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게 다 버거워 놓고 싶다”… 서이초 교사 생전 일기 공개
“모든 게 다 버거워 놓고 싶다”… 서이초 교사 생전 일기 공개
  • 이승구 기자
  • 승인 2023.07.25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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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교사노조, 유족 동의 받아 일부 공개…업무·생활지도 어려움 토로
“무고성 아동학대 신고·무분별한 민원으로부터 교사 보호 대책 마련해야”
서울교사노동조합은 24일 유족의 동의를 받아 서울 서초구의 초등학교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초등교사의 일기장 일부를 공개한다고 밝혔다.(사진=연합뉴스)
서울교사노동조합은 24일 유족의 동의를 받아 서울 서초구의 초등학교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초등교사의 일기장 일부를 공개한다고 밝혔다.(사진=연합뉴스)

최근 극단적 선택을 한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 교사 A씨가 자신의 일기장에 “모든 게 다 버거워 놓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라며 과도한 업무와 학생 생활지도에 대한 어려움을 토로했던 것으로 전해져 안타까움을 줬다.

서울교사노동조합은 지난 24일 유족의 동의를 받아 교사 A씨의 일기장 내용 일부를 공개했다.

해당 일기는 지난 18일 A씨가 생을 마감하기 약 2주 전인 이달 3일에 쓴 내용으로 추정됐다.

일기에는 “금-주말을 지나면서 무기력 처짐은 있었지만 가족들과 있는데도 크게 텐션이 안 오르고 말수도 적고 그랬다”라며 “그래도 힘들다고 느껴질 정도까지는 아니었는데 월요일 출근 후 업무 폭탄 + ○○ 난리가 겹치면서 그냥 모든 게 다 버거워지고 놓고 싶다는 생각이 마구 들었다”고 쓰였다.

이어 “숨이 막혔다. 밥을 먹는데 손이 떨리고 눈물이 흐를 뻔했다”라고도 적혀 있다.

‘난리’ 앞에 쓰인 글자는 학생의 이름으로 보인다고 노조 측은 설명했다.

노조는 “고인이 생전 업무와 학생 문제 등 학교생활로 어려움을 겪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며 “노조가 제보를 통해 학생 중 (한 명이) 큰 소리를 지르는 등의 행동을 해 고인이 힘들어했다는 정황을 밝힌 것과 일맥상통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전국 교사들의 목소리에 교육당국이 응답하기를 바란다”며 “무고성 아동학대 신고로부터 교사를 보호하고 무분별한 민원으로부터 교사를 보호할 대책을 신속하게 강구하라”고 촉구했다.

한편, 교육계에서는 고인이 학급에서 발생한 학교폭력 사안 등으로 학부모의 민원에 시달렸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사망경위를 제대로 규명해달라는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digitalegg@shinailbo.co.kr