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식약처와 함께 식품 위생을 확인하고, 편의점 폭리에 관해서는 조사를 거쳐 그런 일이 없도록 조처하겠다"고 덧붙였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대회 공동 조직위원장인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에게 “온열질환을 유발할 위험성이 큰 프로그램을 최소화하는 등의 방안을 연맹 등과 협의하라”고 지시했다.

또 국방부에는 잼버리대회 현장에 그늘막과 샤워시설 등 편의시설을 증설하기 위한 공병대를 지원하고 응급상황 대응능력 강화를 위한 군의관을 신속하게 파견하라고 주문했다.

inahle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