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 '리딩뱅크' 쟁탈전…비은행·비이자 '판가름'
금융지주 '리딩뱅크' 쟁탈전…비은행·비이자 '판가름'
  • 문룡식 기자
  • 승인 2023.07.30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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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이자이익 호조 KB·하나 '역대 최대'…신한·우리금융 줄어
(사진=각 사)
(사진=각 사)

4대 금융그룹(KB·신한·하나·우리) 의 상반기 실적은 희비가 엇갈렸다. KB·하나금융은 준수한 성장세를 바탕으로 사상 최대 수준의 반기 실적을 거뒀지만, 신한·우리금융 순이익은 줄었다.

비은행 계열사의 실적과 비이자이익의 성장세가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금융의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총 9조1824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2.4%(2162억원) 늘어난 것으로 사상 최대 규모다.

올 상반기 ‘리딩금융’을 차지한 KB금융은 상반기에만 3조원에 달하는 순이익을 거뒀다. KB금융의 상반기 순이익은 2조9967억원으로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12.2%(3262억원) 불어났다.

KB금융은 지난해 연간 리딩금융 자리를 신한금융에 내줬지만, 올해 1분기 탈환 이후 2개 분기 연속 수성 중이다.

하나금융은 같은 기간 전년 동기 대비 16.6%(2994억원) 증가한 2조209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순이익 증가율만 놓고 보면 KB금융보다도 높은 성장세다.

활짝 웃은 KB·하나금융과 달리 신한·우리금융은 1년 전보다 후퇴했다. 

신한금융의 상반기 순이익은 2조6262억원으로 4대 금융지주 가운데서는 2위지만, 1년 전과 비교하면 2.1%(51억원) 줄었다. 같은 기간 우리금융은 12.7%(2233억원) 감소한 1조5386억원을 기록, 4대 금융 중 유일하게 1조원대 순이익을 기록했다.

올 상반기 리딩금융 자리의 향방을 가른 것은 비은행 계열사의 수익이다. 실제로 올 상반기 KB금융 전체 순이익의 45%가 비은행 계열사에서 나온 것으로 나타났다. 신한금융의 경우 비은행 계열사 순익 비중은 40% 수준으로 KB금융에 못 미쳤다.

구체적으로 KB금융은 KB손해보험(5252억원)과 KB증권(2496억원), KB라이프생명(2157억원), KB국민카드(1929억원) 등 증권·생보·손보·카드 계열사에서 고른 수익을 냈다. 

반면 신한금융은 신한카드(3169억원)와 신한라이프(3117억원), 신한투자증권(2419억원)은 선전했지만, 신한EZ손해보험에서 13억원 적자가 나며 KB금융과의 격차가 크게 벌어졌다.

비이자이익 부문의 성과도 실적 경쟁에 큰 영향을 미쳤다.

KB금융은 올 상반기 2조8978억원의 비이자이익을 거뒀다. 전년 동기 대비 105.5% 불어난 규모로 4대 금융 가운데 가장 많았다. 같은 기간 하나금융의 비이자이익 역시 196.5% 불어난 1조3701억원을 기록했다.

반면 신한금융은 올 상반기 비이자이익이 2조325억원으로 1년 전보다 21.5% 증가하는 데 그쳤다. 역성장은 면했지만, 증가율이 100% 이상인 KB·하나금융과 비교하면 뒤처진다.

우리금융의 비이자이익은 지난해 상반기 7828억원에서 올 상반기 6106억원으로 22.0% 줄어 4대 금융 중 유일하게 감소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지주사가 그동안 왜 수익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해 비이자이익 비중을 키우고, 비은행 계열사를 늘리는 데 주력했는지를 알 수 있는 실적”이라며 “하반기는 은행 업황 불안에 이자이익 확대가 제한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그룹 내 비은행 계열사의 역할과 존재감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moon@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